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특허 전시회에서, ‘IP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진화 선언
“AI가 이제 변리사의 책상 위로 올라왔다.”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제34회 일본 지재·정보 페어&컨퍼런스’(PIFC 2025)는 지식재산(IP) 업계가 맞이한 ‘격변’을 실감케 한 현장였다.
올해 PIFC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2개사·기관이 참가, 328개 부스가 마련됐다. 출품 솔루션과 강연 주제 역시 과거를 뛰어넘는다. 단순 특허 정보 전시회를 넘어, AI·브랜드·무형자산·글로벌 제도까지 아우르는 ‘IP 종합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확인시켜줬다.

▲도쿄 빅사이트서 열린 PIFC 2025 전시회장 전경 [자료: KAIPS]
생성 AI, 지식재산 실무 한가운데 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단연 AI의 전면 부각이다.
특허 조사와 분석, IP문서 번역, 명세서 작성 지원 등은 이제 기본이다. 여기에 연구개발(R&D)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스크리닝까지, AI가 지식재산 실무 전 과정에 깊숙이 파고든 솔루션들이 대거 공개됐다.
AI 번역 전문기업 ‘크로스 랭귀지’(CrossLanguage)는 실시간 데모를 통해 IP 전용 번역 엔진을 선보였다. 기존 일반 번역엔진 대비, 기술 용어·법률 문구의 정확성이 높아, 현장을 찾은 변리사와 기업 실무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참관객들은 “AI는 이제 변리사의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라며 AI와 인간 전문가의 협업 체계가 이미 현실이 됐음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형자산·브랜드·디자인, IP 경영으로 확장
올해 PIFC는 단순 ‘특허 정보’ 전시회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IP전략이 강조된 점도 큰 특징이다.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보호, 캐릭터 라이선싱, 무형자산 평가 등 다양한 세션이 마련돼, 지식재산을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 도구로 재조명하면서다.
특히 일본 현지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디지털 전환(DX) 등을 IP와 결합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특허권 확보를 넘어, IP를 무형자산으로 평가하고 경영 전략에 직접 반영하려는 흐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번 PIFC는 지식재산을 기업의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소루쿠 사이토 NTT데이터 부장은 “IP는 기술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기업 가치를 키우는 무기”라고 강조하며, AI와 IP의 결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지형 변화를 주목했다.
글로벌 IP동향 및 제도 변화 공유
컨퍼런스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특허청(JPO)을 비롯해 WIPO, 유럽 특허청(EPO), 미국 USPTO 등 국제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해 글로벌 지재 제도의 최신 동향을 전했다.
특허 심사 효율화와 국제 협력 강화, AI·데이터 관련 신규 제도 등이 다뤄졌으며, 참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재 전략 수립에 실질적 도움을 얻었다.
현장서 만난 일본 제조업체 특허 담당자는 “국제 제도의 변화는 단순한 법률 이슈가 아니라 해외 사업 생존과 직결된다”며 “이번 PIFC에서 얻은 정보를 경영진에게 바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패츠냅 부스 전경 [자료: KAIPS]
실무 중심 솔루션 전시, 한국과 다른 색깔
패츠냅(Patsnap)과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등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글로벌 IP분석 기업과 일본 현지 IP 툴 업체들은 데이터 시각화와 AI 분석의 최신 기술을 뽐냈다.
현장에선 실시간 데모 체험을 통해 기술 검증은 물론, 실제 업무적용 가능성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계약 논의가 오가는 부스도 적지 않았다.
국내 IP 관련 행사들이 개념과 담론 위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일본 PIFC는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솔루션 전시와 체험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IP업계는 이번 행사를 통해 AI·무형자산·글로벌 제도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식재산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향후 일본 IP는 기업의 연구개발과 마케팅, 브랜딩, 나아가 경영 전략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일본)=유경동 기자(editor@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