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민세아 기자] 배터리 폭발 논란으로 휘청했던 삼성이 갤럭시 S8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갤럭시 S8은 출시 전부터 기존 얼굴, 지문인식에 더불어 홍채인식까지 지원하면서 이슈가 됐다. 바이오인식 관계자들은 갤럭시 S8이 홍채인식 시장의 확대를 이끌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이폰이 지문인식을 보편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갤럭시 S8에는 지능형 가상 비서인 ‘빅스비(Bixby)’까지 탑재됐다. 아이폰 시리(Siri)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빅스비가 시리와의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갤럭시 S8을 직접 써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의 삼성 딜라이트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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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글로벌 홍보관인 삼성 딜라이트샵은 강남역 8번 출구 삼성전자 빌딩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다양한 IT, 모바일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이다. 기자가 삼성 딜라이트샵에 도착했을 때는 매장의 반이 갤럭시 S8로 도배돼 있을 정도였다.
갤럭시 S8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다. 큰 화면을 선호하는 기자는 갤럭시 S8+가 더 마음에 들었다. 아이폰 6S+와 갤럭시 S8+를 비교해보니 가로 폭은 아이폰이 조금 더 넓고 전체적인 길이는 갤럭시가 조금 더 길었다. 두께는 비슷했다. 아이폰 6S+의 두께가 7.3㎜, 갤럭시 S8+가 8.1㎜인데, 갤럭시 엣지(Edge) 방식의 테두리를 채용해서인지 갤럭시 S8이 특별히 더 두껍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화질은 전 모델보다 대폭 개선됐다. 영화 등 동영상 컨텐츠에 최적화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Infinity Display)’를 채용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전시돼 있는 갤럭시 S8에서 계속해서 영상이 흘러나왔는데 블루레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5.8인치 슈퍼 아몰레드 쿼드HD+(QHD+) 해상도의 18.5:9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가능한 일이었다. 카메라는 후면 듀얼 픽셀 1,200만, 전면 800만 화소다. 갤럭시 S8은 IP68 수준의 방수·방진을 제공한다. 또한, 갤럭시 S8은 비밀번호, 패턴, PIN, 지문·얼굴·홍채인식을 지원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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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8의 주요기능[사진=보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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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인식을 위해 사용자가 눈을 맞추고 있는 모습
[사진=보안뉴스]
홍채인식으로 암호 대체할까
바이오인식이 얼마나 잘 되는지 파헤치겠다는 결심을 하고 갤럭시 S8 앞에 섰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된 바이오인식을 체험할 수 없었다. 홍채인식만 체험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보안성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삼성 딜라이트샵 직원에 따르면 바이오정보를 등록해 화면이 잠겨버리면 다른 이용자가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보여주는 정도만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홍채가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가져다 대자 스마트폰 잠금이 풀렸다.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갤럭시 S8의 메인 화면에서 데모 앱을 통해 어떻게 홍채인식을 하는지 안내해 주기 때문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메인 화면에서 ‘홍채 스캐너(Iris Scanner)’ 아이콘을 눌렀다. 실제 홍채정보를 사용하지 않으며, 실제 홍채인식 시스템과는 인식 속도와 인식률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소개됐다. 얼굴과 스마트폰의 거리를 25~35㎝ 정도로 유지하고 화면의 원 안에 양쪽 눈이 들어오도록 위치를 조절하면 원활한 인식이 가능하다. 실제 홍채인식시에는 왼쪽 상단에 빨간 불빛이 들어온다. 거리에 따라 ‘멀어지세요’ 혹은 ‘가까이 오세요’라고 문자로 안내해 준다.
바이오인식을 이용한 삼성패스(SamsungPass)도 체험할 수 있다. 체험용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바이오정보가 등록돼 있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었다. 삼성패스 앱을 켜자 모바일 뱅킹과 증권 거래, 다이렉트 보험, 온라인 쇼핑, 진료 조회 등의 기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기자는 모바일 뱅킹을 선택했다.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로그인부터 해야 한다.
등록한 바이오정보를 기반으로 삼성패스 로그인을 할 수 있다. ‘삼성패스로 로그인’ 버튼을 누르자 홍채를 인식하라는 창이 떴다. 눈을 가져다 대면 로그인이 완료되고 나의 예·적금 내역이 뜬다. 이체를 하기 위해 입금 계좌번호와 이체 금액을 입력하고 이체 실행 버튼을 눌렀다. 홍채인식창이 켜졌다. 본인인증을 마치자 이체가 완료됐다는 창이 보였다. 이런 식으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간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 딜라이트샵 직원에 따르면 홍채인식을 등록하기 전에 혹시나 인식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비밀번호나 패턴 등의 방식을 먼저 설정해야 홍채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 홍채인식률을 높이려면 실내나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등록을 진행하는 것이 좋고, 안경이나 컬러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인식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홍채 등록과 인식은 아주 간단하고 순식간에 이뤄지며 한쪽 홍채만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홍채인식이 무조건 잘 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옆에서 삼성 딜라이트샵을 구경하고 있던 갤럭시 S8 사용자의 말을 들어보니 “빛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밝은 곳에 있을 때와 어두운 곳에 있을 때 인식 거리가 달랐고, 특히 어두운 곳에서 인식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빅스비는 아직 ‘진행형’
빅스비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Deep Learning)이 적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빅스비는 크게 비전, 보이스로 나눠진다.
빅스비 비전은 글자를 추출하거나 랜드마크 등 특정 장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하단의 빅스비 버튼이나 아이콘을 눌러 사용할 수 있다. ‘뷰파인더’에 피사체를 맞추고 ‘비전’ 아이콘을 클릭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지를 촬영해 글자를 추출하는 기능 면에서 제대로 글자를 추출하지 못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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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비전을 통해 글자를 추출한 모습[사진=보안뉴스]
빅스비 비전을 통해 갤럭시 S8의 성능표를 찍었다. 알파벳 S를 숫자 5로 인식하거나 ‘크기’를 숫자 371로 번역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불필요한 띄어쓰기와 줄 바꿈을 하기도 했다. 한글보다 영어가 글씨 크기가 작았는데도 영어를 한글보다 더 정확하게 추출했다. 태생이 바다건너 미국인 빅스비 기술을 한국화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추출된 언어를 번역하는 기능도 있다. 번역하고 싶은 부분을 드래그하면 원하는 언어로 자동으로 번역된다. 번역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글자가 작아서인지 원하는 부분 이외의 곳까지 함께 드래그가 돼 원하는 부분만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외국 여행시 간판이나 메뉴판을 알아보기 어려울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능인 듯하다.
이미지 검색 기능은 빅스비 비전을 통해 인식된 이미지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를 인식해 이와 유사한 이미지를 검색해 주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마치 구글 웹사이트에서 이미지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와인 애주가라면 탐날만한 기능도 있다. 와인 라벨을 인식해 와인 빈티지를 알려주고, 이와 잘 어울리는 음식, 랭킹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QR코드 검색도 지원한다.
음성인식 분야에서 이미 성능 인정을 받고 있는 애플 시리에 비해 빅스비 보이스의 성능이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음성인식률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손전등을 켜줘” 같은 간단한 명령의 경우 반응 속도가 매우 빨라 명령을 순식간에 수행했다.
갤럭시 S8 후면에 탑재된 지문인식 센서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말하거나 단어 단위로 말하는 경우는 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빅스비 보이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와이파이(Wi-fi)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매장 내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시끌시끌해지자 음성인식이 매끄럽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삼성 딜라이트샵 직원에게 물어보니 빅스비 보이스를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동영상 촬영, 통화 중, 음성 녹음, 초절전 모드, 긴급 모드 등 특정 상황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고 했다.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릴 적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술이 구현되는 것을 보니 완벽하진 않았지만 새삼 기술의 발전이 놀라웠다. 성능 면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였지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한다면 빅스비는 아주 좋은 기능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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