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김성미]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윤규식 회장은 국정원 보안과장이자 공항보안책임자로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에서 2001년 12월부터 5년간 근무한 항공보안전문가다.
9·11 테러는 인천공항이 개항한지 6개월 만에 벌어진 사건으로 그는 사건 직후 공항보안책임자로 인천공항에 부임했다. 이때 그가 맡은 중요 업무는 인천공항의 항공보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윤 회장으로부터 9·11 이후의 국내 항공보안 변화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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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윤규식 회장
최근 밀입국 사건으로 항공보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항공보안’이란 무엇입니까.
항공보안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출발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항공보안의 중요성은 미국 9·11테러 이후 급부상했습니다.
알카에다가 미국 국적 항공기 4대를 납치해 세계무역센터를 폭발시키는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세계적으로 항공보안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관련 법도 마련됐습니다. 9·11테러는 인천공항 개항 6개월후 발생한 것으로, 이로 인해 우리도 공항보안에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최근 발생한 공항을 통한 밀입국 시도도 항공보안사고로 볼 수 있습니까.
최근의 밀입국 시도는 파리 연쇄 테러로 인해 항공보안 등급이 두 단계 올라간 주의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항공보안 등급에 따라 입국심사에서 문형탐지기 감도가 올라간다든가 신발을 벗는 등 보안이 강화됩니다. 특수경비 근무도 강화됐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밀입국 사건이 발생해 문제가 됐지만 이를 테러 공격으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항공보안 사고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밀입국하기 쉽지 않은 나라입니다. 이번 사건은 법무부 무인심사대가 한가해진 틈을 노린 케이스입니다. 직원이 자리에 없는 새벽에 힘으로 밀고 들어온 것입니다. 입국심사 부스는 2배난 늘어난데 반해 예산 부족으로 직원은 확충하지 못해 공항보안에 취약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항공보안 = 공항안전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항공보안은 공항안전과 다릅니다. 예전에는 공항안전에 보안을 포함시켰지만 지금은 둘을 별개로 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안전사고 방지를 중심으로 대응했다면, 9·11테러를 기점으로 별도의 조직을 마련하는 등 보안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항공보안이란 테러로부터 공항과 항공기, 여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브뤼셀 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천공항은 국내 공항 최초로 폭발물처리반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9·11테러 후 공항 직원을 공무원으로 교체했는데 우리는 용역직원이 더 많습니다.
공항보안은 직원의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보안의 핵심인 경비검색 인력을 대부분 용역에 맡겨 9·11테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본 겁니다.
용역직원의 경우 책임의식도 낮고 교육도 부족하기 때문이죠. 민간항공기 4대가 순차적으로 납치됐는데도 몰랐던 게 당시 미국의 항공보안 실상이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공항내 주요 경비검색 인력을 모두 공무원화했습니다.
우리도 항공보안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중요시설인 공항의 특수경비는 국가직으로, 검색경비는 별정직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열이 도둑 하나를 못 지킨다는 말이 있지만 책임감있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의 차이는 큽니다.
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집니까.
정부는 다부처 항공보안 강화대책을 내놓으면서 테러발생시 지방항공청장이 지휘하도록 했습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서울지방항공청장의 지휘 하에 놓여 마련해둔 매뉴얼에 따라 움직입니다.
테러방지법에 따라 각 공항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테러보안대책협의회를 운영하고, 공항별로 테러보안대책 운영매뉴얼을 제정해 두고 있습니다.
공항에는 20여개가 넘는 공공기관이 상주하고 있고, 출입국심사장과 세관, 탑승수속장 등 구역별로 보안 담당기관이 다르므로 빚을 수 있는 혼선을 차단하기 위해 관계 기관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등 협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대책도 실무적 차이는 없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발생한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 대책마련도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올 법합니다. 다만 이번 정부 대책에서 이상행동 탐지 요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새롭습니다. 해외에서 테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IS가 한국을 테러 대상국으로 지명하면서 테러에 대한 경각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말 IS가 정비사를 포섭, 이집트 공항에서 이륙한 러시아 여객기가 20분만에 폭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집트처럼 관광이 주 수입원인 국가는 항공보안이 취약한 편인데, 러시아 여객기 테러는 공항의 보안구역인 에어사이드(Air Side)까지 테러범의 손길이 미쳤습니다.
우리도 북한발 항공테러를 수차례 겪었습니다.
북한의 항공테러는 88 서울올림픽 이전에 많이 발생했습니다.
1950~1960년대에는 북한의 항공기 납치가 많았습니다. 86 아시안게임은 북한발 항공테러 피크로 김포공항 국제선 쓰레기통에 폭발물을 설치에 5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1987년 김현희의 KAL기 테러를 끝으로 북한은 항공테러는 더 이상 벌이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으로 공항 보안이 강화되면서 항공테러를 벌이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어찌보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IS가 공개적으로 테러 대상국으로 지명하고 관련 주요 테러 인물 20명을 발표했으며, 정부 추산 국내 IS 동조·가담자도 10명 정도 되기 때문에 자생적 테러 발생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190만명중 10%이상인 21만명이 불법체류자로, 이들이 우리사회에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될 경우 이들에 의한 자생적 테러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성미 기자(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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