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 보호 등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기대
[보안뉴스= 이상섭 IT 컨설턴트] 국내 4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가 내년 3월부터 실시 예정인 ‘트레블룰’(Travel Rule)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반가운 일이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다. 국내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시행령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과 가상자산 주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100만원 이하의 가상자산이 전송되는 경우나 개인에게 전송할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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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은 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솔루션을 도입 구축하기보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는 가상자산산업의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새로 진입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원할 경우 문호를 개방한다고 밝힌 점은 더욱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렇게 설립되는 법인이 단순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가상자산산업 전반에 걸친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한국블록체인협회 등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금융당국 등과 다양한 협력 채널을 가동해 왔지만 그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특금법에 규정된 가상자산 거래소의 등록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4대 거래소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만큼 직접 당사자로서 보다 책임 있는 논의 채널이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섭 IT 컨설턴트[사진=보안뉴스]
더불어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을 둘러싼 다단계 금융사기와 같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업계 내부의 기준과 원칙을 정비해 금융 소비자로서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일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런 활동을 꾸준히 벌여 나감으로써 가상자산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을 벗어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6월 21~25일 열린 총회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이행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128개국 중 58개국이 가이드라인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중 52개국은 국제자금세탁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적인 정비를 마쳤으며 6개국은 가상자산사업자를 금지했다.
하지만 70여 개국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규제를 정비하지 않고 있어 자금세탁방지 등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형식적으로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법령 정비 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외려 이를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과한 표현”이라고 한 발 물러난 정도다. 그것도 청년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다분히 정치적인 코멘트일 뿐 근본적인 태도 변화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이 새롭게 설립될 법인을 중심으로 업계와의 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정식으로 열 필요가 있다.
앞으로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합작법인이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은 것에 다시 한 번 축하를 보낸다.
[글_ 이상섭 IT 컨설턴트]
[필자소개]
이상섭_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이커머스,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하고 현재는 IT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용어 설명]
트레블룰(자금이동 규칙, Travel Rule) :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거래소간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가 파악되도록 하는 국제기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 :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차단을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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