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테러라이브-14] 총을 드는 소년병사, 전쟁의 희생물인가?

2018-03-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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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소년병 징집 반대 의미 담은 ‘붉은 손의 날(Red Hand Day)’ 캠페인 전개

[보안뉴스=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 원장] 2016년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우간다 무장단체 지도자 ‘옹그웬’은 1980년대 후반부터 우간다와 주변국에서 반인도적 만행을 저지른 무장단체 ‘신의 저항군(LRA)’ 소속으로 LRA의 소년병에서 최고위 사령관 중 한명으로 성장했다. 그는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고문 등 70개의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옹그웬은 재판과정에서 자신도 어린 시절 반군에 납치돼 소년병으로 길러졌기 때문에 전쟁범죄의 가해자가 아니고, 오히려 그도 결국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사진=iclickart]

그래서 당시 ‘옹그웬’을 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한쪽은 “그 역시 9살 때 납치되어 고문을 당했고,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전투에 활용되었던 소년병이었다”고 동정하는 시각과 10만 명 이상을 살해한 악명 높은 전쟁범죄자라는 시각이 양분된 것이다.

문명의 시기이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대신 총으로 사람을 겨누는 법을 배우는 소년병사들이라고 부르는 18세 이하의 어린 병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대학교의 분쟁연구소는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무려 30만 명에서 50만 명의 아동이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 중의 3분의 1은 소녀들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성인에 비해 납치하기가 쉽고, 어리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있다는 것, 식량이 많이 들지도 않으면서도, 그리고 어리고 순수해서 저항하거나 이해력이 없다는 점이 쉽게 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그들 중 70%는 폭력이나 고문을 목격하거나 직접 당하고, 60%는 죽음을, 77%는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52%는 대량학살의 충격에 노출되며, 소녀들 경우는 45%가 성적 폭력을 당하고 전쟁 중에 사망하는 수도 27%에 달한다는 게 일반적 통계이다.

2차 세계대전인 1940년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 작전을 그린 ┖덩케르크┖라는 영화에서도 소년병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영화 속 해안에 투하한 흩날리는 폭탄의 잔해들과 연기와 널브러진 시체들 속에서 모래를 뒤집어 쓴 소년병의 절박한 얼굴이 나오는 장면은 전쟁의 질곡에서 소년병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소년병은 우리역 사로서 6.25전쟁 시에도 나타난다. 북한군은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점령지역에서 14~17세의 어린병사들을 강제징집하여 부족한 병력을 충당했으며, 남한 역시 적어도 2만 명 이상의 소년들이 참전해 2,464명이 전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UN이 검증한 수치를 보면, 분쟁지역에서 소년병으로 징집된 소년·소녀는 2005년 4,000여명 수준에서 2017년 7,734명으로 늘었다.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에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최소 135명의 어린이를 자살폭탄테러에 동원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봉쇄지역 어린이들이 인간방패로 전락해 저격수들의 표적이 됐다. 소말리아에서도 2017년 10월까지 어린이 1740여 명이 무장단체 등에 의해 소년병으로 징집됐다. 더구나 IS 등 국제테러단체는 어린이들을 자살폭탄 테러 공격에 이용하기도 했다. 실제 네다섯 살 정도의 아이가 작은 권총을 건네받아 포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수많은 세계인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상대로 세뇌 교육을 하고 군사훈련에 동원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보호 속에 자라야할 나이에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한 많은 소년병들은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심리적으로도 몹시 잔혹해질 수 있다. 그들은 총이 발휘하는 파괴력에 환호해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할 뿐, 낮은 정신연령으로 다른 아무런 이유 없이 종종 사람을 죽이고 불구로 만들고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결국 이런 활동을 한 소년들은 비록 강제로 전쟁에 참여했다 해도 집에 돌아가기가 힘들고 점차 끔찍한 어린 괴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UN은 매년 2월 12일을 ‘소년병 반대의 날’로 정하고 어떤 아이도 어른들에 의해 전쟁터로 나가서는 안 된다며, 일명 ‘붉은 손의 날(Red Hand Day)’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붉은 손’은 소년병 징집을 중단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의 상징이다. 그들은 종이와 현수막에 붉은 손의 그림을 프린트하고, 그 위에 소년병 징집을 중단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 넣는다. 또한 ┖총을 버리고 펜을 잡자(#DroptheGunPickUpthePen)┖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하기도 한다.


유엔의 ‘무력 분쟁에서의 아동 가담에 관한 아동권리 협약 의정서’는 18세 미만의 아동이 무력 분쟁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특히 15세미만의 아동을 전쟁에 참여시키는 행위는 전쟁범죄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무 대안이 없는 취약한 아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테러에 동원되는 소년병의 타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몸뿐 아니라 마음이 다치도록 아이들을 내모는 어른들이 언제쯤 이 잘못된 쳇바퀴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또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그리고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어떤 사랑을 나눠야 하는지 헤아려 본다.

더구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 땅에서 앞으로 우리아이들이 과연 전쟁 아닌 평화로 살아갈 수 있을지, 미래사회가 민주와 평등이 어우러지는 정치와 사회로 거듭날 만한지, 그리고 서로 아끼는 따사로운 꿈을 이룰 만한지 곰곰이 생각하고 자문해본다. 전쟁과 평화의 역사는 인류에게 결코 지워지지 않는 잔인한 흔적을 남기지만, 이제 우리는 다음시대를 살아갈 아동들에게 우리가 겪었던 아픔과 슬픔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평화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글_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 원장·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manjong74@naver.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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