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대학 결단·공동 기반 함께 가야”
[보안뉴스 강현주 기자] 생성형 AI를 도입한 대학은 63%에 이르지만 90% 이상의 대학이 자체 GPU 서버를 갖추지 못하는 등 인프라와 인력, 예산은 미비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육정보화재단(KREN)은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 신화월드에서 ‘AX 시대, 교육정보화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2026 교육정보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AI 전환이 고등교육 전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학 정보화의 방향을 기술 도입 중심에서 정책·재정·인력·거버넌스 중심으로 확장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올해 교육정보화 컨퍼런스의 화두는 단순한 AI 활용을 넘어, 대학이 AI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에 맞춰졌다.

▲2026 교육정보화 컨퍼런스 현장 [출처: 한국교육정보화재단]
첫날인 10일에는 개회식과 함께 AX 시대의 교육정보화 전환, 정보보안, 신기술 대응, 대학 정보화의 미래 방향을 다루는 발표가 진행됐다. 11일에는 교육정보화 IT솔루션 박람회가 열려 대학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보안·클라우드·네트워크 솔루션이 소개됐다.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순서는 고길곤 한국교육정보화재단 이사장의 ‘대학정보화 실태에 대한 고찰과 제언’ 발표였다. 고 이사장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학 정보화 현황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대학정보화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발표의 핵심은 대학은 이미 AI를 쓰기 시작했지만,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정보화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63%가 생성형 AI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 분야도 강의 지원, 학습 지원, 일반 행정업무, 상담·안내, 연구지원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대학 구성원이 실제 업무와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도구가 됐다.
하지만 조사 대상 대학의 90.3%는 자체 GPU 서버를 보유하지 못했고, AI 전담부서를 갖춘 대학은 9.8%에 그쳤다. 생성형 AI 활용은 늘고 있지만, 이를 대학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인프라와 조직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 이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활용 선행형 격차’로 진단했다. 인프라와 거버넌스가 갖춰지기 전에 상용 AI 서비스 활용이 먼저 확산되면서, 대학이 비용 부담과 보안 우려, 데이터 관리 문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는 의미다.

▲고길곤 이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출처: 한국교육정보화재단]
정보화예산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응답 대학의 총예산 대비 정보화예산 중앙값은 0.91%에 불과했다. 유효 응답 대학 가운데 절반 이상은 총예산의 1%도 정보화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화예산의 상당 부분은 유지관리와 라이선스 갱신에 쓰이고 있어, AI·클라우드·데이터 기반 신규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력 문제도 대학정보화의 또 다른 병목이다. AI 전문가가 없는 대학은 46.8%, 데이터 전문가가 없는 대학은 42.6%에 달했다. 정보화 전문교육 예산 비중도 평균 0.31% 수준에 머물렀다. 새 인력을 뽑기도 어렵고, 기존 인력을 AI·데이터 전문인력으로 키우기도 어려운 이중 공백이 나타난 것이다.
고 이사장은 이를 예산, 인력, 교육의 ‘3대 공백’으로 정리했다. 예산이 부족하니 미래 투자가 어렵고, 인력이 부족하니 도입한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 교육 투자가 부족하니 기존 정보화 인력의 역량 전환도 더디다. 이 악순환이 계속될 경우 대학 간 AI 격차는 학생 서비스 격차와 교육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발표는 대학정보화 문제를 개별 대학의 내부 과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시대의 대학정보화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영역이지만, 동시에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 디지털 인프라 과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대학 현장에서는 AI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은 재정 여건과 전문인력 부족, 보안 기준 미비, 데이터 품질 한계로 인해 실행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개별 대학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 표준과 보안 기준 마련이 함께 필요하다.
재정 지원은 단순히 장비나 솔루션을 사는 비용을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 AI 인프라, 데이터 표준화, 정보보안, 전문인력 양성, 대학 공동서비스 기반 구축을 고등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투자로 봐야 한다. 대학별 여건과 규모에 따라 차등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대학이 안심하고 AI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준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의 결단도 필요하다. AI 전환은 전산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라 대학 경영과 교육 혁신의 핵심 의제다. 정보화예산을 단순 비용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과 학생 서비스, 행정 효율,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총장단과 대학 경영진이 정보화 조직에 전략 기능을 부여하고, AI·데이터 역량을 대학 전체의 공통 역량으로 끌어올리는 결단이 요구된다.
컨퍼런스 현장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AI 활용 요구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은 그대로인 현실을 토로했다. 특히 중소 규모 대학이나 전문대학의 경우 GPU 인프라, AI 서비스, 보안체계, 데이터 표준화까지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국교육정보화재단은 해법으로 정부 지원, 대학의 결단, 공동 기반 조성을 함께 제시했다. 모든 것을 공동 운영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개별 대학의 자율성은 유지하되,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공통 영역부터 함께 구축하자는 취지다. 상용 AI 서비스 공동구매, GPU·클라우드 인프라의 선택적 공동활용, 대학 공통업무 AI 모듈 개발, 데이터 표준화, 공동 보안 기준 마련, 정보화 전문교육 공동 운영 등이 대표 과제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육정보화재단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재단은 교육전산망 운영과 대학정보화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간 공동 대응 기반을 만들어 온 기관이다. 개별 대학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연결하고, 대학 현장의 수요를 정책과 산업계에 전달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공동 기반을 조성하는 중간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데이터 기반 역시 중요한 과제로 다뤄졌다. 대학들은 학사·행정 데이터 표준화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 거버넌스 전담조직이나 규정, 대외 연계 체계를 갖춘 대학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행정 데이터가 부서별, 시스템별로 분절돼 있으면 AI 활용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대학정보화가 단순한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데이터 표준화와 거버넌스 정비까지 포함하는 이유다.
이번 컨퍼런스는 AX 시대 대학정보화 논의를 기술 중심에서 정책·재정·인력·거버넌스 중심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정보화는 더 이상 전산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질, 학생 지원, 학사행정 혁신, 정보보안, 대학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교육의 핵심 의제가 됐다.
고 이사장의 발표는 대학과 정부에게 “대학은 AI를 도입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대학은 AI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AI 활용이 이미 시작된 지금, 남은 과제는 활용의 속도를 감당할 대학정보화 체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정부는 고등교육 디지털 전환을 국가 전략 차원의 인프라 과제로 지원해야 하고, 대학은 정보화를 비용이 아닌 미래 경쟁력 투자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한국교육정보화재단은 그 사이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공동 기반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 고등교육 디지털 협력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교육정보화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교육정보화 컨퍼런스’는 대학정보화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정통성과 영향력을 쌓아 온 대표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국 대학 정보화 담당자와 교육혁신·학사행정 관계자, 보안·클라우드·네트워크·AI 분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대학 현장의 변화와 과제를 공유했다.
[강현주 기자(jjo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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