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한세희 기자] “전략적으로 양자 기술을 육성하는 정부와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 연구기관이 공존하는 한국에서 양자 과학기술 협력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자비에르 페레이라 콴델라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최근 한국을 찾아 <보안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 양자 기술은 국제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콴델라의 양자 컴퓨터 및 양자 보안 기술과 한국의 IT 및 제조 노하우를 결합해 양자 우위 시대를 함께 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자비에르 페레이라 콴델라 CGO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료: 보안뉴스]

콴델라는 스핀 광자 기반 양자 컴퓨터와 양자 소프트웨어, 양자 보안 기술 등을 개발하는 풀스택 양자 기술 기업이다. 2017년 프랑스에서 설립됐다.

확장성, 에너지 효율 좋은 광자 기반 양자 컴퓨터
양자점 광원에서 나온 광자를 양자 컴퓨터 기본 연산 단위인 큐비트로 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여러 큐비트에 대해 필요에 따라 빠르게 얽힘 상태를 만들고, 광통신망을 이용해 양자 프로세서 사이에 빠르고 원활한 연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제조 과정에도 이점이 있다. 페레이라 CGO는 “광학 포토닉스 기반 기술이라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에 쉽게 통합할 수 있다”며 “현재 많이 쓰이는 초전도체 방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운용 가능해 전력 및 에너지, 운영 비용,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콴델라는 단일 광원 기반 큐비트 생성장치 ‘프로메테우스’와 확장성이 좋은 모듈 구조 양자처리장치(QPU) 등 하드웨어와 양자 회로 및 광학 회로 시뮬레이터 등 소프트웨어 도구, 원격에서 양자 컴퓨터에 접속하는 ‘콴델라 클라우드’ 등 양자 기술 전반에 걸쳐 제품군을 갖고 있다.


▲콴델라 광자 기반 양자 컴퓨터 [자료: 콴델라]

프랑스 에너지 기업 EDF가 댐이나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 안전 관리를 위한 피로도 시뮬레이션에 콴델라의 양자 컴퓨터를 활용했고, BMW가 자율주행을 위한 이미지 처리 향상을 위해 콴델라와 협력했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 인세레브로도 신약 소재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과 리간드 결합 연구를 위해 콴델라 양자 기술을 적용했다. 이들 모두 기존 고전 컴퓨팅으로는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쉽게 결과를 얻기 힘든 복잡한 연산을 필요로 하는 작업들이다.

한국 제조업에 양자 컴퓨터 적용...협력 시너지 기대
콴델라는 이 같은 양자 컴퓨터의 장점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산업 분야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국내 몇몇 대기업과 접촉하고 있기도 하다. 페레이라 CGO는 “에너지, 항공우주, 제약, 물류, 소재 등 다양한 분야 대기업이 연구개발과 업무에 양자 컴퓨터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의 결합이 추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콴델라 양자 컴퓨팅 기술 적용 로드맵 [자료: 콴델라]

기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고전 컴퓨팅보다 양자 컴퓨팅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이며 양자 기술 도입을 설득하고 있다. 그는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양자 우위가 2-3년 안에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기술 지원 정책과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 역량도 우리나라의 장점이다. 페레이라 CGO는 “해외 시장 진출을 검토할 때 ‘국가 양자 계획’을 갖고 정부가 양자 기술을 지원하는지 본다”며 “이런 정책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잇는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콴델라는 한국 지사를 두고 국내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의 연구 문화와 한국의 제조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현지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며, 국내 고객사를 지원한다는 목표다.

양자 보안으로 디지털 안전 강화
양자 기술은 보안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충분히 성능이 좋은 양자 컴퓨터가 나오면 RSA 등의 암호 기술에 기반을 둔 현대 암호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콴델라는 이에 대응, ‘양자 저항성’이 있는 프로토콜을 제공한다. 콴델라가 개발한 고유의 양자 난수 생성 기술을 바탕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완전히 무작위적인 숫자를 생성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작은 광학 칩에 구현한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도 개발했다.

프랑스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OVH클라우드는 콴델라 양자 컴퓨터를 구매하며 이 솔루션을 적용했다. 이 QRNG로 생성한 난수를 활용, 고객에게 제공되는 SSL 인증서 프로토콜의 양자 안정성을 인증한다는 계획이다. 콴델라가 OVH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양자 컴퓨터를 공급하고, 데이터센터 내 클라우드 데이터를 양자 인증 암호로 보호하는 것이다.

또 콴델라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로서의 양자 컴퓨팅’(QaaS)를 제공, 고객이 물리적 하드웨어 보안과 사용자 인증 등 보안 제어가 가능한 환경에서 양자 컴퓨팅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한국에서도 국방 및 사이버보안 분야 협력 관계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자비에르 페레이라 콴델라 CGO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료: 보안뉴스]

국제 협력으로 양자 기술 주도
양자 기술 협력을 통해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이 거세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란 기대도 보였다. 양자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양자 컴퓨팅 등 원천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양자 통신에서 강세다.

페레이라 CGO는 “유럽은 양자 기술 기초 연구와 인재 풀에서 강점을 지녔다”며 “양자 분야는 아직 어느 한 국가가 완전히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양자 기술은 국가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상호 협력을 통한 기술적 도약이 더 필요한 이중적 성격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비슷한 경제 규모와 기술력, 가치 등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혁신적 통합 양자 표준을 제시하고 양자 우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년이 되는 내년, 양국 정부 및 기업 간 양자 기술 협력도 새로운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세희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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