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은 AI 신기술 안전한 작동 위한 필수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 재설정해야
[보안뉴스= 김기철 기술사]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지능형 연결성을 강조하는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팩토리 현장에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팩토리라는 명칭을 AI팩토리라는 명칭으로 공식적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스마트팩토리 현장은 빠른 속도로 AI와 IT기술이 확대 및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전환의 이면에는 기존 망분리 기반의 폐쇄망을 고려한 보안설계로 인해 심각한 취약점이 존재한다. 특히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산업용 제조장비 상당수는 납품된 지 15년 30년이 경과한 노후 장비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비와 결합된 산업용 PC의 O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이 종료된(EoS, End of Support) 윈도우 운영체제(윈도우XP, 윈도우7 등)로 구동되는 경우가 많다.

[출처: gettyimagesbank]
이러한 노후 시스템은 현대적인 사이버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으며 보안패치가 불가능하거나 최신 보안 솔루션이 설치되지 않아 공격자들에게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 2024년 발표한 세계경제포럼(WEF) 백서에 따르면 산업기업의 65%가 랜섬웨어 공격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중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고 한다. 제조 분야는 공급망의 핵심고리로서 공격시 파급력이 크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용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2025년말 자동차회사인 Jaguar Land Rover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영국의 주요 공장 3곳의 전면 중단했던 사례나 타이어제조사인 Bridgestone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2025년 북미공장의 생산이 일시 중단되었던 사고는 지능형 공장의 마비가 전체 생산망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입증한다.
스마트팩토리 현장에서 EoS OS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기술적 연속성과 장비의 긴 감가상각 때문이다. 특히 생산 중인 장비에 임베디드 되어있는 시스템은 생산차질의 이유로 업그레이드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OS는 마이크로소프트 확장 지원이 종료된 시점부터는 어떠한 공식적인 보호도 받을 수 없다. 2014년에 지원이 종료된 윈도우 XP경우 지난 10년 이상 발견된 모든 보안 결함이 영구적으로 열려있고 공격자들은 이미 대중화된 취약점 공격(Exploit)를 사용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 최신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 솔루션(EDR)이나 차세대 백신(NGAV)은 운영체제의 최신 커널 기능을 활용해 위협을 탐지하나 레거시 자산들은 HW리소스가 부족하거나 EoS OS의 문제로 설치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안 담당자들은 이러한 노후 장비의 위험성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교체나 업그레이드를 단행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이를 업그레이드 딜레마라고 부른다.
첫번째는 인증 및 규제 준수의 장벽이다. 의료기기나 반도체 제조설비, 화학공정의 제어기등은 특정 OS버전과 하드웨어 조합을 국가 기관이나 규제 당국으로 인증받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만약 보안을 위해 OS업그레이드를 한다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장비 전체에 대한 재인증 절차를 밟아야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은 기업의 막대한 부담이 된다.
두번째는 장비 제조사의 지원 중단이다. 20년전에 납품된 장비의 제조사가 이미 폐업을 했거나 구형 모델에 대한 최신 OS의 드라이버나 SW 개발을 거부하는 경우 장비 소유자는 보안을 위해 잘 동작하는 고가의 설비를 폐기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세번째는 가동 중단의 기회비용이다. 스마트팩토리 현장은 24시간 끊임없이 연속해서 돌아가야하는 공정이 많다.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해 몇시간이라도 라인을 멈추는 것은 분당 수천달러 이상의 생산손실을 의미한다. 특히 제조 공정의 보안을 강화했을 때 공정상 변화 발생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전체 제조 공정의 정합성을 보장할 수 없다.
스마트팩토리의 레거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 가이드라인은 IEC62443 시리즈에 집약되어있다. 이 표준은 산업 제어 시스템의 보안을 체계화하며 기술적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어려운 노후장비에 대해 보완적 통제(Compensating Controls)의 개념을 명시하고 있다. 레거시 환경에서 가장 권장되는 보완 통제 기법은 ‘Zone & Conduit’ 모델을 활용한 네트워크 격리이다. 노후 장비들을 논리적으로 격리된 구역(Zone)에 비치하고 해당 구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통신 통로(Conduit)에 방화벽이나 IDS/IPS를 배치해 허가되지 않은 프로토콜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논리적 구역에 노후화된 장비를 가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마트팩토리의 초연결환경에서는 USB나 제어시스템이 업데이트된 장비의 재설치 혹은 내부 접점을 통해 격리 구역으로 침투한 위협이 측면 이동(Lateral Movement)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의 보안 취약점을 고려해야한다.
먼저 노후화된 장비를 노리는 취약점 공격(Exploit) 코드가 네트워크 통해 전달되는 경우 가상 패칭(Virtual Patching) 솔루션의 심층 패킷 분석기술을 활용해 이를 식별 및 제거할 수 있다. 가상 패칭의 이점은 명확하다. 장비 가동 중단이 전혀 필요 없고 EoS OS에서도 제로 데이 공격의 방어가 가능하다. 별도의 가상 패칭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비의 CPU나 메모리자원을 사용하지 않아 제조장비의 성능저하없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두번째는 화이트리스트 기반으로 시스템 잠금 및 실행제어를 하는 방법이다. 노후 장비는 용도가 명확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NC 머신 제어용 PC나 검사 장비용 PC는 일정한 작업을 반복 수행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보안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허가된 특정 EXE, DLL 실행파일 외에 그 어떤 코드도 메모리에 로드될 수 없도록 강제하면 안티바이러스처럼 악성코드의 시그니처를 일일이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 랜섬웨어가 침입하더라도 해당 파일은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되지 않았으니 실행 자체가 차단된다. 시스템 잠금 기능은 USB같은 이동식 매체 사용을 물리적이나 논리적으로 차단하고 레지스트리나 시스템 변경을 금지해 시스템을 도입당시의 깨끗한 상태로 고정시킨다. 이는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공장 내 수많은 단말기들을 보호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세번째는 커널 독립형 보안 아키텍처와 제로트러스트의 도입이다. 전통적 보안 에이전트는 운영체제의 커널(Kernel)을 기반으로 동작한다. 하지만 공격자가 커널 취약점을 악용해 권한을 획득하면 보안 에이전트를 종료시키거나 우회할 수 있다. 커널 독립형 보안을 도입하면 OS와 분리된 별도의 격리환경에서 구동시킬 수 있다. 공격자가 EoS OS의 커널을 장악하더라도 독립된 공간에 있는 보안 에이전트에는 손을 댈 수 없고 에이전트는 외부에서 시스템 자원 접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 정책을 강제한다.
여기에 제로트러스트 원칙을 결합하면 노후장비에 대한 모든 접근 요청을 매번 검증하고 아이덴티티 기반의 동적 세그먼트를 적용해 자격 증명 탈취에 의한 측면 이동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네번째는 기술자 유지보수 전용 ‘Sheep Dip’ 시스템의 구축이다. 제로트러스트 보안체계나 응용프로그램의 화이트리스트 설정을 했더라도 장비의 컨트롤 시스템 업데이트 패치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장비에 USB를 연결해 바로패치하는것이 아니라 별도의 격리된 스캔 스테이션인 Sheep Dip을 거쳐야한다. 패치파일이 든 USB를 전용 키오스크에 연결해 멀티엔진으로 악성코드를 검사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한 뒤 승인된 데이터만 장비로 반입하게 해야한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SEMI E188표준을 준수해 악성 코드 스캔 절차를 이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만약 바이러스가 전파되더라도 바로 복구할 수 있도록 골든 이미지를 사전에 백업해 감염 전 상태로 시스템을 되돌려 생산을 정상화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김기철 기술사 [출처: 보안뉴스]
스마트팩토리에서 AI팩토리로의 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 기반이 되는 노후 제조 장비와 이에 설치 되어있는 EoS OS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수많은 기업이 AI팩토리 구축이라는 화려한 로드맵 아래 주요 생산 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나 FDC(Fault Detection and Classification)에 AI를 접목하거나 VLA(Vision Language Action)모델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신기술이나 새로운 장비의 도입은 비용과 생산효율의 문제로 이미 구축 되어있는 환경인 Brown Field에 먼저 고려된다.
신규 장비와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는 현장의 낡은 자산들과 보안 관리 체계가 가진 보안 부채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가 부실한 지능화는 결국 공격자의 침입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보안을 단순히 매몰비용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같은 신기술이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고 투자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해야한다.
EoS OS를 탑재한 수많은 생산장비와 망분리 환경에서 간과한 보안의 취약점들을 촘촘히 검토해야 AI기반의 지속가능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_ 한화모멘텀 김기철 기술사
-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미래융합기술원 AI분과 위원
-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평가자문 위원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평가위원
-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 정보관리기술사
[글_ 김기철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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