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커연맹 설립자 린용 “더 이상 사이버전쟁 일으키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보안뉴스 권 준 기자] 최근 중국 해커조직이 오는 28일부터 한국 웹사이트에 대한 총공격을 예정하면서 사이버상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해킹 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최대 해커조직 홍커연맹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홍커연맹은 기존 홈페이지 대신 시나닷컴 블로그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
그럼 한국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홍커연맹은 도대체 어떤 조직일까? 홍커연맹은 꽤 오랜 역사를 지녔다. 원래는 부정적 의미를 지닌 헤이커(黑客, 흑객)에서 홍커(紅客, Red Hacker)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면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해커를 영어 발음과 비슷한 ‘헤이커’로 표기하고 있는데, 헤이커는 직역하면 ‘검은 손님’이란 뜻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불법 행위를 수식하는 ‘헤이(黑)’를 붙여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중국의 일부 해커들이 스스로를 ‘헤이커’가 아니라 ‘홍커’라고 자칭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헤이’ 대신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紅)’ 글자를 써서 자신들은 중국의 ‘애국주의 사이버 전사’라는 명분을 내세운 셈이다.
이들 ‘홍커’는 지난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화교 폭력사태 당시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을 시작하면서 태동했다. 당시 화교들이 피해를 당하자 중국 해커들은 인도네시아 정부 사이트들을 공격했다. 이는 중국에서 애국주의 정신을 발휘한 첫 ‘사이버 전쟁’으로 불려졌다.
이어 1999년 5월 미군이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해커들은 공동으로 미국 주요 정부 사이트들을 공격했다. 해커들은 이 ‘두 번째 사이버 전쟁’ 기간에 ‘홍커’라는 명칭을 정식 사용했으며, 사건 발생 뒤 홍커 사이트가 탄생했다. 홍커의 등장은 중국에서는 애국주의·민족주의 해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는 2000년 12월 말 ‘중국홍커연맹’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연맹은 그 뒤에도 대만과 일본정부 웹사이트 등을 공격하면서 ‘사이버 전쟁’을 주도했다.
홍커연맹은 특히 2001년 4월 1일 중국 최남단 하이난다오(해남도) 부근의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 사건 당시 국내외에 이름을 떨쳤다. 충돌 사건 발생 뒤 홍커연맹은 홍커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고 미국을 겨냥해 ‘사이버 전쟁’을 선포했다.
홍커연맹 외에 녹색병단, 중국매파연맹(잉파이연맹, China Eagle) 등을 포함한 중국의 유명 해커 단체 주도로 10만 명의 해커들이 4월에서 5월 초까지 미국 주요 정부 사이트들을 공격하면서 미국의 해커들과 ‘사이버 전쟁’을 벌인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홍커는 ‘중-미 사이버 대전’으로 불린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했고 중국 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이후 홍커연맹은 중국과 외국 사이에 정치·경제·외교·종교·민족 관련 충돌이 빚어질 때마다 인터넷에서 상대국 웹사이트를 공격해 왔다. 민족주의로 뭉친 홍커들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했을 때 해당 국가의 정부와 기업의 웹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주도했다.
올해로 설립 17년째를 맞은 홍커연맹은 등록회원 수만 13만 8,400여 명(2011년 9월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계적인 해커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중국 해커들 사이에서 ‘애국주의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 홍커연맹의 설립자 린용(林勇, Lion)은 지난 2011년 홍커연맹의 개편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사이버 전쟁은 더 이상 일으키지 않고, 앞으로 인터넷 보안 기술 연구에 더 앞장서고 중국 인터넷 환경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홍커연맹이 한국 웹사이트에 대한 해킹 총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이버전쟁’에 여전히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다만 이번 총공격 지시가 집행부 차원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해커들로 이루어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홍커연맹의 경우 공식사이트는 2010년 이후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으며, 중국의 검색 포털 사이트인 시나닷컴의 블로그를 통해 회원들끼리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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