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안] 알고 보면 발라드의 귀재였던 댄스 그룹 쿨과 보안의 미래

2025-01-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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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찾아듣던 3인조 그룹...신나는 곡으로도 알려졌지만 발라드도 맛깔나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기후 변화라는 게 아직 인류사의 임박한 아젠다가 아니었던 90년대 여름, 매년 더위를 책임지던 혼성 그룹이 하나 있었다. 더운 날 시원하게 음악 들으라고, 이름도 ‘쿨’이었다. 톡톡 튀는 댄스 음악으로 무대를 장악했던 3인조 그룹은 지금까지도 <애상>, <해변의 여인>,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의 곡으로 추억되고 있다.


[이미지 = 나무위키 ‘쿨(혼성그룹)’ 항목]

하지만 쿨의 플레이리스트를 댄스곡으로만 채워넣는 건 쿨의 유명 타이틀 곡만 들어본 사람이나 할 법한 일이다. 쿨 앨범 좀 사봤다 싶은 사람들은 댄스 그룹 전문으로 알려진 쿨이 의외로 좋은 발라드 곡을 꽤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의 집 앞에서>라든가 <아로하>는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의외의 대표곡들이다. 그렇다. 쿨은 의외로 발라드 ‘맛집’인 것이다.

본업보다 부업에서 인정받는 경우들이 있다. 90년대 국산 애니메이션 작품인 <아마게돈>이 어쩌면 이 분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기준으로 관객을 8만 명도 유치하지 못한 흥행 참패작인데, 어찌된 일인지 OST 앨범만큼은 20만 장을 팔아치웠다. 기자도 이따금씩 이 앨범을 찾아 듣곤 한다. 물론 본작품인 <아마게돈>은 아직 보지 못했다.

어떤 음식점은 무한 샤브 고기 리필이 핵심인데 고기 접시를 채우면 채울수록 의외로 야채 거래처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설렁탕 집 중에 국물보다 깍두기가 맛있다는 평가를 듣는 곳은 여기 저기 있는 편이다. 어떤 연예인은 가수로 데뷔를 했는데 연기에 더 소질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스마트폰으로서의 평가는 별로였는데 음악 감상용 기기로서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는 LG V시리즈나 G시리즈도 있다.

보안을 부업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여러 IT 분야에서 이미 여러 해 실력을 갈고 닦아 인지도를 제법 쌓아둔 기업들이다. 네트워크 장비 제작에 긴 경험을 가지고 있다든지, 운영체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든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일가견이 있다든지 하는 곳들이다. 정보 보안이 아직 불모지였을 때 무료 백신을 만들며 시장을 넓혀 온 기업들, 즉 보안을 본업으로 삼았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안이 본업인 기업들을 가장 위협하는 건 현 시점에서 클라우드 플랫폼들일 것이다. 원래는 그저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던 곳들이 갑자기 그 데이터센터를 다른 기업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등장했는데, 단지 수많은 서버를 보유한 게 전부였던 곳들이 어느 날 보안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으면서 보안 시장의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으니, 황당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들이 보안을 부업으로 삼는 게 보안 시장에 위기감을 불어넣을 정도가 된 건 여러 가지가 잘 맞물렸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라는 인프라가 거부할 수 없는 미래가 된 게 가장 크다. 속도만 다를 뿐, 모든 기업과 기관들은 꾸준히 클라우드로의 이전을 실행하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보안 기능과 도구들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보안 도구를 사용하면 따로 백신 설치파일을 받아 각 시스템별로 설치하는 과정도 생략되고, 그러니 호환성 문제도 불거지지 않는다. 기능성은 둘째치고 일단 편리하다.

이 흐름에 올라탄 보안 스타트업들은 클라우드 전용 보안 장치들을 개발하거나, 거대 클라우드 플랫폼들에 흡수되는 걸 선택하기도 했다. 앞으로 보안 시장 전체가 클라우드로 편입되느냐 마느냐 하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이긴 하나, 아직은 그 어떤 예측도 섣부른 단계다. 보안이 클라우드 시장의 하위 카테고리가 될 때의 장단이 있겠고, 독립적인 시장으로서 남아있을 때의 장단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날지 확언하기 어렵다.

다만 이런 시기를 지나면서 보안이라는 것이 굳이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고, 거대한 서비스나 제품, 혹은 플랫폼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거기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안전에 조금이라도 덜 신경 써도 되는 보안, 더 나아가 사용자 눈에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지만 제 기능을 하는 보안은, 보안 업계 스스로도 늘 바래왔던 것이다. 사용자에게 보안 실천의 의무를 최대한 덜 맡기는 게 최상의 결과를 낼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도 보안이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중이다. 인공지능 PC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제조사들이 인공지능 기능을 자랑하는 한편 그 인공지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도 빼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보안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보안 모듈을 탑재시킨 제품을 출시한다든가, 자사 펌웨어에 최신 보안 기능을 추가한다든가 하는 움직임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런 흐름이 눈에 띈다. 이제 그 어떤 자동차라도 소프트웨어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동차 잘 만들던 기업이 가전 전시회에 나와서 기계공학적 전문성이 아니라 IT 기술을 자랑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고 보안성을 대놓고 홍보하지는 않는다. 뒤에서 보안 개념을 잘 갖춘 IT 기업이나 플랫폼과 손을 잡을 뿐이다. 폭스바겐, 포드 등이 MS와 파트너십을 맺은 건, 차량 앱들의 기본 베이스가 될 애저 클라우드에 이미 여러 보안 도구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업으로서의 보안이 딱히 위기이거나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클라우드니 인공지능이니 전기차니 하는 IT 신기술들이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누군가의 부업으로서의 보안도 적잖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더 조용해지는데, 더 강력해진달까. ‘안전’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보안은 부업으로서, 보이지 않게 녹아들었을 때 더 강력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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