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원병철] 지난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으로 영업비밀 및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보안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영업비밀과 산업기술의 보호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한국특허정보원 영업비밀보호센터나 산업기술보호센터 등 정부의 지원책도 마련되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잘 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중소기업들의 기술보호 상담을 일원화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상담센터’를 개소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개소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는 그동안 법안별로 각 부처에서 별도로 운영하던 기술보호 상담센터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중기청은 상담센터의 운영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게 일임하고, 부경법 상의 영업비밀 보호와 하도급법 상의 기술 자료와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통합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필요시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과 경찰청 등과의 연계도 가능하도록 해 보다 심층적인 상담과 지원방안을 구축했다.
195명 전문가 풀 통해 상담 진행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상담센터의 운영을 위해 기술보호 전문가는 물론 변호사와 변리사 등 195명의 전문가 풀을 정비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담은 대면 상담과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으로 이뤄지며, 법률전문가와 보안전문가, 기술보호정책안내 전문가 등이 상주해 전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상담을 해준다.
상담센터는 기본적인 상담은 물론 보다 심층적인 상담이나 대응이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에게 연결을 해주기도 한다. 그동안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도움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봐야 했다면, 이제는 상황에 따라 최적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겠다는 것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목표다. 실제로 상담센터가 구축된 이후 해당 서비스를 받은 기업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데이터를 볼 때 이러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보호 상담의 김치홍 전문가
상담센터에서 기술보호 상담을 하고 있는 김치홍 전문가는 “중기청에서도 산업기술보호 상담을 했었는데, 상담센터가 생긴 후로 확실히 상담이 늘고 있다”면서 “마치 코디네이터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상담과 진행을 도와주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느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술보호는 예방이 최우선
2010년부터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상담을 해왔다는 김치홍 전문가는 대략 3~4년 전부터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담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대응이 많다는 것. “대기업 협력사나 연구에 집중하는 회사가 많고,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들도 요청이 늘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유출이 이미 발생한 후에 대응방안을 물어보는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김치홍 전문가는 실제 기술유출이 일어나면 중소기업은 경제학살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하며, 기술유출을 예방하는 데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기술유출의 대부분이 전·현직 내부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영업비밀보호서약서 등 기술보호를 위한 법적 구비요건을 충족해야 법정에서 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 꼭 시행해야 합니다. 실제 한 중소기업이 상담 후 내부자 유출이 있었는데, 내부자가 자신이 유출한 것은 기밀이 아닌 일반적인 사항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회사가 보안규정을 명시하고, 보안담당자를 편성한 것은 물론 직원들에게 서약서와 보안교육을 실시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승소한 예가 있습니다.”
기술이나 비밀의 특성에 따라 대응방법 달라져
▲법률상담의 민복기 전문가
기업에게 법률상담을 해주는 민복기 전문가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보통 기업이 기술을 개발한 후, 이것을 특허로 할지, 아니면 기술임치로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경우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팔았을 때, 소비자가 제품만 가지고 기술을 분석할 수 있으면 특허로 보호하고, 제품의 제조공정이나 관리자들만 아는 기술의 경우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보다는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경우 특허가 아닌 영업비밀로 보호하기 때문에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민복기 전문가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할 경우, 대기업에서 도면 등의 기술정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에는 영업비밀 보호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기업이 이를 거부할 경우 특허를 받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담센터는 중소기업이 기술유출이 일어나기 전의 예방부터 일어난 후의 대응까지 모두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장의 생존 때문에 기술보호를 생각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러한 지원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원병철 기자(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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