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칼럼] 특허무효율 낮추기, 지식재산 강국의 절대선인가?

2025-05-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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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무효율 최고 대한민국?...실상은 미국보다 낮아
IP송사 美로 들고 가는 이유, 따져 봐야


[보안뉴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대한민국은 2023년 기준 PCT(국제특허) 출원 세계 4위의 지식재산 강국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취약하다. 한국특허의 무효율은 44.4%로, 일본(11.3%), 미국(31.3%) 대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특허무효율 문제가 국가 경쟁력 차원의 심각한 문제이고, 특허청에서도 고부가가치 특허, 즉 명품특허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출원, 심사심판, 거래, 사업화, 수출 등 지식재산 생태계 전반에서 정책을 재정비해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자료: 연합]

특허 등의 지식재산 제도는 산업의 발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특허출원이 있는 경우 전세계에서 공개된 특허문서와 비교하여 해당 출원이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는 경우에 심사관은 특허등록을 허용한다.

즉, 기존에 이미 공개된 특허와 동일하거나 이로부터 쉽게 도출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해 출원한 특허는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전세계의 특허출원은 355만건에 이르며, 전세계의 공개된 특허문서는 3000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특허에 대해 검토를 하려면 키워드 검색 등으로 유사한 선행의 특허를 찾아내어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한정된 시간과 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지만,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특허제도는 등록이 안 되어야 마땅한 특허에 대해 등록 후에도 무효심판이라는 제도를 두어, 사후적으로 무효를 시킬 수 있다. 등록된 특허라도 무효가 되면 처음부터 등록이 안 된 것처럼 보는 소급효가 인정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무효율 44.4%라고 하면, 마치 이것이 한 해에 등록된 특허가 10건이라면 그중 4건 이상이 잘못 심사하여 등록된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무효율이 어떻게 추산되었는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무효율은 무효심판이 제기된 특허에 대해 무효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온 것을 기준으로 얼마나 무효가 되었는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오해의 우려가 있고, 한국 특허청의 심사가 매우 부실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결국 특허청 행정의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 무효심판을 청구하면 이에 대한 판단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및 대법원이 한다.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특허의 무효율은 얼마든지 달라지는데,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특허청의 관심은 심사를 철저히 해서 무효율을 낮추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

일본의 무효율이 2010년대 초반 50-60%에 이르렀지만 최근 11.3%에 이른 것은 일본 특허의 품질이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다. 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특허심파원과 법원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무효율을 미국의 무효율과 비교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통계와 이의 해석에 기반한 것인지 묻고 싶다. 미국 특허청의 2025년 1월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024년 한해동안 무효심판의 개시비율(institution rate)은 68%이며, 합의에 의해 절차가 종료된 비율은 32%이다.

여기에서 개시(institution)란 보통 무효심판의 청구서에서 청구인이 주장한 내용으로 보았을 때 무효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면, 초기에 바로 청구를 배척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제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특허의 무효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 받으려면 개시단계에서 무효의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이후 실제적인 심판의 심리를 통해 무효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다르므로, 무효율을 따질 때는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즉, 미국의 무효율은 개시단계를 통과하지 못 한 무효심판 청구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미국 특허청의 발표에 포함된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9월 30일 사이의 통계를 보면, 전체 무효심판의 청구 중 28%는 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72%는 개시된 것이고, 이 중 합의에 의해 절차가 종료된 경우는 전체 청구 중 32%이다. 따라서 최종 무효여부가 판단된 무효심판은 전체 청구 중 38%가 된다. 이 중 무효 결정이 난 경우는 32%이고 나머지 6%만 특허성이 인정되어 특허권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따라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발표된 미국의 특허무효율은 최종 무효 결정이 난 경우인 32%(발표 내용에서 미국의 특허무효율이 31.3%라고 하는 것은 통계의 기준시점에 따른 차이일 수 있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합의에 의해 절차가 종료되는 경우가 무려 32%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경우에 합의에 의해 무효심판의 절차가 종료될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무효심판의 대다수가 특허침해 소송이 발생한 경우 피고인 침해의심자가 해당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침해소송의 원고인 특허권자가 무효심판의 절차를 합의에 종료시키는 경우는 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는 침해소송 중원고와 피고가 합의에 이르러 라이선스 계약을 한 경우에 합의에 의해 무효심판 절차를 종료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빨리 피고와 합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다른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되면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무효를 막기 위해 특허권자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된다. 또한 다른 업체와의 소송도 같이 진행중인 경우,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되면 다른 업체와의 소송도 패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가 빠르게 무효심판 절차를 종료시키고 싶어진다.

이렇게 합의에 의해 소송이 종료되는 경우가 해당 특허의 무효가능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미국 특허의 무효율을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앞서 계산된 32%의 무효율에 합의에 의해 절차가 종료된 경우를 감안한 무효율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의 종료된 심판 청구건 중 최소 반 이상은 최종 결론까지 이르렀다면 무효가 될 수 있지 않을까(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만일 그렇다면 미국특허의 무효율은 최소 48% 이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세번째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논의에 문제는 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이 특허의 무효율을 낮추는 것이 능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특허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무효율이 높아 특허권자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손해배상액이 낮아서 소송을 꺼려해서 우리 기업들이 소송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미국 법원으로 가서 소송을 한다는 시각이다.

두번째 문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특허의 무효율은 오히려 미국보다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간의 특허분쟁은 미국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무효가 덜 되니까 미국에서 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
그렇다면 미국에서 분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국 법원으로 분쟁을 끌고 가는 이유는 미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큰 시장이니 경쟁사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손해배상도 더 크게 받을 수 있으며, 승소시에 홍보효과도 비교할 수 없게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법원의 풍부한 판례는 더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가능성을 높이며, 다른 나라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은 기업이나 개인의 특허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법원의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몰리고 있는 첨단분야의 특허권 확보 지원을 강화하고, 특허침해에 대한 법원의 단호한 태도와 함께 우리 사회가 다른 이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로 변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_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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