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수사만으로는 한계...전담TF 활성화 및 철저한 사전 예방교육 필요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국가기관은 국민에게 전화로 절대 돈을 어디로 이체하라거나 현금 찾아오라 하지 않습니다. 항상 의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조직 핵심인물들이 해외 도피하면서 발본색원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대검은 필리핀에서 국내 범죄 총책을 검거·압송했다. 최재만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52·부장검사)을 만나 수사 현황과 계획 등에 관해 묻고 들었다.
▲최재만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사진=보안뉴스]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 검·경 수사권 조정이 발목
최 과장은 부임 6개월이 지났다. 이번 인터뷰서 그가 꺼낸 첫마디는 ‘답답하다’였다. 최 과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폭력부분 수사 권한이 대폭 줄었다”며 “폭력단체 대부분이 피싱 등 민생침해범죄를 일삼는데,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작하는 인지수사를 아예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필리핀에서 압송한 보이스피싱 범죄자 대부분도 폭력단체 조직원. 하지만 수사권 조정에 따라 최 과장은 ‘수사권한’부터 확인해야 한다. 직접 수사는 막더라도 검찰의 경찰 지휘권은 유지했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최 과장은 “현재 전국 강력계 검사는 중앙지검에 5명을 포함, 총 14명뿐”이라며 “이 인력으로 급증하는 피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채권추심’이나 ‘단기고액’이라는 문구로 인출책 모집한다. 대검도 구인 사이트에 ‘보이스피싱’ 배너광고로 위험성을 알리며 맞불을 놓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최 과장은 “사기 치는 사람과 사기 시나리오 전문가가 따로 있다”며 “특히 범죄수익금은 가상화폐·가상자산으로도 악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서 검거되는 이들 대부분은 단순 현금인출책이다. 주요 피의자는 해외로 도피하는 만큼 범죄를 온전히 뿌리뽑지는 못한다. 따라서 해외 공조수사로 주범을 검거, 국내로 송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조직범죄과는 해외 수사에 더 집중하고 있다.
국제공조, 현지 수사관과 신뢰 기반 유의미한 성과
최근 조직범죄과는 필리핀 사법경찰(MBI)로 2명의 수사관을 파견했다. 이들이 필리핀 내 범죄정보를 우리측에 전달한다. 그러면, 보이스피싱 합수단은 영장을 발부해 피의자를 압송한다. 법정 구속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조직범죄과 수사관은 현재 태국과 필리핀에 파견돼 있다. 중국도 수사관을 신규 파견하기 위해 현재 공안 측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과 태국에서는 마약수사관도 함께 수사에 임한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마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최 과장은 “범죄자들이 해외 도피해도 대검의 실질적인 수사권이 미치는 만큼, 한국에 있는 것과 똑같다”면서도 “동남아 경찰 입장에서는 이들이 현지 카지노에서 판돈이 크고 외제차를 타는 등 씀씀이가 상당해, 검거 협조에 소극적인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대검에서 필리핀에 수사관을 파견한지 올해로 3년차. 필리핀에서는 파견 첫해인 2023년 1명 검거했다. 작년엔 4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벌써 한 달 남짓만에 15명을 검거하는 등 성과가 좋다. 그동안 대검이 현지 수사관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등 많은 공을 들여 성취한 결과다.
최 과장은 “이달 초 필리핀 현지를 찾아 이민청장과 법무부 차관, MBI 청장 등을 만나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때 항공료와 호텔비, 체류비 일체를 ‘특활비’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검거는 필리핀 세부까지 현지 경찰과 동행했는데, 비용은 모두 우리가 낸다”며 “검찰 특활비 축소 불똥이 애꿎은 수사현장에까지 튀고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무엇보다 ‘예방’, 다방면 공동대응 중요
보이스피싱 범죄는 ‘투자 리딩방’ 사기가 압도적이다. 최 과장은 “리딩방에서 뒤늦게 사기를 깨달아도 또 손을 뻗친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피해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범죄자는 돈이 궁한 이들의 아픈 곳을 후벼 판다. 그래서 보이스피싱은 수사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통신·금융과 연관성이 깊다. 이에 검찰은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통화 시 피싱 내용이 감지되면 ‘이 대화는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크다’라고 알리는 기능을 이통사 측과 준비중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 주도로 가상계좌를 대포계좌로 사용시, 금융질서 문란자로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마련했다. 이를 실제 적용하려면 특정인의 피싱 판결 사실확인을 위한 검찰 내 정보 공유가 먼저다. 따라서 검찰은 현재 관련법 제정을 최우선 추진중이라는 게 최 과장 설명이다.
서강대 법학과를 졸업한 최 과장은 2007년 사법연수원(제36기)을 수료, 이후 인천과 부산, 춘천, 대구지검 등을 돌며 각종 강력범죄 등 줄곧 현장수사를 도맡아 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교(현대고) 동기이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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