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방산 매출 3배, 수출은 10배 이상 증가
글로벌 경쟁력, 선진국 대비 기술 87%, 품질 90%
무기체계 첨단화로 방산물자 지정 건수 느는 추세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세계 어느 나라나 방위산업은 국가적인 보호·육성으로 초기 성장했다. 방위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감안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운 것이다. 다만, 나라별로 보호·육성 기간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에 비해 크게 늦은 2008년에 들어서야 방산분야에 전문화·계열화를 폐지하고 시장 경쟁을 도입했다.

[사진=iclickart]
무엇보다 방위산업 기술은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도 전략적 경제자원으로 인식되면서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방위산업 자체가 사실상 보안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존립이 위태롭다는 특성을 띤다. 게다가 최근 방위산업이 기존 구성품과 탄약 위주에서 첨단 무기체계 위주로 변화하면서 기술보호가 국가안보의 근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서는 올해로 시장 경쟁 10년차에 돌입하는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현황을 짚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의 위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방위사업청(청장 전제국)에서 발표한 통계연보(2017년)를 비롯해 한국방위산업진흥회(회장 최평규) 선정 우수논문 및 기타 조사·발표 자료 등을 다수 참고했다.
방위산업이란 방위산업물자를 제조, 수리, 가공, 조립, 시험, 정비, 재생, 개량 또는 개조하거나 연구·개발하는 업을 말한다. 여기서 방위산업물자란 군수품 중 방위사업법 제34조의 규정에 의해 지정된 물자를 말한다. 제34조 ‘방산물자의 지정’ 2항은 방산물자를 주요방산물자와 일반방산물자로 구분하고 있다.
주요방산물자는 화력, 유도, 항공기, 함정, 탄약, 기동, 통신·전자, 광학·열상, 전투공병, 화생방, 지휘·통제 등의 장비를 말한다. 이들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가 주요방산업체, 그 외의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체가 일반방산업체다. 방산물자를 생산하고자 하는 업체는 방위사업법 제35조 ‘방산업체의 지정 등’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기준과 보안요건 등을 갖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방산업체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방위산업은 민수산업과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방위산업 시장 경쟁 구조에 관한 연구’(강경목, 국방과학연구소 선임관리원, 2017)에 따르면, 정부와 군이 유일한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독점적 시장형태라는 점, 정부가 조달 시 방산업체에 적정원가와 적정이윤을 보장해줘야 하는 독특한 채산성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 방산물자 생산에 대기업이 유리 또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는 점, 군사기술의 연구개발이 방산업체 존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경제성보다 무기의 신뢰성이 강조된다는 점 등이 방위산업의 특징으로 꼽힌다.
시장 경쟁 측면에서 보면 미국, 영국, 이스라엘은 이미 1980년대 후반 내부 경쟁 체제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경쟁기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약 20년 뒤인 2008년까지 보호·육성기를 거치다 내부 경쟁 체제기에 들어갔다. 시장 경쟁이 시작된 햇수만 따지면 이제 막 10년차가 된 셈이다. 일부에서 ‘국내 방산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70년대 초반 소총, 박격포, 탄약류 같은 기본 병기의 국산화를 목표로 착수됐다. 방위산업은 1973년 제정된 방산물자 및 방산업체 지정 제도와 1983년 시행된 방산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중심으로 육성됐다.
전자는 시장경제원리를 통해 획득하기 어려운 물자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그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무기체계 관련 방산물자 및 방산업체를 지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양산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였다. 후자는 무기체계 연구개발 관련 군용물자를 분야별·부품별로 분류하고, 각 품목에 대해 개발업체를 우선 지정해 향후 연구개발 업체로 참여시키는 제도였다.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방위산업에 시장경쟁 논리를 도입해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경영혁신 노력 등을 유도해 기존의 폐쇄적인 방위산업 구조를 경쟁적인 구조로 전환하려는 취지에서 2009년 1월 전면 폐지됐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방산업체가 본격적인 내부 경쟁 체제기에 돌입했다고 본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가격은 85%, 기술은 87%, 품질은 90% 수준으로 나타났다(2017년 방위산업 경쟁력 실태 조사, 산업연구원, 2017년 10월). 2022년에는 2017년 대비 분야별 3~5%p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기술추격형에서 탈피해 기술보호를 병행하면서 기술을 선도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효율적인 방위산업기술보호체계 구축방안 연구, 이형진, 방위사업청 통제정책담당관실 행정사무관, 2017).
방위사업청은 ‘2018~2022 방위산업육성 기본계획’에서 ‘방위사업은 군사력 건설의 중심이고, 방위산업은 군사력의 실체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지난 10년간 방위산업 매출이 3배, 수출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5년 우리나라 방산물자 수출액은 2006년 2.5억 달러에서 약 14.2배 증가한 35.4억 달러로, 2013년부터 3년 연속 30억 달러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은 유도로켓, 군용차, T-50(초음속 고등 훈련기), 탄약·총포류, 부품류, 항공유 등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주요방산업체는 65개, 일반방산업체는 29개로 집계된다. △한화디펜스 △두원중공업 △한화지상방산 △삼양화학 △기아자동차 △현대로템 △LIG넥스원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 △효성 △STX조선해양 △디에스티 △지티앤비 △산청 △에스지생활안정 △대양전기 등이 주요방산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분야별 주요방산업체와 일반방산업체[표=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업체 가운데 한화(대표 이태종)와 LIG넥스원(대표 김지찬)은 우리나라 대표 방산업체로 꼽힌다. 한화는 방산 분야와 관련해 △한화/방산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한화지상방산 △한화디펜스 등 5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방산 1위 기업’이다. LIG넥스원은 대포병탐지레이더-II 및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같은 정밀유도무기(PGM)를 개발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발간한 ‘2017 방산업체 경영분석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해인 2016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회사 전체의 매출액 증가율은 -6.62% 줄었으나 방산 부문의 매출액 증가율은 3.86% 증가했다. 방산 부문 매출액 증가율은 2014년 14.56%, 2015년 18.99%로 대폭 증가하면서 방위산업체 지정 회사들의 매출을 견인했다.
방산물자 지정의 경우, 무기체계의 첨단화·복합화 추세에 따라 완제품 관련 주요 구성품 및 하위 부품의 지정 건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항공·유도 및 통신·전자 분야 신규 무기체계 개발로 완제품 및 주요 구성품의 방산물자 지정 건수가 증가했다. 방산업체 지정 역시 ‘1물자 다(多)업체 지정제’ 확대 등으로 방산업체 지정 수가 완만한 증가세를 띠고 있다. 2017년 기준 방산물자는 1,416개, 방산업체는 100개(대기업 25개, 중견기업 10개, 중소기업 65개)다.
방위사업청은 ‘2018~2022 방위산업육성 기본계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방위산업이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이자 신성장 동력으로서 그 도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면서, 향후 5년간 ‘첨단 무기체계 개발능력 확보’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목표를 두고 △방위산업의 발전적 생태계 조성 △국방 R&D 역량 강화 △유망 중소벤처기업 육성 △수출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비의 경우 아시아·동유럽 권역이 높은 증가율을 띠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방위산업육성 기본계획). 지난 5년간 전 세계 무기거래 규모는 소폭 증가했으나 인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아시아·중동 지역 국가는 전체 무기 수입액의 평균 72%를 차지하면서 매우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방위사업청은 우리나라 주요 협력국의 국방비 증가와 군 현대화 계획의 추진 등에 따라 방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살상용 무인드론, 무인 전투함, 레이저 탱크, 소형 킬러 로봇, 스마트 전투복 등 미래전에 대비한 첨단 무기체계 개발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위사업청은 2018~2022 방위산업육성 기본계획의 수행을 통해 5년 뒤 생산 30조 원, 수출 50억 달러, 고용 5만 명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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