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음악] 김광진의 ‘편지’가 자꾸만 귀에 박히는 이유

2024-05-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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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를 보안 기자의 입장에서 들어보니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현 40대 아저씨들이라면 한 번씩 즐겨 들었을 법한 노래 중 김광진 씨의 ‘편지’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유명하다 하는 여러 후배 가수들도 이 노래를 부르고 리메이크 했으니, 아마 대부분 음악 청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곡인 것은 맞는 듯하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 곡을 즐겨 들었던 사람이라면 아마 이 곡에 얽힌 사연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김광진 씨의 배우자께서 결혼 전에 얼마 간 만났던 한 남성이, 이별의 편지를 써서 전달했고, 그 편지를 본 김광진 씨가 글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가 바로 이 ‘편지’라는 것을 말이다. 나의 아내에 대한, 나 외의 다른 남성의 애닳는 심정을, 이렇게 예쁜 곡으로 승화시키다니, 어쩌면 그 사연이 이 곡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성시경 씨의 경우, 이 노래의 매력에 대해 “아무도 김광진 씨처럼 ‘편지’를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 역시 그러하다고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전 양해를 구하는데, 그 이유는 부르는 사람이 이 노래에 담긴 감정을 감추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원곡자 김광진 씨는 무덤덤하게 혹은 담백하게 부르고 있는데, 그 담담함을 따라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시경 씨는 해당 영상에서 노래를 끝마치고 잠시 자신의 심장 쪽을 어루만진다. 이별을 앞둔 작사가의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였을 것이다.

노래를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이 노래의 가사가 전하는 아림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아무런 기교도 없는 가사가, 오히려 그 기교의 부재 때문에 가슴에 직접 와닿는다. 약간은 옛스러운 말투는, 마치 오래되어 잊혀진 그 때 그 시절의 구전동화를 그립게 듣는 느낌을 자아내고, 그 옛 이야기를 다름 아닌 내가 지난 세월 동안 살아냈다는 것이 생각나면서 이 노래는 김광진 씨 부부의 노래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노래가 된다. 여느 노래나 ‘자기 노래’가 되기는 하지만, 이 ‘편지’의 경우 오래된 그리움을 자극한 후 공감으로 이어진다는 순서 때문에 독특하다.

하지만 그 독특함의 정점은 성시경 씨가 언급한 ‘덤덤함’일 것이다. 가사의 그 애절함과 상반되기까지 한 김광진 씨의 건조한 창법은 곡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어 오히려 이 곡을 더 듣고 싶게 만든다. 이미 가사 그 자체로 감정이 충분하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한 자제력이 돋보인다. 감정 과잉의 곡들을 의외로 오래 듣지 못한다는 걸 어찌 그리 알고 잘라냈을까 싶다. 편지글을 적은 그 남자의 깔끔한 이별의 자세를 대변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을 아내로 맞을 수 있었던 자의 여유였을까.

보안 전문가들에게 요구되는 것 중 하나가 ‘공격자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것이다. 공격 경로가 ‘무수’로 표현해도 될 정도로 많으니 그 모든 걸 다 막을 순 없고, 공격자 입장이 되어서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을 선정하라는 뜻이다. 게다가 보안 전문가들이 가진 기술이나 해커들이 발휘하는 기술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에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주문자들은 생각한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입장 차이라는 게 결이 비슷한 기술만으로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공격자들의 입장을 ‘기술적’ 측면에서 상상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아닌 것들도 있다. 특히 공격자들의 ‘집요함’은 아무리 비슷한 해킹 기술을 가진 보안 담당자라도 쉽게 따라할 수 없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해야 자연스러운 것들을 공격자들이 실제로 해내면서 보안 담당자들은 허를 찔리곤 하는데, 반드시 성공해서 일을 이루고야 만다는 공격자들의 집요함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어’라는 느낌을 매번 거부할 수도 없다. 애초에 ‘무수히 많은’ 공격 경로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을 선정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방어력을 갖춰 효율적으로 조직을 보호하라는 게 ‘해커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주문의 핵심이다. 그러려면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내야만 한다. 모든 공격 경로에서 모든 최악의 수를 다 상상하는 건 ‘공격자의 입장이 되어라’가 아니라 다시 십수년 전의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예방하라’로 회귀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해커의 입장’이 되어볼 필요가 없다. 철통 같은 보안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동시에 허상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공격자의 입장을 상상해야만 하는 상황에 온 것이기도 하다. 완벽한 보안이 아니라 효율의 보안이 지금으로서는 대세이고, 이는 ‘보안 담당자라면 순수 정보 보호의 측면이 아니라 사업의 측면에서도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사업이라는 건 결국 효율을 극도로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광진 씨의 창법처럼 담담하고 담백하게 노래하라고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효율의 보안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철통 같은 보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다. 철통 같은 보안은 다다라야 할 목표 지점이고, 효율의 보안은 그 목표로 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 철통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효율의 보안’이 ‘효율’의 보안이 아니라 효율의 ‘보안’으로 유지될 수 있고, 효율의 보안이라는 방법론이 있기에 우리는 한계가 분명한 예산과 여론 안에서 계속해서 보안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김광진 씨의 창법이 감정 과잉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노래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건조함 때문에 가사를 쓴 이의 진심이 가감없이 전달되고, 편지에 담긴 마음은 살아남았다. 효율 추구의 보안이 지금 정의인 것 같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어떤 구멍이라도 언젠가 찾아내서 막아야 한다는 보안의 본질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건 오래 전부터 전해져와 사라지지 않을 보안의 구전동화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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