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보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단순 자금 운반책은 왜 감옥에 갔을까?

2021-06-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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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익을 단순히 운반하는 운반책도 동일한 조직 구성원으로 분류해 처벌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수익을 피해자로부터 직접 건네받기 위해 ‘알바생’ 모집
단순 운반책도 사기방조 등을 이유로 징역 5년 이상 등 실형 선고할 수 있어 주의 필요


[보안뉴스 이상우 기자] 미국 TV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은 주인공 파이퍼 채프먼(테일러 실링 분)이 15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며 겪은 일과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주인공이 젊은 시절 만났던 연인 알렉스 보즈(로라 프레폰 분)는 사실 국제 마약 밀매조직에 몸담고 있었으며, 관계를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젊은 패기가 더해져 수만 달러의 마약 거래 자금을 운반하며, 연인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했다.


[이미지=넷플릭스]

하지만, 마약 밀매를 하는 연인과 이러한 과정에 가담했다는 부담감에 연인과 점차 멀어지게 됐고, 결국 고향에 돌아온다. 이후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된 연인 알렉스는 자신을 떠났던 일에 앙심을 품고, 파이퍼를 포함한 동료를 밀고했다.

주인공이 단순히 자금만 운반했기 때문에 큰 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단순 운반책 역시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서도 범죄 과정에서 자금 또는 운반 수단 및 그로 인한 수익금을 몰수하고, 마약류 종류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마약 같은 범죄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기 등의 범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보이스피싱 등 전화금융사기의 ‘단순 가담자’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얻은 수익을 대포통장에서 인출하거나 이를 전달하는 단순 가담자 역시 범죄조직원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대개 사기 혹은 사기방조로 기소 및 처벌된다. 이 과정에서 5년 이상의 징역을 구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의심스러운 비용을 단순히 옮기기만 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utoimage]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전화금융사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포통장 등을 마련하기 까다로워졌으며, 신고된 계좌번호에 대해서는 은행이 지급정지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다. 이에 범죄조직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숙박업소 객실이나 지하철 물품보관함 등에 두라고 한 뒤 수금책·운반책을 고용해 이를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범죄조직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체감 실업률이 높아진 틈을 타 ‘단기 고액 알바’라는 이름으로 운반책을 모집하고 있다. 생활비가 급한 청년층에게 돈을 전달해주면 수고비를 주겠다고 속인 뒤 피해자가 둔 돈을 가져와 범죄조직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실제로 검거되는 것은 범죄조직의 중책이 아니라 현장에 돈을 가지러 나타난 단순 가담자인 경우가 많다.

‘돈만 옮겼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접 피해자와 만나며 돈을 건네받으면서 자신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사기방조에 해당하는 범죄다. 실제로 지난해 보이스피싱 운반책에 대한 판결문 중 하나를 보면 “보이스피싱 범행은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고, 특히 피해금액을 현실적으로 건네받아 송금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범행 성공을 위한 필수적 역할이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고가 송금책으로 관여해 비록 방조행위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그 가담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범죄조직인지 몰랐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단순히 시키는 일만 했고, 이러한 자금 전달이 보이스피싱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대부업체가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수금 과정이라고 인지했을 경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단순히 가담했다가 적발된 이들 중에는 ‘고액 알바인줄 알고 일했을 뿐, 범죄에 가담할 생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한다.


[이미지=utoimage]

하지만, 법원 판례를 보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여러 단계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범행에 가담하는 자들 또한 순차적인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일부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즉, 피고인이 범죄조직에 대해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업무가 단순 자금 운반인 것과 비교해 큰 비용을 주고, 운반하는 자금에서 수수료를 나눠주는 등 평범하지 않은 근무 환경을 단순 아르바이트로 알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시 TV 시리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제목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해석하면 ‘주황색은 새로운 유행’이라는 뜻이다. 패션에서 검은색은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다른 색과 잘 어울리고,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드는 색상이다. 이 때문에 패션 업계에서는 ‘ㅇㅇ은 새로운 블랙이다’ 같은 식으로 올해 어떤 색이 유행할지 말하기도 한다. TV 시리즈 제목에서 주황색은 미국 죄수복을 의미하며, 이는 죄수복이 최신 유행이라는 일종의 언어유희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인구가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수많은 매장이 영업시간을 단축했으며, 이 때문에 매장에서도 직원을 줄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알바’ 자리를 잃고, 생활비가 급한 사람들에게 ‘고액 아르바이트’는 아주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라는 키워드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 블루 시대에 청년들의 유행이 죄수복과 같은 ‘푸른색’이 되지 않길 바란다.
[이상우 기자(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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