[이번 주말] 트럼프 취임식 즈음에 되짚어본 핵티비스트들의 성과(?)

2017-01-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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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식에 맞춰 가해진 여러 가지 ‘핵티비즘’ 협박
어나니머스로 대표되는 핵티비스트들, 트럼프와 IS에 집중한 듯


[보안뉴스 국제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 대선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났다. 취임식 전에는 백악관 웹사이트를 겨냥한 디도스 공격이 예고되기도 했지만 그가 정식으로 세계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치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가 운영하는 다수의 호텔 체인과 SNS 계정에서 핵티비스트들의 공격이 일어났지만, 그가 당선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 아이들의 별은 가까워 눈부시고, 어른들의 별은 멀어서 찬란하다

그럼에도 2017년 예측 중 ‘핵티비즘이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해 선거의 판도를 바꿔놨다는 게 그 근거다. 이걸 국가 대 국가의 싸움, 즉 사이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해킹 공격을 통해 민감한 정보를 훔쳐내고, 그걸 온 세상에 공개해 창피를 준 ‘신상털이’ 형태를 뗬기 때문에 핵티비즘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국가가 이를 주도했다는 게 특이하긴 하지만. 게다가 아직 러시아가 확실한 범인이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다.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핵티비스트들에 대한 논란은 결론 없이 맴돌고 있는데, 궁금한 게 하나 생긴다. 핵티비즘으로 인해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하는가? 세상은 그들이 유튜브나 트위터를 통해 설파하는 것처럼 좋아지고 있을까? 최근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사례 1. 태국 핵티비스트 9명
최근 태국 의회는 만장일치로 새 인터넷 감시법을 통과시켰다. 군사정부 체제 하에 있는 태국 정부가 통과시킨 감시법이 부드럽고 온화할 리가 없다.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법안이 받아들여지자 당연히 반발이 일었다. 9명의 핵티비스트들이 태국 정부 웹사이트의 서버를 마비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곧바로 체포가 되었고, 그중 한 명은 피소되었다.

이에 현존 최고의 핵티비스트인 어나니머스가 뿔났다. LA 주재 태국 영사관의 웹사이트에 디페이스 공격을 가하고 9명을 석방하라고 메시지를 날렸다. 900명의 이름, 이메일 주소, ID 번호, 전화번호 등 민감한 데이터들도 유출됐다. 하지만 경찰들만 바빠졌을 뿐이다. 아직도 한 번 통과된 태국의 감시법은 굳건하다.

#사례 2. 어나니머스 vs. IS
2015년, IS가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당시, 어나니머스는 IS를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면서 IS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공개했다. 무려 4000명이나 이 안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잘못된 정보였다는 게 드러났다. 어나니머스는 크게 신뢰를 잃었고, 적어도 트위터라는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어나니머스의 활동들이 대부분 무시받기 시작했다.

당시 기억을 더듬자면 IS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어나니머스가 전쟁을 선포하며 분분히 일어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실제 IS 대원 중 한 명이 SNS에 셀카 사진을 올리는 과정에서 기지를 노출시키는 바람에 미국의 공중 폭격이 성공한 사건도 있었기에, 어나니머스가 혁혁한 공을 세울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 선포 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고, 그러다가 등장한 4천 명의 명단에서 오류만 나오자, 어나니머스와 IS의 전쟁 자체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져갔다. IS는 여전히 활동 중이다.

#사례 3. 어나니머스 vs. 트럼프
어나니머스는 트럼프를 향해서도 전쟁을 선포했었다. 2016년 3월, 전면전(Total War)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모두 트럼프 웹사이트를 공격해 다운시키자!”고 선동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어나니머스 내부 통신에 혼선을 가져왔다. 반대 의견을 펼치며 이른바 ‘트롤링’을 한 것. 공격은 흐지부지 되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당시 어나니머스의 전면전을 완전한 실패라고 보도했다.

그 후 어나니머스는 트럼프의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를 유출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개인의 보이스메일과 사회보장번호가 공개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자신이 선거운동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을 숨김없이 했었기 때문에 이 정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었고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런 어나니머스는 트럼프의 취임식이 있기 수 시간 전 다시 한번 전쟁을 선포했다. “앞으로 4년 동안 후회만 가득할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사례 4. 어나니머스 vs. 사우디아라비아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간 2015년 9월, 어나니머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웹사이트들을 공격해 마비시켰다. 17세 소년 모하메드 알님르(Mohammed al-Nimr)에게 사우디 정부가 사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어서였다. 사우디 정부는 이 17세 소년이 반정부 활동에 가담했다고 하며 십자가 처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어나니머스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선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법부, 행정부, 교육부, 항공사 등이 마비되었다. 어나니머스는 공격한 웹사이트들의 목록을 페이스트빈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당시 어나니머스는 알님르의 재판 과정이 불공평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처참한 인권상황에 대해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UN과 국제사면회도 사우디 정부에 사형 선고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알님르는 2016년 1월 1일에 처형됐다.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사례만을 참고로 해서일까, 결과만 놓고 보자면 핵티비스트들의 성과는 처참하다. 사형될 사람은 사형되고, 전쟁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 와중에 어나니머스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인권 보호자의 느낌을 풍기지만 지난 1월 3일 어나니머스 자신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아논플러스(AnonPlus)를 홍보하기 위해 호주의 인권위원회 웹사이트를 디페이스 하기도 했다.

게다가 어나니머스란 조직이 중앙에서 통제되는 체제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말이 엉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두고 “4년 동안 후회할 것”이라는 어나니머스의 발언이 보도된 후, 또 다른 어나니머스의 통신 채널인 어나니머스 패트리어트(Anonymous Patriots)로 “누군가 우리 이름으로 엉뚱한 발언을 했다”고 밝힌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조직이 워낙 크고 방대하기 때문에 여러 지역의 사정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내부적인 소통에서 취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핵티비스트들은 그냥 시끄럽고 말만 많은 이상주의자들인가?

보이지 않는 성과와 연령, 편향성 논란
보안 전문가이자 기고가인 케빈 로너간(Kevin Lonergan)은 핵티비스트들의 역할에 대해 “아무도 모른 채 묻힐 수 있는 소식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 소식들은 대부분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뇌물수수, 아동학대, 고문, 자유 억압 등이다. 미국 켄터키대학 법학부 학생이었던 벤 모나크(Ben Monarch)는 이런 핵티비스트들의 역할에 근거해 2015년 “핵티비즘 혹은 핵티비스트라는 단어와 해커라는 단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기도 하다. 모나크는 핵티비스트들을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비교하기도 했다.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등 역사에 남는 사회활동가들 역시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인류를 감동시킨 건 아니었다. 이들이 일으킨 변화는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사회에 배어 들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활동과 업적은 아직까지도 계속 재조명 받고 있다. 지금의 핵티비스트들 역시 미래에 회자될, 그러나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남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 인물들 모두 스스로를 1순위로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핵티비스트들과 같다고 할 수 없다. 간디는 자기 배를 굶겼고, 마틴 루터 킹도 스스로의 목숨을 잃었으며, 넬슨 만델라 역시 본인이 긴 수감생활을 지냈다. 이들의 메시지가 큰 여운을 남기고 있는 건 자기희생이라는 요소가 이들의 진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또한, 핵티비스트 체포 사례를 봤을 때 대부분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청소년이라는 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각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며, 실제 핵티비스트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파괴하지는 않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쨌든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며, 가치관 형성이 다 되지 않은 연령대의 이들이라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올바른 사회활동이라 할 수 없다”며 범죄자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P.S
국제부는 최근에 벌어진 핵티비스트들의 활동을 조사하며 두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1) 핵티비스트들의 활동이 트럼프와 IS 등 세계적인 이슈들에 쏠려있다는 것과 2) 거의 대부분이 ‘어나니머스’라는 이름으로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태국 군사정부의 인터넷 감시법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성년자 사형 사건도 이미 UN과 국제사면위원회가 개입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었다.

핵티비스트들이 정말 드러나지 않는 불합리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소수의 대형 이슈에만 몰릴 이유가 있을까? 정말 자기 생각과 가치관이 분명하다면, 굳이 ‘메이저’ 단체의 이름을 빌려 혹은 그 단체에 속해 활동할 이유가 있을까? 핵티비스트들은 정말로 세상을 옳게 고쳐보려는 걸까? 어린이들이 그러하듯 자기들 생각에 반대되는 걸 그저 못 견뎌하는 건 아닐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국제부 홍나경 기자(hnk726@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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