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래픽 처리 장치(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글로벌 GPU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827억달러에서 2030년 약 3,52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33.65%에 달한다. 이러한 급증은 그래픽 중심 워크로드에서 AI 기반 컴퓨팅으로 산업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GPU는 생성형 AI 학습, 하이퍼스케일 추론, 클라우드 게임, 엣지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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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기술 진화하는 HDD
HDD의 성장은 테라바이트 당 비용 효율성과 AI로 생성된 콜드 데이터의 폭증에 따른 저장 수요 증가에 힘입어, 플래터당 10TB 이상 또는 HDD 1대당 100TB 이상을 목표로 하는 HAMR(Heat Assisted Magnetic Recording) 기술을 적용해 30TB 제품이 출시되는 등 용량 확대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IDC 등 조사기관은 데이터 저장 장치 중 SSD와 HDD의 저장 비율을 2:8로 전망할 만큼 HDD의 활용도가 높다고 분석한다.
SSD는 빠른 응답 속도와 진동 내성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전기적 충격에 따른 데이터 소실 위험, 데이터 쓰기 수명으로 인한 기록량의 한계, 소비전력·온도 민감성(추가적인 쿨링 장치 필요) 등 단점도 공존한다.
반면 HDD는 충격에는 약하지만 전원 차단 시에도 데이터 안정성이 높고, 도입 비용 대비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백업 및 장기 보존용으로 적합하다. 이에 따라 서비스 운영에는 SSD를, 데이터 아카이빙에는 HDD를 병행하는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
영상보안, 스토리지 수요의 또 다른 축
영상보안 시장 역시 AI 기반 영상 분석의 도입이 활발해지며 스토리지 성능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의 채널 수 증가와 함께 저장 용량도 비례해 확대되고 있으며, 전력 효율성과 기록 밀도, 집적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영상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스토리지의 성능지표인 IOPS보다는 안정적인 처리량(Throughput)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HDD 기반 스토리지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VMS, NVR 솔루션에 AI 기능이 추가되면서 SSD의 활용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영상 분석·처리 등 빠른 연산과 입출력이 필요한 영역에는 SSD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영상 데이터 저장에는 쓰기 수명 제약이 있는 SSD 사용이 제한되고 HDD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작업이 필수이며, 특히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에서는 SSD보다 비용 효율이 높은 니어라인 HDD(데이터센터용 고용량 HDD)를 대량으로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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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따라가지 못하는 HDD 공급
문제는 HDD의 공급이 이 수요를 감당할 만큼 따라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으나 최근 다양한 동향을 통해 살펴본 결과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제조사 투자 지연: 씨게이트(Seagate)와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등 주요 제조사들이 팬데믹 기간과 이후 경기 둔화로 인력 구조조정 및 생산 규모 축소를 단행한 상태에서 AI 시대의 급성장 속도와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품 독점: HDD 핵심 부품인 유리 플래터를 일본의 HOYA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생산량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HAMR 기술의 복잡성: 차세대 고용량 기술인 HAMR은 기술 난이도와 제조 공정이 복잡해 대량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HAMR은 기존 HDD(Air 제품) 대비 최대 3배 용량을 제공하며, TB당 비용은 약 25%, 전력 소모는 약 60%까지 절감할 수 있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된다.
고용량 제품의 긴 테스트 시간: HDD 1TB의 전체 읽기 또는 쓰기 시간은 약 1.5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HDD의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수차례 전체 읽기·쓰기를 통해 HDD의 양품·불량을 판단하게 되는데 고용량 제품의 경우 테스트 시간이 짧게는 수백 시간에서 최대 1,000시간에 이르기도 한다. 즉, 고용량 HDD 수요 증가로 인해 다수의 테스트 장비 슬롯이 고용량 제품 테스트에 사용돼 하위 용량의 출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이다.
공급망 불확실성: HDD 일부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공급망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공급 차질의 불안정성을 가중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HDD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도 고민, 저장장치 전략에 대한 재정비 필요
국내 시장 역시 HDD 수입의 지연과 가격 인상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 당분간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상보안 장비 제조사,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공공기관 등은 스토리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AI와 영상보안의 확산은 저장장치 선택에도 전략적 접근을 요구한다. GPU가 연산의 속도를 이끈다면, HDD는 데이터의 지속성과 비용 효율을 책임진다. HDD 공급 안정성과 기술 진화는 보안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기업들은 저장장치 전략을 재정비할 시점에 와 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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