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테러라이브-13] 디지털 노마드,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되는 이유

2018-03-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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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만 세력이 ‘외로운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성 커져

[보안뉴스= 이만종 한국테러연구소 소장] 21세기는 새로운 유목민(遊牧民, Nomad)의 시대라고 한다. 캐나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30여 년전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 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노마드’는 ‘유목민’이란 라틴어로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디즘(nomad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사진=iclickart]

유목민은 원래 중앙아시아, 몽골, 사하라 등 건조·사막 지대에서 목축을 업으로 삼아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들을 말하지만, 현대의 유목민은 휴대전화, 노트북, PDA 등과 같은 첨단 디지털 장비를 휴대한 채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 가는 것, 곧 한자리에 앉아서 특정되고, 제한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행위를 지향하는 인간형을 뜻한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 이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은 이제 일상생활로 정착됐다.

최근 테러변화의 특징은 ‘테러의 노마드’화이다. 테러리스트가 되기 위해 굳이 중동의 테러캠프를 찾지 않아도 웹사이트를 통해 가상으로 AK-47에 대해 연구하고, 사제폭발물을 제작하는 등 테러지식을 습득한다.

2015년 미국 국회의사당 테러를 기도하다 붙잡혔던 20살 남성은 고교 졸업 후 직업 없이 부모에게 얹혀살며 주로 인터넷을 뒤지는 걸로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캥거루족’이었다. 그는 미국 국회의사당에 파이프 폭탄을 설치하고 의원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으며, 반자동 소총과 실탄 600발을 구입했다. 또한, IS의 전사가 되겠다고 시리아 국경을 넘어간 한국인 10대 청소년 김모군은 아랍인 ‘하산’이라는 자와 인터넷을 통해 접촉했다. 그는 집에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PC 게임 등을 즐겼다. 모두 평범한 청년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세뇌되어 테러범으로 돌변한 경우이다.

이는 일자리 부족과 글로벌 경제 악화로 생산적인 위치에 서지 못한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인터넷이 위험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극단 세력과 시간과 영토를 넘어 ‘접촉’하고 ‘결속’하면서 ‘노마드 테러리스트’ 또는 ‘외로운 늑대(lone wolves)’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소셜네트워크(SNS)을 이용한 선동과 포섭에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대표적인 국제테러단체는 IS이다. 지금은 비록 영토를 잃고 쇠락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로 세계의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터넷망 안에서 IS는 영구 존속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젊은이들을 선동에 이용하는 것은 이들이 다음 세대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영속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동과 유럽뿐만 아니라, 이제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테러의 일상화는 몇 년 사이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대거 늘어난 것과 맞닿아 있다. 이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가 보편화되면서 사회 불만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전환시키는 원격 조종이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테러 단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테러를 부추기는가 하면 폭발물 제조 등 테러 방법까지 알려준다. 이른바 디지털로 무장한 ‘노마드(유목민) 테러’가 전 세계 곳곳을 이전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 테러의 표적을 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SNS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장치가 테러와 결합되면 포착도 어렵고, 제어 수단도 마땅찮으며, 얼마든지 정부의 감시망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강국이며 게이머 천국이지만,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고 정부의 테러정책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노마드 테러’의 위험은 더욱 우려된다. 해킹, 디도스 공격 등 디지털 테러는 물론이고 SNS나 온라인게임 등을 이용해 젊은이들을 정신적으로 교묘하게 포섭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사회 불만 세력이 외로운 늑대로 출현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실업률을 줄이는 노력, 빈곤층을 줄이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전사의 꿈을 쫒아 ‘노마드 테러리스트’에 가담할 수 있는 또 다른 김군이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_ 이만종 한국테러연구소 소장·호원대 법 경찰학부 교수(manjong74@naver.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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