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가 군사분계선상의 적대행위 금지를 위한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한 잠수함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어 군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CNN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연안 방어용으로 개발된 1800톤 디젤식 로미오급 북한 잠수함이 연안에서 100㎞ 떨어진 동해 공해상에서 48시간동안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대화를 내건 우리 정부와 달리 북한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추가 실험, 연안 침투 등 비밀리에 잠수함 군사작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우리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iclickart]
잠수함은 유사 시 적 심장부에 대한 대지 정밀타격을 비롯해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해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비대칭전력이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로미오급 등 7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대수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우리 해군은 함정 톤수와 전함의 장비 면에서 월등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잠수함만을 비교해볼 때는 우리가 북한의 전력에 밀리고 있다.
미국은 핵추진잠수함 14척을 포함해 70여척을 운용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62대(핵추진잠수함 13척), 중국은 61척(핵추진잠수함 1척), 일본은 18척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정 중 상당수는 300톤급 미만의 잠수정에 가까운 소형 잠수함 또는 잠수정이다. 70여척 중 잠수함으로 분류되는 로미오급은 20여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상어급 소형 잠수함과 연어급 및 유고급 잠수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어급이나 연어급 및 유고급은 특수부대 침투나 기뢰부설 등 침투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북한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을 시작하면서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더 큰 잠수함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SLBM 시험발사에 사용해 온 잠수함은 2,000톤급인 신포급 잠수함이다. 북한은 2015년 5월부터 2016년 8월까지 4차례 SLBM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향후 SLBM 추가 시험발사뿐만 아니라 잠수함 작전능력 구비를 위해 정권 차원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은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2018년 9월까지 발사관을 2~3개 갖춘 새 잠수함을 개발하라고 노동당과 군부에 지시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SLBM 발사용 잠수함은 1발만 탑재하고 있어 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현재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함경남도 신포시 선박수리공장에 1만톤급 잠수함도 건조할 수 있는 대형 선박건조대(도크)를 건설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한은 기존 잠수함보다 더 큰 새 잠수함을 만드는 데 정권의 사활을 걸 정도로 군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북한 SLBM 위협에 대비해 우리 군도 잠수함 능력을 보강하고 있다. 현재 해군 잠수함사령부는 1200톤급 9척과 1800톤급 5척 등 총 14척의 잠수함을 실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향후 1800톤급 신형 잠수함 4대를 추가로 전력화해 2019년부터는 총 18척의 잠수함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잠수함 대수로는 북한에 한참 모자라지만 최첨단 장비의 현대식 잠수함이기에 북한과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전력이다. 1800톤급 잠수함은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어뢰와 수중매설 기뢰 및 하푼 대함유도탄 뿐만 아니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해성-3’을 탑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 군은 3000톤급 잠수함(장보고-Ⅲ) 건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장보고-Ⅲ 잠수함은 순항미사일보다 파괴력이 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직발사관을 갖출 예정이다. 2020~2024년 건조 예정인 장보고-Ⅲ 배치1 잠수함 3척에는 수직발사관이 6개씩 탑재된다. 사거리 500㎞ 이상의 ‘현무 2-B’ 탄도미사일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이후 전력화되는 장보고-Ⅲ 배치2 잠수함 3척은 각각 10개의 수직발사관을 탑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우리 군의 잠수함 전력은 북한 다 대수는 적지만 잠항시간이 훨씬 길고 성능 역시 우수한 편이다. 잠수함으로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신형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작전배치와 선체 고정식 소나(HMS)를 장착한 신형 호위함 건조로 적 잠수함 탐지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상초계기 추가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SLBM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대형 잠수함 건조에도 목숨을 거는 것은 우리의 원점타격 전략과 관련이 깊다. 수도권 내 포진된 북한 장사정포가 위력은 있지만 우리 군이 원점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고 반격을 할 경우 그 위력은 반감된다. 북한도 그들의 포 진지가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이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잠항하면 그 위치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더구나 대형 잠수함에 핵미사일까지 싣고 바다 밑을 유유히 다닌다면 우리에게는 상당히 큰 위협요소다. 원점파악은 시간이 생명인데 잠수함의 경우 상당히 파악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도 북한 잠수함의 전력을 예사로 볼 수 없는 비근한 예다.
그래서 우리 군은 아무리 작은 북한 잠수함이라고 해도 탐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군의 북한 잠수함 이상 징후 포착은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도발 의도를 파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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