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사 역량 향상 기대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가상자산, 암호화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민 생활의 편의와 산업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는 생성형 AI를 악용한 허위정보와 딥페이크 범죄, 가상자산 기반 자금세탁, 고도화된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증거 은닉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와 사이버 위협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6 국가디지털포렌식백서 [출처: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이처럼 범죄 양상이 지능화·정교화됨에 따라 디지털 증거를 정확하게 수집·분석하고 그 신뢰성을 확보하는 디지털포렌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포렌식은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에서 나아가, 침해사고 대응, 산업기술 보호, 사이버 위협 분석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국가안보와 디지털 신뢰사회 구축을 뒷받침하는 필수 역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경찰청, 국가정보원, 검찰청, 해양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검찰단, 국방부조사본부, 육군수사단, 국세청과 함께 ‘2026 국가디지털포렌식백서’를 발간했다. 이번 백서는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주요 이슈와 정책·제도, 기술, 산업, 인력 현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첫 국가 차원의 백서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전략적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악용 딥페이크 등 지난해 디지털포렌식 10대 이슈 분석
백서는 2025년 10대 이슈로, 지난해 디지털포렌식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변화로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른 신종 범죄 증가를 제시했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영상 조작, AI 음성 합성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자동화된 피싱 및 금융사기 등은 기존 범죄보다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SNS 사진과 졸업앨범 사진 등을 이용해 같은 학교 학생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고 이를 텔레그램 등을 통해 유포한 딥페이크 성범죄는 디지털 기술 악용이 국민 생활과 사회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법제도 분야에서도 디지털 증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 보장,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건 수사 제한, 관련 없는 자료의 삭제·폐기 등 절차적 통제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포렌식 수행 과정 전반에서 적법성과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백서는 △클라우드 포렌식과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 법제화 논의 △AI 시대 형사소송법 개정 및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따른 디지털포렌식 중요성 확대 △디지털포렌식 전문가의 사이버안보 분야 핵심 역할 확대 △암호화 해제와 모바일 포렌식 신뢰성 논란 △가상자산 체인 호핑 추적 기술 △디지털포렌식 KOLAS 민간영역 확대 및 해외 수사기관 숙련도시험 참여 △K-디지털포렌식 위크 2025 개최 등을 10대 이슈로 선정했다.
디지털포렌식 도구 도입 비용 부담... 일선 수사관에 대한 교육·훈련 강화 필요
이번 백서에 수록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디지털포렌식 현장의 지원과 투자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외산 포렌식 도구의 라이선스 비용과 매년 갱신·보급 비용은 기관 규모가 작을수록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관은 “신규 도구 도입 시 예산이 10% 이상 증액되어 부서 내에서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국내 디지털포렌식 도구 개발 역량 강화와 공공 수사기관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도구 보급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교육·훈련에 대한 수요도 높게 나타났다. 상당수 응답자는 도구 사용 교육 과정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수사관 대상 교육이 국가 또는 공공기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개발·보급 중인 DFT 등 국가용 디지털포렌식 도구가 예산 절감뿐만 아니라 기관 간 분석 역량 격차 완화와 표준화된 수사 기반 마련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백서는 향후 학계, 연구기관, 수사기관이 협력해 표준 교육과정을 발굴하고, 신규 인력 양성과 현직자 재교육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전문인력 기반을 강화하고, 현장 수사관의 실무 대응 역량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과학기술 표준 및 ICT 연구·개발(R&D) 표준 분류체계 반영 기대
현재 디지털포렌식 분야는 국가 과학기술 표준분류체계와 ICT 연구개발(R&D) 기술분류체계에서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분야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 기획, 기술 통계 관리, 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2026 국가디지털포렌식백서’는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제도, 조직, 기술, 산업, 인력 현황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백서 창간을 계기로 디지털포렌식이 국가 과학기술 및 ICT R&D 표준분류체계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관련 연구개발 기획과 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경찰청, 국가정보원, 검찰청 등 주관기관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2026 국가디지털포렌식백서’ 창간을 맞아 7월 3일 엘타워 데이지홀에서 ‘2026 상반기 국가 디지털포렌식 연구개발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간기관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황수훈 소장은 창간사를 통해 “디지털포렌식은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 디지털 주권을 지탱하는 핵심 분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AI와 양자 기술 등 미래 기술 환경 속에서 디지털포렌식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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