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비스, 본인확인 않고 개통으로 피해
직장인 박모 씨는 어느 날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연체대금 납입 독촉을 받았다. 연체된 상품은 박 씨가 사용하고 있는 회사의 상품이 아니었고, 박 씨는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요금을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다.
박 씨가 해당 사업체와 경찰에 알아본 결과 박 씨 명의로 개통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전혀 다른 주소로 돼 있으며, 서비스를 이용하고 요금을 연체시킨 사람은 그 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명의도용으로 인한 연체 사실을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뒤늦게 알게 돼 금융상의 불이익을 겪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14일 발표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피해구제사례를 보면 지난 한 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피해 1550건 중 명의도용 등으로 인한 연체 관련 분쟁이 5.2%에 해당하는 80건에 이른다.
인터넷서비스 가입 당시 서비스 사업체가 본인확인에 소홀히 했으며, 연체관련 정보를 신용정보회사에 넘기기 전 본인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자법에 따르면 이용자의 요금이 연체됐을 경우, 신용정보회사 등에 연체 정보를 넘기게 되는데, 관련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기 전 반드시 본인에게 이에 대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서비스 계약을 맺을 때에는 서비스 약관에 따라 반드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으며, 신분증 등을 통한 확인과 본인의 서명날인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박 씨의 경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신용정보회사의 채권추심통보를 받고 명의도용으로 인한 연체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체가 업체 간 과열경쟁으로 지나치게 적극적인 고객유치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고객의 개인정보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해지가 어렵고 요금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등 피해가 끝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서비스 관련 분쟁, LG파워콤이 최다
사업자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경제적 혜택을 미끼로 가입을 유인한다. 그리고 타 경쟁사로 고객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 해지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가입은 초고속, 해지는 초저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구제 사건 1550건은 2005년 794건에 비해 95.2% 급증한 수치이며, 이 중 계약을 해지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1,037건(66.9%)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 분쟁이 가장 많은 업체는 LG파워콤으로, 가입자 10만 명 당 30.6건에 이르렀다. 다음안 하나로텔레콤으로 10만명 당 17건이다. 지역 사업자는 11.6건, KT는 1.5건이다.
고객유치를 위해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경품과 관련한 분쟁은 전체 피해구제 접수의 24.3%에 달했다. 경품은 가입을 권유할 때 타사 해지위약금에 대한 보상 명목의 현금이나 백화점 상품권, 휴대전화 무료 통화권, 자전거·핸드폰·로봇청소기 등이며, 계약 만료로 해지를 할 때 가입시 지급한 경품에 대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계약을 해지할 때 발생하는 분쟁은 소비자는 약정기간이 만료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업자는 기간만료가 되지 않았다며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계약이 자동 연장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계약을 해지할 때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와 가입 당시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고 약속하고 해지를 신청할 때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사나 군 입대, 유학 등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어 해지를 요청해도 위약금을 청구해 발생하는 사건도 13.8%에 이른다.
소비자기본법에 의하면 계약기간 이내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해외이주, 장기유학의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
KT·하나로텔레콤의 이용약관에는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지역으로의 이전인 경우’에 한해 해지 위약금 면제를 인정하고 있다. LG파워콤은 군 입대도 포함하고 있지만 소비자기본법의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위약금이 없는 해지신청을 수용할 경우에도 사실관계 입증에 필요한 서류제출을 엄격하게 적용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서류제출이 불가능한 소비자들은 위약금을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가입신청서(계약서) 서면 교부 및 가입자 본인 확인 의무화 철저 이행 △계약관련 분쟁 시 사업자 입증책임 부담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 범위 확대 △계약해지 시 사업자의 단말장비(모뎀 등) 회수 책임성 강화 △연체정보 제공에 따른 가입자 확인절차 명확화 △과도한 경품지급 행위 자제 △기타 이용자 이익보호를 위한 이용약관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개선, 시정토록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국 사업자의 대리점(영업 위탁계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도한 경품 지급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경품고시 개정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