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나라 없는 국민이나 국민이 없는 나라는 국가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의 책무는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민과 주권, 영토를 지키고 보호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보문제에 최우선적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 특히, 분쟁과 테러가 일상화된 오늘날 불법이주와 난민문제는 이제는 유럽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새로운 안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는 박해, 정치적 탄압, 종교적 충돌, 국가실패, 자연재해, 기아와 빈곤, 경제적 활동 등과 같은 복합적 요인과 연계되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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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UNHCR)에 의하면 2017년 말 기준 난민을 포함한 전 세계 강제이주자는 6,500여만 명이며, 공식적인 협약난민은 2,130만 명으로 세계는 제2차 대전 이후 최대의 난민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시리아의 경우는 내전으로 인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난민 신세가 되고, 국제난민이 된 사람도 600만이 넘는다. 이들 중 100만이 유럽으로 흘러들면서 유럽의 안보지형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인종청소로 변질된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고, 해상탈출을 하고 있는 이슬람 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은 11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지구촌을 떠도는 난민을 만든 상황이다. 장 자크 루소(Rousseau)가 주장했던 사회계약론적 측면에서도 국가의 역할과 가치를 상실하고 신뢰를 잃는 일이다. 통치자가 도덕과 힘의 복합체라 할 수 있는 국가의 본질을 경시하고 나라를 망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떠도는 대다수 난민들의 경우, 그들은 인도적 지원과 법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무고한 피해자들이다. 죽은 채로 해변가로 쓸려온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 의 충격적 모습은 세계를 울렸으며, 지옥같이 피폐한 난민캠프에서 ‘부디 저를 잊지 마세요’라며 기도하고 울부짖는 ‘로힝야족’ 난민 어린이들의 참상은 실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떠한 정치·경제·사회 상황에 처한 국가로 유입되는가에 따라 수용국가 뿐만 아니라 지역차원의 불안정이나 분쟁을 촉발 또는 악화시키는 등 단지 안보불안을 확산시키는 천덕꾸러기로만 인식,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난민해결을 위한 해법과 대안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난민문제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사회불안 등의 부메랑이 될 수 있으며, 이들이 테러 유발과 같은 안보위협의 주요 행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사실 유럽 등 다민족국가의 경우 인종그룹별 양극화로 인한 내국인과 이주민의 갈등문제가 공동체 분열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사회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는 경제난과 실업률 증가로 난민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Brexit, 유럽연합탈퇴)를 선언했고,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난민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이민의 나라라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국경을 통제하고, 무슬림과 불법이민자로 인한 사회불안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펴는 것도 이러한 기류이다.
따라서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분쟁으로 야기된 이주민 관리나 난민대처문제는 전쟁이나 국가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전통 안보문제와는 달리 특정한 계기와 맞물리게 되면 거시적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신흥안보 이슈’이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안보패러다임 속에서 이해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 등의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서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 보다는 관점을 달리해서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급진전 되고 있는 남북 관계에서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과감히 발표한 것도, 어쩌면 이제는 인류가 경쟁과 적대, 갈등과 분쟁이라는 공멸(共滅)의 길로 나아가는 대신 조화와 상생, 대화와 융합이라는 공존(共存)으로 나아가는 것이 평화를 갖게 되는 해법임을 깨달은 증거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생명과 인권이 중요하듯 난민들의 생명과 인권 역시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평등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한다. 더 이상 지구촌이 전쟁과 박해를 피해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하는 난민으로 넘치고, 약자와 강자의 양극단화의 갈등과 끊임없는 공포와 폭력에 의한 죽음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세계’가 아니라 상호 협조하고, 번영과 행복이 지배하는 자유롭고 따뜻한 세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글_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manjong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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