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O 등 현장 보안책임자들, 실무자 형사처분은 우리나라가 유일...결국 보안 약화 불러올 것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지난 19일 서울동부지검이 △빗썸 감사와 △여기어때 부사장, 그리고 △하나투어 본부장을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소흘히 해 피해를 불러왔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각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로 모두 외부 해킹으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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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그동안 기업과 기관의 보안책임자(CSO, CISO 등)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았던 ‘형사책임’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CSO나 CISO들은 이번 서울동부지검의 기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개인정보처리 기업의 보호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함께 엄정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정통방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양형규정을 보면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그 밖의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법인은 물론 법인 대표와 실무담당자를 형사처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선 개인정보 유출시 행정제재(과징금)는 각기 개인정보보호법 5억 원 이하(제4장 제34조의2), 정보통신망법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제9장 제64조의3)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제9장 제73조)을, 정보통신망법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제10장 제73조)을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의 행정제재와 형사책임 규정[자료=전승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문제는 이러한 형사처분 대상을 ‘법인과 대표자’에 한정짓지 않고 ‘종업원’에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바른의 전승재 변호사는 “개인에 대한 처벌은 처음으로 안다”면서,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행정제재, 즉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구성요건이 같은 개보법과 정통망법 위반죄로 형사처분을 기소하는 것이 당연히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다만, 법인뿐만 아니라 담당자 개인까지 기소한 것은 종전에 비해 이례적인데, 법 집행이 너무 엄격해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대표 단체인 한국CISO협의회의 최동근 회장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종업원이 해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형사처분을 하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면서, “도둑을 맞았다고 해서 도둑이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엄밀히 말해서 기업도 분명한 피해자입니다. 물론 실수나 몰라서 해커의 침입을 야기한 잘못도 있을 수 있지만, 해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고 기업, 심지어 기업의 보안담당자에게 법적으로 잘못을 묻는다면 누가 이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엄격한 벌금체계로 이름 높은 유럽의 GDPR도 법인이 아닌 정보보호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또 다른 CISO는 “이미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에 대해 법인이 아닌 개인까지 기소를 한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이러한 규제가 정보보호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규모가 작은 기업은 보안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보안사고가 날 경우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지적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를 맞아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CISO 겸직금지 등 CISO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인정보보호 책임자 기소는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6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사이버보험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보안책임자 형사처분에 대한 법안을 개정하려면 공론화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병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이버안전포럼 4차 컨퍼런스’에서 “개인정보보호 관계자들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에서도 그만큼의 절박함을 담아 발의된 관련 개정법을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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