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에서 보낸 것처럼 보이는 OTA 메시지, 무조건 신뢰해서는 곤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링크가 삽입된 문자 메시지를 사용해 일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이메일, 디렉토리 서버 등과 같은 기능을 공격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최근 발견됐다. 보안 업체 체크포인트(Check Point)가 연구해 발표했다.
[이미지 = iclickart]
공격에 사용되는 건 OTA 권한설정 메시지(OTA provisioning message)들이다. OTA 권한설정 메시지란, 통신사들이 특정 환경설정 항목들을 고객 전화기에 적용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실제 도입되는 부분에 있어 일부 안드로이드 폰 브랜드에서 결함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악용하는 것이 이번에 체크포인트 연구원들이 발견한 방법이다.
체크포인트의 연구원인 슬라바 마카비브(Slava Makaveev)는 “OTA 권한설정 기술을 사용해 무선 접근점 프록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트래픽을 가로채는 공격법은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지만, 모바일 폰의 이메일을 가로채는 공격법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일부 안드로이드 폰의 설계 오류에 기인합니다.”
이 공격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경우, OTA 방식으로 진행되는 어떤 업데이트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OTA를 신뢰하도록 설정되어 있는 폰들이 많다. “삼성 폰의 경우 아무런 인증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MMS 메시지 서버, 인터넷 트래픽용 프록시 주소, 브라우저 홈페이지와 즐겨찾기, 이메일 서버, 연락처 및 캘린더 동기화를 위한 디렉토리 서버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니, LG, 화웨이 전화기들은 삼성보다 조금 나았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약간의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 업체에서 나온 장비들에서 이 공격을 성공시키려면 전화기에마다 고유하게 부여되는 IMSI를 알아야 하는데, 이 번호를 훔쳐내는 것은 해커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IMSI 없이도 공격을 성공시키는 방법도 발견됐다. “IMSI를 훔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해커들이 모든 IMSI를 다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그게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공격자는 표적이 된 피해자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마카비브가 말하는 문자는 다음과 같다.
1) 통신사가 보낸 것처럼 위장된 문자 메시지로, 내용은 “오픈 모바일 연합(OMA)의 클라이언트 권한설정(CP)을 진행하겠으니 임의의 네 자리 PIN 번호를 입력해달라”는 것이다.
2) 그리고는 사용자가 입력한 PIN으로 인증했다고 하는 OMA CP 메시지를 발송한다.
이렇게만 보면 속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가입한 통신사에서 온 문자처럼 보이니 모든 걸 허락하기가 쉽다. 마카비브는 통신사에서 보낸 듯한 문자 메시지를 무조건 신뢰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의 근원은 바로 이 ‘신뢰’다. 통신사가 보낸 것처럼 보낸 문자나 데이터는 무조건적으로 신뢰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OTA 권한설정은 안드로이드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통신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구축해놓은 것이죠. 그래서 OMA 측에서 CP라는 표준을 정립한 것이고, 통신사들 대부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OMA CP 자체가 보안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닙니다. 인증과 보안 옵션이 매우 취약하죠.”
실제로 체크포인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수의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이 취약한 표준을 취약한 채로 구축해 사용하고 있었다. 삼성에서 만든 모바일 전화기의 경우 위에서 말했듯이 인증 과정을 아예 생략하고 있었고, 화웨이, LG, 소니는 IMSI만을 사용한 인증 과정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래서 통신사에서 보낸 OTA 메시지 같지만,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는 겁니다. 이걸 노리는 것이 그래서 가능한 거고요.”
체크포인트는 지난 3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각 제조사에 알렸다. 그래서 삼성은 5월에 패치를 발표했고, LG는 7월에 픽스를 내놨다. 화웨이는 아직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지만, 다음 발표될 제품부터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니는 보안 문제가 아니라고 자체 판단했다. 따라서 패치도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환경의 특성상 패치가 최종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다는 게 마카비브의 의견이다.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는, 먼저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장비 제조사가 패치를 개발하고, 통신사의 허가를 거친 후에야 사용자들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최종 사용자들의 패치 비율은 낮은 편이죠.”
마카비브는 “삼성과 LG 핸드폰의 사용자들이라면 당사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가 패치를 받아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화웨이와 소니 핸드폰 사용자라면, 위험을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자체에서 패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거든요.”
3줄 요약
1. 삼성, LG, 소니, 화웨이 폰에 침투에 여러 기능의 설정 내용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공격법 발견됨.
2. 문제의 근원은 통신사에 대한 사용자들과 장비 제조사의 신뢰. 통신사가 보낸 것처럼 문자 메시지 보내 사용자들을 속이는 게 핵심.
3. 삼성, LG는 패치 발표. 소니와 화웨이는 패치 하지 않을 예정.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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