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 원장] ‘루스 체인지’(Loose Change)라는 영화는 9·11 테러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부시 정권이 벌인 자작극이라며, 9·11 테러 발생원인중 하나로 세계무역센터 건물주가 9·11이 발생하기 6주 전에 35억짜리 테러보험과 함께 건물을 샀다는 의혹을 제기한 테러와 보험관계의 음모론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러한 가운데 비록 중동에서 이슬람 국가(IS)가 격퇴되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는 계속되고 있어 최근 보험을 통한 테러리스크 관리문제가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미지=iclickart]
테러리스크(Terror Risk)라는 말은 ‘테러 당할 위험도’라는 뜻으로, 테러로 인해 재산과 신체 등에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을 말한다. 지난해 국제금융센터는 한국의 테러리스크 지수는 일본(121위)보다 낮은 124위이며 뉴질랜드, 핀란드등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했다. 사이버테러도 해킹, 정보유출은 물론 사이버공간을 통해 극단적인 사고의 유포 및 테러를 위한 교육, 모집 및 기획이 이뤄지고 있어 가장 뜨는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2016 딜로이트 아시아태평양 국가보안 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사이버테러 리스크 점수(Cyber Risk Score)를 1,000점 중 884점으로 평가해 아태지역 1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최근 북한과의 대화분위기 조성 등으로 북한 리스크는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외국이 보는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테러리스크 평가는 낮아 테러 청정지대라는 자체적 평가는 무색할 지경이다.
테러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테러발생이 빈번한 국가에 여행을 가지 않고 안전한 국가로 가는 것이나, 자국 내 테러 용의자를 입국시키지 않기 위해 동공사진 촬영 등 입국통제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트럼프가 ‘행정명령 13767호(2017년 국경안보 및 출입국 시행 개선안)’을 선포한 것도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어 비판 받고 있지만, 일종의 테러리스크 방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타당한 테러리스크 관리방법은 보험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자칫 대규모의 테러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보험료를 대폭적으로 인상하고 보상한도를 크게 낮추거나 인수 거절을 하는 등 보험가용성 문제로 테러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건물과 항공기, 재물, 배상책임, 인적손해 등 다양한 보험종목에서 무려 429억 달러의 보험손해가 발생했다. 이는 당시 구조 및 정리 작업에 동원된 뉴욕 시 공무원들과 약 1만 명의 근로자들의 건강이상에 대해 지급된 보상금 65억7500만 달러는 제외한 수치다. 9·11 사건 보험금 지급으로 ‘스위스 재보험 사’는 7억 200만 달러의 영업 손실로 큰 타격을 입어 파산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9·11 테러 이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험 상품에서 전쟁뿐만 아니라 테러위험에 대해서도 면책특약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테러보험에 대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험료를 지원해 주거나 일정규모 이상의 손해액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정책성보험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형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공공과 민간이 파트너십을 통해 정부와 보험사가 손실을 공유하도록 한 ‘테러리스크보험법(TRIA)’을 제정하고, 전 세계의 테러리스크를 분석해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테러위협지역인 중동은 물론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뉴욕과 같은 대도시는 도시전체 교통시스템에 대한 취약점을 분석해 테러 보안 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반면에 아직 한국은 이런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정부주도의 테러보험 제도가 없는 상태이며 공항 등 대규모 시설의 계약자들은 선별적으로 테러 보험담보를 구매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과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경기장 등 대규모 수용시설물에 대한 공동인수 풀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테러방지법령상에도 테러방지를 위한 법적 조치 등이 주요 내용으로 정부차원의 피해보전제도(테러피해지원, 특별 위로금지급)는 명시되어 있지만, 세부적 테러리스크 관리부분은 미흡하다. 결국 대부분의 보험에서 면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테러를 당해도 보험을 통한 테러리스크 관리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테러보험 제도를 담보하는 방법, 특수건물이나 일정규모 시설물이나 건물 등에 대한 테러보험 의무화, 국가의 재보험담보 제공과 한도, 운영방법·기구 등을 비교하는 등 우리나라도 테러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재정비하고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테러발생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_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 원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manjong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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