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로 인해 ‘보안’이 이제 전 산업에서 꼭 필요한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보안뉴스>는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김정덕 명예교수의 연재를 통해 일상과의 비유를 바탕으로 보안의 여러 이슈를 짚어보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보안 패러다임과 지속가능한 보안을 위한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연재목차 Part 2. AI 시대 보안 패러다임]
1. AI 시대의 그림자, ‘딥페이크 사기’를 경계하라
2. AI 시대, 번아웃 관리
3. AI 편향과 공정성, 보안에서 무엇이 다른가
4. 설명가능 AI와 인간의 최종 판단
5. AI도 인간과 닮았다
6. AI, ‘안전’과 ‘보안’의 경계를 허물다
7. AI 도입의 딜레마_기회와 위험 사이
8. AI 위험에 대한 2개의 거버넌스
9. 살아있는 AI 보안 거버넌스 구축
10. AI 보안의 새로운 지평_AI-SPM
11. AI 시스템 새로운 위험분석_STPA
12. 에이전트 AI 보안_GPS 전략
13. 에이전트 AI 시대_인간 중심 통제 설계
14. AI와 인간의 동맹_협업모델
15. AI, 보안문화를 재정의하다
[보안뉴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이 업무 현장에 미치는 엄청난 변화를 목격해 왔습니다. 효율성 향상과 자동화라는 AI의 긍정적 역할이 조직 문화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으나, 디지털 혁신의 이면에는 ‘AI 번아웃’(burnout)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AI와 공존하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피로와 불안으로, 과도한 번아웃 상태에서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직원들은 보안 의사결정이 잘못될 수 있으며, 데이터 유출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조직 전체의 사이버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자료: AI Generated by Kim, Jungduk]
급속한 AI 도입, 생산성과 번아웃의 양면
세계경제포럼과 여러 리서치 기관들은 AI가 반복적 작업을 줄이고 생산성 및 전략적 의사결정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제로 경영진의 절반 이상이 AI가 의사결정 품질을 높인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연구들은 흥미로운 역설을 드러냅니다.
아데코 그룹(Adecco Group)의 ‘미래의 글로벌 노동력 2024 연구’에 따르면, AI에 취약하다고 느끼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번아웃 비율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 비지어(Visier)의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5%가 AI가 업무량을 늘려 번아웃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믿는 반면, 38%는 업무를 줄여 완화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더 나아가 AI 생성 결과물 검수와 새로운 역할 부담으로 생산성이 감소했다는 경험자는 77%에 달하며, AI를 자주 활용하는 그룹이 오히려 번아웃에 더 취약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상충되는 보고서와 불확실한 전망은 AI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 변화에 따른 불안감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는 끊임없는 학습과 적응 압박이 심리적 번아웃을 유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 불안’과 ‘탈인간화’로 인한 위기에서의 대처법
AI 번아웃은 단순 과로가 아니라 학습 압박, 기술 격차 불안, 직무 안정성 우려, 인간 소외 등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인간 중심의 총체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첫째, 명확한 비전 제시 및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합니다. 기술 도입의 초기 단계에서 리더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영진은 “AI가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파트너”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AI 도입의 목표, 과정, 예상되는 변화, 그리고 직무 역할의 재조정 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또한, AI 도입 성공사례를 공유하여 긍정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째, 지능형 기술을 활용하여 업무 환경을 최적화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은 번아웃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와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를 활용해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직원들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집중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원의 동의하에 AI를 통한 업무 패턴 분석으로 번아웃 초기 징후를 감지해 해당 직원 면담 등 선제적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개인 맞춤형 역량 강화와 심리적 지원이 요구됩니다. 모든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동일한 속도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화된 지원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사적인 획일적 교육이 아닌 개인의 현재 직무와 기술 수준, 경력 목표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AI 챗봇 심리 상담, 멘토링 제도, 성과 보상 등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 변화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넷째, 신뢰 기반의 조직 문화 및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번아웃은 제도나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신뢰 기반의 조직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AI 도입을 주도하는 CIO와 직원 경험을 책임지는 HR 책임자가 긴밀히 협력해 AI가 조직에 잘 수용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수립해야 합니다. 근무 시간 외 알림 차단, 정기적인 디지털 디톡스 장려 등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명확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신뢰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AI 시대 번아웃은 ‘기술 관리’가 아니라 ‘인간 관리’의 과제

▲김정덕 중앙대 명예교수 [자료: 김정덕 교수]
AI가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끊임없는 학습과 업데이트’입니다. 삶의 질을 높여줄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동시에, 끊임없는 변화와 경쟁, 그리고 적응의 압박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직 리더는 번아웃의 원인이 단순한 과로가 아니라 “사람이 기술 변화에서 느끼는 불안과 소외감”이라는 걸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기술 도입의 전 과정에서 정신 건강, 세대간 소통, 인간 중심의 전략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때입니다. 진정한 AI 선도 조직은 결국 “기술 혁신의 속도”보다 “사람 중심의 도입과 관리”의 깊이가 조직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시대정신을,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_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필자 소개_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 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 전 JTC1 SC27 정보보안 국제표준화 전문위 의장 및 의원, 전 ISO 27014(정보보안 거버넌스) 에디터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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