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보안] 미국이 두려워하는 중국 ‘산업스파이’들의 정체

2025-01-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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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스파이 활동이 가장 거대한 위협”
중국 국공내전에 스파이 활용 공산당 승리의 역사
기술 탈취, 들키지 않으면 ┖실력┖으로 용인되는 현실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군사력으로 우위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전쟁뿐이니 양국은 무역전쟁으로 세계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산업스파이 활동을 통해 노골적인 과학기술 탈취, 특허권 침해 등의 ‘공작’을 중단하라고 상시 압박을 한다.


[이미지=gettyimagesbank]

미국의 중국 ‘스파이 활동’에 대한 포비아가 극에 달했던 것은 지난 2023년 초 미국이 본토 상공을 표류하던 중국의 스파이 풍선을 격추했던 사건 때였다. 최근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양국 관계가 스파이 풍선 격추보다 더 위험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스파이 활동을 두고 일촉즉발의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탈취’나 개인정보 빼내 가기 등의 산업정보보안에 대한 ‘포비아’가 얼마나 심하면 지난해 4월 중국 바이트댄스에 틱톡(TikToK)을 매각하거나 미국 앱스토어에서 빠지라는 법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틱톡이 미국인 절반에 달하는 1억7000만 명의 이용자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에서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한 ‘취임 선물’로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 연기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틱톡은 당분간 미국 내에서 ‘사망선고 유예’를 받게 됐다. 이처럼 양국의 무역 패권 전쟁은 스파이 활동을 앞세운 고도의 첩보전뿐 아니라 틱톡과 같은 실생활 도구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행적’을 면밀히 추적해 왔다. 그리고 학자들도 중국의 스파이 활동 특징에 대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전통적인 스파이 기법과 그 특징도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정부 관료들은 중국 정보기관(국가안전부(MSS), 중국인민해방군 군사정보부, 중국인민해방군 신호정보조직)들로부터 발생하는 심각한 위협들, 특히 경제적 기술적 스파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일찍이 2005년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첩부에서 관리자를 맡고 있던 데이브 새디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오늘날 미국에서 있어서 가장 거대한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비록 산업국가에게 있어 기술절도가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해도, 특히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서 부각되고 있다고 본다(William C. Hannas, James Mulvenon, Anna B.Puglisi 2019).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국가들에게 위협적이다. 2010년 MI-5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영국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스파이 활동 국가이다”라고 돼 있다. 독일도 “경제 스파이 혐의의 60%가 중국과 관련되어 있다”는 정보관계자 증언이 있다. 캐나다 또한 “중국은 우리의 방첨 프로그램에서 50%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 상공에서 발견된 ‘스파이 풍선’ 사건으로 중국 정보기관의 ‘공작’ 기술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중시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이 존재하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 중의 하나가 바로 스파이 활동 때문이라는 역사적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gettyimagesbank]

중국 공산당이 치열한 1, 2차 국공 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국민당 내에 심어 놓은 간첩 활동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전력 차가 엄청나게 났지만 그 열세를 극복하고 중국 본토 패권을 차지할 수 있게된 결정적 배경이 국민당 내부에서 암약했던 스파이 활동 덕분이었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중국 정부 정부는 지금도 은밀한 스파이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의 첨단 과학기술 분야 경쟁에서 게임이 되지 않던 중국이 지난 20여년 사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낼 만큼 기술 격차를 단박에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국공내전에서 활약했던 스파이들의 성공 사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국공내전 때 활약했던 스파이들을 추앙하고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는 그들을 ‘용담호혈 영웅’이라 불렀다. 용담호혈(龍潭虎穴)은 용이 사는 연못과 호랑이가 사는 굴이라는 뜻으로 용과 호랑이만큼 국민당 정보기관이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런 무서운 곳에서 암약했던 스파이들 가운데 국민당 정보기관에 직접 침투한 공산당 첸좡페이(錢壯飛), 리커눙(李克農), 후디(胡底)를 용담호혈 전삼걸(前三傑)이라 불렀고, 국민당 군(軍)에 침투한 슝샹후이(熊向暉), 천중징(陳忠經), 선젠(申健)을 후삼걸(後三傑)이라 불렀다. 중국은 지금도 이들의 스파이 활동이 중국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며 소설·드라마 등을 통해 국민에게도 알리고 있고 시진핑 주석도 그런 드라마들을 즐겨 본다고 한다(최성규 2024).

이처럼 중국의 스파이는 음습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건국의 ‘일등공신’으로서 일반 국민들에게도 ‘친근한’ 모습이다. 이런 중국 스파이들의 대중적 ‘인기’는 그들이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국가’를 위해 헌신하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이런 중국 스파이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 미국은 기술 유출 방어 차원에서 오랫동안 그들의 특징과 ‘공작 기술’ 패턴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 정보부가 미국과 러시아의 고전적인 정보수집 접근방식과 비교해 봤을 때, 근본적으로 다른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미국이 믿고 있는 중국 정보기관의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William C. Hannas, James Mulvenon, Anna B.Puglisi 2019).

첫째, 실력 있는 첩보원을 통해 공식적인 작전을 수행하기보다 많은 수의 비전문적 수집가들을 활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둘째, 훔친 기밀을 사지 않고, 기밀을 가진 사람들이 기밀을 내어 주도록 유도한다(이를 완성하기 위해 중국 정보기관은 공식적인 모집을 일절 하지 않은 채 목표물을 설득하여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기꺼이 여러 해를 기다린다).

셋째, 민족적으로 중국인 정보원 모집을 선호한다. 넷째, 문제가 있거나 상처받기 쉬운 성격의 사람들을 이용하기보다는 ‘좋은 사람’을 모집하는 것을 선호한다. 다섯째, 데드 드롭(dead drop:스파이 기술 중 하나로 두 사람 사이에 전해줄 물건이 있을 때 직접 만나지 않고 장소를 정하여 물건을 놓아두고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마약 거래 때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도 불린다), 비밀 통신과 같은 전통적인 첩보 기법을 이용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전통적인 스파이 기법은 실증적으로 반박될 여지가 많고 또한 그것으로 중국 첩보기술을 일반화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통적인 첩보기술과 다른 ‘변칙적’이고, 중국 고유 문화에 기반한 독특한 스파이 기술을 적시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러시아와 다른 중국의 독특한 정보수집 기법
현재 중국은 널리 알려진 자국의 전통적 스파이 기술을 역이용하는 작전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점에서 중국 스파이 활동은 현대적인 스파이 기술을 통한 전통적인 작전에서부터 거주지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기업가, 학생 등의 ‘아마추어 스파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수집 활동을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실 주권 국가라면 어디나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타 국가에서 활발한 첩보 활동을 비밀리에 전개한다. 중국만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첨단과학 기술이 산업스파이 운용과 그 활발한 활동에 의해 최근 20여년 사이 급속히 발전해 미국의 패권을 넘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첨단기술은 유출되면 그냥 ‘뺏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유출 피해국의 산업생태계가 파괴되고 국가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파이 고위험 국가’에 대한 견제와 적절한 제재가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국의 기술 탈취 사건 중에서 70% 정도가 중국과 관련이 돼 있다는 점은 중국 ‘스파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경계심을 고취시키게 한다. 애써 개발한 첨단기술을 빼앗긴 것이 ‘무능’으로 치부되고 몰래 기술을 빼내 가고도 들키지 않는 게 ‘실력’으로 용인되는 것이 현대 경제안보전쟁의 실상이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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