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와 하는 영어 공부 : 반대말 편

2014-08-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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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안’의 반대말은 사전에 나와 있지 않아
나만의 사전에 들어가 있는 단어로 유추해보는 ‘말장난’

[보안뉴스 문가용] 한창 영어공부를 할 때 Thesaurus라는 걸 구해다 쓴 적이 있었다. 사전의 일종인데 단어를 오로지 비슷한말과 반대말로만 설명해놓은 것이다. 가끔은 보통의 사전보다 훨씬 더 쉽게 단어의 뜻을 익힐 수 있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초보자에게 그리 유용한 책은 아니었다. 기본 어휘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한 단어의 뜻을 알기 위해 계속해서 사전을 찾고 또 찾아야 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비슷한 말이나 반대말로만 하는 설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기사에 지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사진

대신 Thesaurus에는 Thesaurus만의 독특한 장점이 있었다. 작문을 할 때 더 많은 단어를 활용해 ‘글빨 좀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였고,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우리의 말은 사전이 정의하는 반대말, 비슷한말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 반대말, 비슷한말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붙이는 것이 가능한 영역이었고, 실제로 Thesaurus는 빠르게 개정판이 나오는 사전이기도 하다. 즉, Thesaurus는 우리의 말글 습관 속에서 계속해서 편집되는 각자의 사전이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를 들어 good이라는 단어의 반대말은 보통 bad라고들 생각한다. 맞다. 사람에 따라 evil이나 mean 등을 추가로 떠올릴 수도 있겠다. 비슷한말은? nice, fine 등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토익 혹은 토플 점수에 따라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은 될 것이다.

기자 개인에게 good은 easy이기도 한데, 그 말은 이상하게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반대말에 difficult도 역시 없다. easy를 찾아봐도 good이 없다. 정말로 이상하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1) 사전이 불량이다 2) ‘good=easy’라는 공식은 철저히 나만의 공식이다, 두 가지이다. 이중에서 사전이 불량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이 사전을 쓰면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단어의 연관성은 ‘나만의 것’이라는 소리가 된다. 조금 생각하니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기사를 쓰는 게 업이다 보니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게 좋은 글’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왔던 것이다. 즉, “쉬운 게 좋은 것”이라는 걸 이 분야에 있으면서 계속해서 교육받았다는 것과 그걸 기자 개인은 삶으로 자연스럽게 살아왔던 것을 드러낸다(완성도는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기자도 아직 많이 배우는 중이므로).

이런 식으로 반대말과 비슷한말을 조사하다보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더 깊은 곳으로 생각이 흐를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보안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인 Security를 한 번 조사해보기로 했다. 일단 사전은 이 단어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여기서는 인기 온라인 사이트 링크를 대신 걸기로 한다(여기).

그런데 예상했던 단어들이 하나도 없다. 이 유명 사이트가 잘못 되었을 리는 없고 security에 대한 ‘나만의 인식’이나 ‘업계의 인식’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외신 기사 및 칼럼을 읽고 가공하는 게 업인 기자가 예상했던, 하지만 사전에는 없던 반대말에는 다음이 있다.

1. Privacy : Security의 반대말로 일선에 떠오르는 게 바로 이 Privacy다. 실제 ‘보안이냐 프라이버시냐’ 하는 양자택일 형태의 제목은 해외 칼럼에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보안에 대한 일반인들 혹은 일부 업계 종사자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과도한 보안은 내 개인 영역을 침해할 거라는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건 무지에서 오거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그럴듯한 심리 현상이라고 보인다. 모바일이니 사물인터넷이니 하는 것들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정보가 다량으로 생성되고, 그 속에 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기업이 먼저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모바일 및 사물인터넷에 대한 조치를 강하게 취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이 모바일 기기들은 대부분 개인 소유 물품, 즉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보안’의 반대말로 ‘프라이버시’가 먼저 떠오른다는 건 현재가 공적 보안의 영역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때라는 걸 나타낸다. 또한 그 합의점이 아직 도출되지 않은 과도기라는 뜻도 된다. 보안은 정말 프라이버시와 영역을 공유해야 할까?

2. Productivity : 다음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생산성’이다. 유출사고가 여기저기서 터지니 회사들마다 크든 작든 보안조치를 나름 취하고 있는데, 그걸 직접 실행해야 하는 건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직원들이다보니 ‘생산성’에 대한 우려가 같이 나오고 있다.

회사를 출입할 때마다 지문을 찍고 드나드는 것, 사외 메신저를 컴퓨터에 깔지 못하는 것, 개인 메일 접속을 못하는 것부터 정기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자료 백업을 받는 건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다. 그 시간을 모아 얼마든지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는 아직 보안 절차가 완전 자동화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 만큼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사회적으로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며 보안의 자동화는 어느 정도 안정된 직업군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또 한편, ‘생산성’이 보안의 반대말로 꼽힌다는 건 ‘사람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걸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거나 혹은 사람에 대한 보안을 제대로 이루어가고 있는 과장이라고 해석된다. 가지고 있는 걸 잘 지키는 게 결국 생산성의 일면인데 이를 분리해서 생각하니 보안이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고,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이런 보안 작업을 누군가가 꾸준히 강요하기 때문에 생산성에 대한 우려가 불평처럼 발생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자기가 있던 자리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지키는 습관은 공중화장실에서만 요구되는 게 아니고, 점점 실제적으로 생활 모든 부분에 와 닿고 있는 때다.

3. Usability : 보안의 다른 반대말은 ‘유용성’ 혹은 ‘편리함’이다. 2번과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 보안 전문 툴의 경우 사용자를 위한 편리한 인터페이스 등에 대한 고려가 다른 종류의 소프트웨어보다 평균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평균의 사용자들은 보안 일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하지 ‘나의 일’이라고 잘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단어가 보안의 반대말로 떠오르는 건 보안 툴들의 불완전성을 시사한다. 세상에 안전하다는 백신 및 보안 프로그램은 많은데 그 보다 더 많은 건 보안관련 사고 소식이다. ‘이거 설치해봐야 뚫리는 거 아니야?’하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마치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한국 소비자들이 “내 주민번호는 이제 공공재”라며 아예 포기한 것처럼.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모두가 보안 자체를 포기할 지도 모른다.

물론 완벽한 보안 툴이란 건 있을 수 없다. 공을 던지는 쪽이 치는 쪽보다 훨씬 유리한 게 세상 원리다. 그렇다면 ‘방어’를 툴 하나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직원 교육이나 정보 공유 등의 툴 바깥에서의 해결책들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움직임들을 녹여내는 툴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보안을 더 넓은 시각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는 때다.

다음 ‘반대말 편’ 기사에 어떤 단어가 등장할지, 얼마나 있어야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건 다 같이 만들어가는 거다. ‘나의 Thesaurus’에 어떤 단어가 추가되고 삭제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는 건 그런 궁금증 때문이다.

한편 후속기사로서 ‘비슷한말 편’은 없을 예정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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