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식 시장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보안뉴스 민세아 기자] 바이오인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정부서울청사 침입사건 이후 정부청사에 얼굴인식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 계기다. 지문인식이 주류를 이뤘던 출입통제시장에 얼굴과 홍채인식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면서 바야흐로 바이오인식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모바일 시장에 도입되며 바이오인식을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시장의 저변 확대를 가속하고 있다.

[사진=보안뉴스]
정부청사의 출입통제 보안이 한층 강화됐다. 공시생의 무단 침입 사태에 따른 조치다. 사건 발생 직후 정부는 행자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정부청사 보안강화 TF팀을 성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간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청사보안 강화 민간컨설팅단도 발족했다.
이후 TF팀과 전문가들의 검토와 논의 끝에 정부청사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입찰에 나섰다. 다양한 바이오인식을 검토했으나 얼굴인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인식 정확성과 빠른 처리속도, 비접촉식으로 위생적이었기 때문이란 것이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본부 방호안전과의 설명이다. 얼굴인식 시스템 사업자로는 시스원이 최종 선정됐다. 시스원이 인천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납품한 레퍼런스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올해 1월부터 2달간 4대 정부청사에서 얼굴인식이 적용된 출입통제 시스템의 시범운영을 거쳤다. 시범운영 초기에는 오인식률이 높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후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사진 현행화 과정을 통해 인식률을 높였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시스원의 얼굴인식 출입통제 시스템은 각각 서울청사에 26대, 과천청사에 29대, 대전청사에 19대, 세종청사에 112대로 모두 186대가 도입됐다. 이 사업에는 19억 9,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바이오인식 업계의 기회와 희망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공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바이오인식 업계의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높아졌다.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었던 출입통제시장이 바이오인식 매출 확대로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얼굴인식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오인식 회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우선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번 기획을 위해 만난 바이오인식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히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업체에 따라 자사의 올해 매출이 200%에서 1,00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지가 지난 3월 ‘세계보안엑스포(SECON) 2017’에서 참관객 7,14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업계의 기대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특히 얼굴인식과 홍채인식의 시장잠재력이 높다고 봤다. 응답자들은 홍채인식(27.01%)과 얼굴인식(26.44%)을 향후 보안산업을 대표할 바이오인식 기술 1위와 2위에 꼽았다. 다음은 행동패턴(25.07%), 지문인식(8.84%), 음성인식(2.68%)의 순이었다.
국내외 바이오인식 산업 동향
국내 바이오인식의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지의 자매지인 월간 시큐리티월드 조사 결과, 국내 바이오인식 매출액은 2016년 2,428억원으로 2018년에는 3,038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부문별 바이오인식 수요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채인식은 2015년 27억 4,200만원, 2016년 28억 5,100만원으로 매출이 3.9%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홍채인식의 시장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국내 바이오인식 시장에서 홍채인식은 가장 작은 부분을 차지했으나 2016년을 기점으로 음성과 정맥인식 등 다른 바이오인식을 앞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인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Tractica)는 세계 바이오인식 시장이 2015년 20억달러(2조 2,470억원)에서 연평균 25.3%의 성장률을 보여 2024년에는 149억달러(16조 7,401억 5,000만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봤다.
트랙티카는 향후 10년간 바이오인식 주요 구매자로 정부와 금융, 헬스케어 부문을 꼽았다. 바이오인식 중에서는 지문과 홍채, 음성인식이 가장 큰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오인식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출입통제를 위해서이며, 이 밖에 강화된 보안이 필요한 모든 산업이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랙티카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인식 기업은 모포(Morpho), NEC, 젬알토(Gemalto), 쓰리엠 코젠트(3M Cogent) 등이라고 밝혔다. 2015년 기준, 이들 4개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5.5%에 달한다.
국내 바이오인식 시장 주요 플레이어
이처럼 바이오인식 시장에 정부발 순풍이 불면서 국내시장에는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들 새로운 제품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문인식으로 국내 바이오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슈프리마와 유니온커뮤니티가 얼굴인식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금호석유화학, 퍼스텍 등이 얼굴인식으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부청사에 얼굴인식을 첫 번째로 납품한 시스원은 KCC정보통신의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 78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중 얼굴인식 매출은 약 100억원이다. 국내 물리보안기업 1위인 에스원도 올해 3월 열린 세계보안엑스포(SECON)에서 자사의 얼굴인식 제품 ‘워크쓰루게이트(Walkthrough Gate)’를 처음 공개하고 시장에 진입한다. 이 제품은 올 하반기 시장에 출시된다. 또 다른 얼굴인식 기업으로는 오이지소프트 등이 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얼굴인식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 금융결제원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표준 인증을 받아 최근 금융업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홍채인식, 갤럭시가 대중화 기폭제될까
얼굴인식과 함께 주목받는 또 다른 바이오인식은 홍채인식이다. 홍채인식은 갤럭시 노트7에 도입돼 큰 기대를 받았으나 배터리 폭발 문제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갤럭시 S8이 출시되면서 홍채인식의 대중화가 다시금 점쳐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갤럭시 S8에 홍채인식이 도입되면서 인식장비의 대량 양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제품단가를 낮출 수 있느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애플이 아이폰에 터치아이디를 적용하면서 지문인식 사용에 호감을 끌어냈듯,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홍채인식을 적용하면서 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대중화를 이뤄 낼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홍채인식은 탁월한 보안성을 갖췄지만 인식 속도가 느린데다 인식장비의 높은 가격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아 그동안 시장 도입이 미진했다. 일반인들은 접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갤럭시 S8에 홍채인식 기술이 탑재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 S8에는 얼굴, 지문, 홍채인식이 모두 적용돼 국내시장에서 공인인증서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바이오인식이 일반 소비자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시험대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8은 현재 모바일 바이오인식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금융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일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바이오인식 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기회
특히, 금융권의 바이오인식 도입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인식의 도입은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영업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12월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를 출범시키고,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금융표준을 만들었다. 해킹과 위·변조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고객의 바이오정보(등록 템플릿)를 보관하기 위해 이를 2개로 분할해 거래 금융회사와 분산관리센터가 각각 보관하고 거래시 분할된 정보를 합쳐서 인증하는 방법을 표준화한 것이다.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는 국내 59개 금융회사가 분담금을 출연해 만들었다.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바이오인식을 도입한 것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15년 정맥인식을 활용한 키오스크 단말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지문, 홍채 등 다양한 바이오정보를 활용해 모바일뱅킹의 거래 안정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 ‘바이오 공인인증 서비스’를 시행했다. 5월 중에는 기존 ATM에 장정맥 인증 센서를 부착해 카드 없이 손바닥으로 조회·출금·이체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시범 운용에 들어간다.
KB국민은행도 5월부터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장정맥 인증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상반기 중 보안 매체 없이도 비대면(모바일)을 통한 인터넷뱅킹 신규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 역시 로그인과 공인인증서를 지문으로 대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스마트뱅킹에서 지문만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갤럭시 S8 사용자의 경우 홍채인식으로 금융거래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조달청과 협력해 지문인증 모바일 전자입찰을 할 수 있는 지문인증 스마트카드도 내놨다. 지문인증 스마트카드는 이용자 지문이나 공인인증서가 IC 칩에 등록돼 카드 자체에 있는 지문센터로 신원확인 후 나라장터 전자입찰을 가능하게 해 준다.
홍채시장 선점 나서는 국내기업들
홍채인식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이렇다할 선두기업을 꼽기 어렵지만, 국내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많다. 그런 기업으로 아이리스아이디를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홍채인식 기술력을 보유하고, 인도정부 프로젝트에도 진출한 기업이다. 아이리스아이디는 2010년 인도의 주민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10억 인도인의 홍채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게 됐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남부 캘리포니아 통관항에도 당사의 홍채인식 시스템을 공급했다. 캐나다 출입국관리 보안 솔루션에도 아이리스아이디의 기술이 도입됐다.
아이리시스도 주목할만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휴대가 가능한 홍채인식 USB를 만들었다. 이 제품으로 FIDO UAF, U2F 등 글로벌 인증도 받았다. 아이리시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홍채인식에는 퍼지 해시(Fuzzy Hash)라는 강력한 보안 기술이 적용돼 해킹에도 안전하다. 이란 은행의 ATM(현금입출금기) 1만 5,000여대에 홍채인식기를 설치한 레퍼런스도 갖고 있다.
또 다른 홍채인식 기업으로는 이리언스가 있다. 이 회사는 카드가 필요 없는 무매체 결제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주요 워터파크, 공공기관 매점·식당, 병원 무인수납 시스템 등에 홍채인식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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