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왜 우리는 이렇게 지치고, 외롭고, 불안한가” 진화생물학이 답하다.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 — 700만 년을 달려온 몸에 새겨진 진화의 설계[출처: 소금나무]
하루 종일 화면 앞에 앉아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외로운가. 딱히 위험한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가. 출판 브랜드 소금나무(시간팩토리)가 펴낸 신간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 — 700만 년을 달려온 몸에 새겨진 진화의 설계’(배환국 지음)는 현대인의 가장 흔한 세 가지 감정에 진화생물학의 언어로 답하는 본격 인문 교양서다.
저자 배환국은 “한 동물의 모든 특징은 무엇을 먹고 어디서 사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생태학의 가장 단순한 원칙에서 출발한다. 인간도 동물이라면, 우리의 본성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70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맨발로 사슴을 쫓던 두 발 달린 사냥꾼으로부터 시작해, 새벽 한강변에서 러닝화를 신는 오늘의 우리까지 하나의 시선으로 꿰어낸다.
마라톤 선수는 왜 이어폰을 끼지 않는가
새벽 공원과 퇴근길 한강은 러닝화를 신은 사람들로 붐빈다. SNS에는 오늘 뛴 거리와 새로 산 운동화 사진이 넘쳐나고, 귀에는 어김없이 이어폰이 꽂혀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마라톤 선수들은 귀에 아무것도 꽂지 않은 채 42.195km를 달린다. 음악 없이 오로지 경쟁자의 발소리와 숨소리에 동기화하며 달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 장면을 단서 삼아, 인류가 본래 음악 이전에 함께 달리며 호흡과 발소리로 연결되던 종(種)임을 풀어낸다. 책에는 “오래달리기가 음악과 노래의 기원”이라는 흥미로운 진화 가설까지 담겼다.
발바닥 아치, 아킬레스건, 수백만 개의 땀샘 —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가설을 우리 몸 곳곳에 새겨진 증거로 차근차근 입증해 낸다는 점이다. 발바닥 아치는 스프링처럼 착지 충격을 에너지로 변환하고, 아킬레스건은 달리기에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을 담당하며, 수백만 개의 땀샘은 지구상 어떤 동물도 따라올 수 없는 정교한 냉각 시스템을 이룬다. 저자는 이 증거들을 생물학 교과서처럼이 아니라 과학수사대(CSI)의 추리극처럼 펼쳐 보인다.
동물원 사자처럼, 우리도 우리 안에 갇혀 있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좁은 우리를 맴도는 사자를 떠올린다. 타고난 본능대로 살지 못할 때 느끼는 공허함이 오늘날 우리가 겪는 감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고, 깊은 관계 대신 짧은 접속에 익숙해졌으며, 몸을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진단 위에 책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러너스 하이, 거울 신경, 마음이론 같은 최신 신경과학을 끌어와 “왜 움직이면 기분이 나아지는지”, “왜 누군가를 도우면 더 뿌듯한지”, “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마음이 가벼워지는지”를 한 발 한 발 짚어준다.
절망을 배울 수 있다면, 희망도 연습할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한층 더 멀리 나아간다. 사냥한 고기를 나누는 행위가 어떻게 최초의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냈는지, 모닥불 곁의 대화가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웠는지, 신과 종교는 왜 우리 뇌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이야기인지가 차곡차곡 쌓인다. 특히 “희망도 훈련할 수 있다”며 제시되는 ‘뇌의 희망 회로 5단계 ABCDE 기술’은 이 책이 단순한 진화 교양서를 넘어 자기성찰서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