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주변4망(網)의 사이버 국제관계와 한국

2024-08-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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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네트워크 발상, 미·일·중·러 주변4망과 협력 등 글로벌 공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주변4망의 사이버 국제관계 속 한국의 ‘사이버 국가책락’에 대한 고민 필요한 때


[보안뉴스= 김상배 한국사이버안보학회 회장] 사이버 안보는 이제 국가전략의 핵심 사안이 되었다. ‘정보보호’나 ‘시스템보안’의 기술·공학 시각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국가안보’를 다루어 온 국제정치학 시각에서도 그러하다. 사이버 안보가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중 갈등의 주요 쟁점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미지=gettyimagesbank]

최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이버전(戰)은 물리적 전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대만해협의 위기 시마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은 큰 변수로 거론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행보의 이면에는 해킹 공격을 통해서 벌어들인 자금이 있다. 그야말로 사이버 안보는 전통적으로 한반도의 외교안보 의제를 구성했던 미·일·중·러 네 강대국의 국제관계 속에서 고민해할 국가전략의 논제가 되었다.

그러나 사이버 안보의 국제정치를 ‘주변4강(强)’이 부국강병을 추구하며 ‘세력균형(balance of powers)’의 지정학적 시소게임을 벌이는 기존 국제정치학의 비유로만 담아낼 수는 없다. 일국 차원에서 사이버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과 방어의 밀고 당기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사이버 안보의 지정학은 이러한 ‘단순지정학’이 아니라 영토 공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연루된 ‘복합지정학’의 성격을 지닌다. 또한 사이버 안보는 일국 차원의 역량과 전략 이외에도 이들 국가가 형성하는 양자-삼자-소다자-다자 등 국제관계의 다층적 네트워크, 즉 ‘세력망(Network of Powers)’ 속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가 됐다.

이러한 와중에 네트워크의 빈틈을 공략하고 전략적으로 입지를 굳히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유리하게 활용해야 할 문제가 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주변4강’ 대신에 ‘주변4망(網)’이라는 용어를 제안해 본다.

사이버 안보는 전통안보와 그 속성이 다르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이버 안보는 미시적 차원의 ‘안전’ 문제가 집단의 ‘보안’ 문제를 거쳐서, 가장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국가의 ‘안보’까지도 거론케 하는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문제의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전통안보 분야에서 주로 동원되던 ‘단순 방어’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예방-치료-복원’의 좀 더 복합적인 거버넌스의 메커니즘이 요구된다. 참여 주체라는 점에서도 복합위협의 성격을 가진 사이버 안보는 국가 행위자가 혼자서 풀어가기 어려운 종류의 난제이다.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정부 이외에 민관협력을 통한 기업과 사회,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주변국이나 국제사회와의 초국경 협력도 중요하다. 국가가 중심이 되어 안과 밖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새로운 국가 모델, 즉 ‘네트워크 국가(Network State)’의 발상이 필요한 분야이다. 그렇다면 주변4망 사이에서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한미동맹의 구도에서 보는 사이버 안보협력의 강화가 제일 큰 과제이다. 그런데 주변4망 국제관계론의 시각에서 보면, 사이버 동맹을 논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한미관계는 단순히 ‘강화론’의 관점에서만 볼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펼치는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전략의 네트워크 구도 속에서 한미관계의 본질을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구도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통합억지’와 한국이 원하는 ‘확장억제’가 상정하는 사이버 억지는 다를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한미관계는 단순 군사동맹을 넘어서는 복합 상호의존의 관계로 발전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이버 안보협력은 한미관계의 ‘링크’만 강화해서 달성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최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오커스(AUKUS), 나토(NATO) 등과의 사이버 안보협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더 나아가 아세안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의 사이버 안보협력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근 개선된 한일관계의 구도에 사이버 안보협력을 제대로 착상시키는 문제도 주변4망론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2차대전 이후 미일동맹은 미국이 추구한 동아시아 전략의 주축을 이루었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적극적 대응에 힘입어 사이버 안보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도 그 협력의 기조가 투영되고 있다.

이러한 미일관계의 구도와 앞서 언급한 한미관계의 양상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한일관계는 ‘약한 고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최근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통해서 국제협력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고 그 안에 사이버 안보를 포함한 첨단기술 협력이 포함됐다.

향후 한일관계는 한일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한미일 관계와 여타 소다자 협력체,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도 염두에 두면서 그 방향과 내용을 고민할 문제다. 특히 아세안(ASEAN)을 매개로 한일 또는 한미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그리고 또 다른 삼각관계인 한일중 관계나 북중러 관계와의 중첩과 대립의 구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 사이버 안보의 주변4망 구도에서 한미관계나 한미일 관계가 강화될 경우, 파생될 가능성이 큰 빈틈은 한중관계이다. 최근 중국의 사이버 위협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동맹전략에 보조를 맞추면서 한국이 어떠한 입지를 추구할지가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사이버 공격은 다양한 패턴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사이버 영향력 공작의 수행이 큰 논란거리다.

중국은 사이버 군사전략의 정비뿐만 아니라 사이버 외교의 수행 차원에서도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적 연대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단지 사이버 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디지털 패권경쟁 관련 분야 전반에서 다층적인 표준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사이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전략적 고민은 단순히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해서 미국과 공동으로 대처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특히 미국의 안보 요구를 따라가면 한중 경제협력의 기회를 놓치게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이 북한과 밀착하게 될 빌미를 제공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담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의 문제는 큰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주변4망의 국제관계 중에서 가장 소홀히 다루기 쉬운 링크는 한러 관계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리전과 사이버전이 적극 결합하는 양상을 보여주었으며, 사이버전이 우주전이나 인지전 등과 같은 여타 미래전의 양식과도 연계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버 안보의 시각에서 보아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대결의 구도는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 대 나토로 대변되는 서방 진영 간에 형성되었다.


▲한국사이버안보학회 김상배 회장[사진= 김상배 회장]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던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나토의 적극적 대응으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사이버 전략은 사이버 공격의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중러 연대를 포함한 사이버 외교의 추진, 그리고 사이버 국제규범의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 등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서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할 중요한 변수이다.

이러한 ‘러시아 변수’는 한국에도 사이버 안보협력의 지평을 확장해야 할 큰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서방 진영, 특히 나토와의 관계 설정이 최근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북러 관계의 밀착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면서 한러관계의 관리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다.

한국 사이버 안보전략의 1차적 목표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임은 물론이다. 랜섬웨어 공격이나 암호화폐 해킹, 사이버 영향력 공작 등 날로 교묘해지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적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법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사이버 안보는 자강의 전략만을 통해서 달성될 목표가 아니다. 또한 공격과 방어의 당사자인 남북한의 양자구도에서만 볼 문제도 아니다. 좀더 입체적인 네트워크 발상을 갖고 미·일·중·러 주변4망과 협력하고 여타 동지국가들과 연대하며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공간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문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형성하는 국제관계와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과 모색하는 국제관계가 어떻게 경합하고 또는 중첩되면서 사이버 안보의 영역으로 투영되는지를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4망의 사이버 국제관계 속에서 글로벌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사이버 국가책락(Cyber Statecraft)’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글_ 김상배 한국사이버안보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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