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김성미 기자]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영향으로 미국발 보호무역 확대 기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한국산 세탁기와 부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시키고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등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다. 유럽도 안전과 환경 규격인증을 강화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 및 국내 중소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확대는 국내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급격한 경영난을 일으킬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진=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1990년대 이후 본격 진행된 세계화 흐름에 따라 무역거래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회복 둔화가 본격화되고,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반덤핑, 상계관세, 기술무역장벽(TBT), 위생검역 등의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탈퇴와 FTA 전면 재검토, 환율조작과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규제 부과 등으로 교역국과의 통상마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6년 신규 무역구제조치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TBT 및 위생과 검역(SPS) 등의 비관세장벽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여기에 사드보복 더해져 우리 기업의 근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 역시 전기전자, 기계 등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육성과 무역수지적자 해결을 위한 수입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수출형 中企에 악영향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는 국가간 통상마찰은 물론 환율전쟁을 유발해 세계경제 회복을 제한하는 한편, 한국경제에 주요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교역량 감소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거래 비용과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커질 경우 저성장 기조가 더욱 고착화할 수 있으며, 보호무역주의가 장기간 지속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구조가 높은 한국경제에 주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비가격 경쟁력이 약한 데다 특정 품목과 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교역 요건이 악화될 경우 급격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세계 경제 회복 지연과 소득양극화 심화 등으로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중소기업연구원은 이에 따른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나 유관기관 등을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해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정보 수집과 산업계와의 공유를 강화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제재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세계 각국 안전·환경 규제 강화
이처럼 세계적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안기업들이 사전에 대응할 것은 없는지 본지가 살펴봤다. 2017년 하반기 들어 ‘전기전자 해외인증 최신동향 및 대응방안 설명회’가 수차례 열리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 행사들은 최근 강화된 EU의 전기전자분야 안전성과 환경 관련 기술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로, 이 자리에서 설명회에서 전문가들은 전기전자 관련 분야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중국 등 주요 지역의 전기전자 기술규제 동향과 중동·베트남·러시아 등 신흥 국가의 인증동향 및 인증 취득 전략을 소개했다.
김학준 무역협회 회원지원본부장은 “비관세장벽을 통한 규제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우리 수출기업이 해외인증 동향과 환경 규제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세계 각국이 안전 및 환경 규제를 통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국내 수출기업은 관련 인증 제도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정부지원 등을 적극 활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RoHS 2, 규제 대상 확대...기술문서 대응도 필수
2014년 전후로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기술 융합 제품이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면서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제품에 함유된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ICT 제품 중 인체접촉에 따른 유해물질 우려가 가장 컸던 장비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로 이 제품부터 유해물질 표준화 논의가 시작됐다.
전기전자 기기도 장기적으로 인체 접촉이 많은 제품인 만큼 제조사와 협력업체간의 유해물질 감리감독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나아가 소비자 사이에서 법적규제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가지면서 국가나 국제 규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TBT의 일환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돼 왔으나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기존보다 강력해진 규제도 만들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EU의 RoHS(전기전자 제품내 유해물질 사용 제한 지침)이다. 우리 기업들은 10여 년 전 한-EU FTA를 체결하면서 RoHS 대응을 시작했다. 2013년 1월부터는 기존보다 강화된 2단계 규제(RoHS2)가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RoHS2와 RoHS1의 차이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규제물질이 6종에서(납, 수은, 카드뮴, 6가 크롬, 브롬계 난연제 2종)에서 프탈레이트 4종이 추가된 10종으로 늘어났다.
둘째, 규제 대상 제품이 예외 품목을 제외한 AC100A, DC1500V 이하의 정격전압을 갖는 모든 전기전자기기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기장치를 포함하는 인형 등 완구류는 물론 기계류, 전기설비, 전자장비, 개인보호장비, 압력장비, 라디오 통신 터미널 장비, 방폭 설비 등이 포함된다. 다만 기업 및 산업 환경을 고려해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과학적 기술적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는 분야는 유해물질 함유를 인정하거나 사용금지를 유예한다.
셋째, 규제 개정에 따라 단순히 균질 재질(Homogenious material)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자기적합성선언(DoC)만 하면 기존과 달리 기술문서와 CE 마킹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RoHS2 대상 제품으로 지침 요구에 적합한 경우에만 CE 인증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기술문서는 10년간 보관하고, 유럽 각 국가의 규제 감독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제출해야 한다.
이 지침을 어길 경우 제품당 최대 5,000파운드(약 7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밖에도 CCTV는 LVD(전기안전), EMC(전자파) 등의 지침을 준수하고 개별 유럽표준(EN) 규격을 충족하는 제품 설계를 해야 한다.
미국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NRTL(전기안전), FCC(전자파)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또 용도별로 방폭과 내진 인증도 받아둬야 사전 진출을 위한 인증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셈이다.
EU 개인정보보호법 5월 시행...사전 대응은
보안업체들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EU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도 사전에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올해 5월 25일부터는 EU 회원국 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를 역내외에서 처리하는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 법은 개인정보의 범위도 규정했다.
개인정보에는 나이, 성별, 주소 등 일반적인 식별정보 외에 종교와 인종, 보건, 유전정보, 생체정보 등이 포함된다. IP 주소, MAC 어드레스, 온라인 쿠키를 통해 식별이 가능한 정보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개인정보 활용과 유출시 알리는 것을 의무화했다. EU 시민의 개인정보 역외 이전은 제3국이 EU와 상응하는 수준의 정보보호체계를 갖고 안전한 보호 수준을 보장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아울러 삭제 요청권과 정보 이동 요구 권리를 통해 소비자가 개인정보 삭제나 서비스 사업자간 개인정보 이전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반드시 응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전년 글로벌 매출의 4% 또는 2,000만유로 가운데 더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GDPR이 모든 기업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EU와 연관 있는 기업이라면 미리 챙길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GDPR은 EU가 회원국 국민의 개인정보보호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규정으로 강제성을 갖고 있다. EU가 아닌 지역이나 국가에서 사업을 할지라도 EU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기만 하면 적용되기 때문에 EU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나 수출기업은 적용 유무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김성미 기자(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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