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이상섭 IT 컨설턴트] 지난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6월 14일 ‘추가적인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일정대로 전면 시행의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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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해온 ICT 업계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ICT 업계 중에서도 납기를 준수해야 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스타트업 업계가 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세이클럽’을 개발한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52시간 시행에 대해 ‘하향 평준화, 사다리 걷어차기, 그리고 조삼모사’라는 말로 비판하고 나서자 댓글들이 이어지며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남 대표가 불을 지핀 주제가 비록 개인의 페이스북 포스팅이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다뤄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남세동 대표의 요지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직원들에게 급여 이외에도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단순히 ‘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시간의 제약을 가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이다. 더불어 ‘지식노동에서는 일과 공부, 일과 취미의 구분이 힘든 경우가 많다’며, 지식노동에 있어서의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대표의 주장을 옹호하는 이들은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법을 지금의 노동환경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 지에 대해 주로 문제 제기를 했고, 반대하는 이들은 게임업계 등의 열악한 환경을 예로 들며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며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상섭 IT 컨설턴트[사진=보안뉴스]
최근 플랫폼 기업에서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다뤄진 바 있다. 이는 주로 플랫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한 입장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리에 관한 부분에 집중돼 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지식산업 시대의 ‘블루컬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 대표가 제기한 부분은 지식산업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ICT 기업의 노동자들에 관한 것이다. 남 대표는 이들을 단순한 노동자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고, 이런 주장에 적지 않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다만, 전체 ICT 기업의 노동자들이 모두 좋은 조건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주5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당시에도 지금과 거의 같은 논리로 ‘시기상조론’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우리는 이미 주4일제 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에 관한 소식을 심심찮게 접하고 있다.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주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OECD 국가중 최고의 노동시간이라는 불명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첫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하여 노사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의 틀을 짜는 것으로부터 ‘일’과 ‘삶의 질’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길에 나설 때다.
[글_ 이상섭 IT 컨설턴트]
[필자소개]
이상섭_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이커머스,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하고 현재는 IT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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