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황민주 맥아피코리아 엔터프라이즈사업부문 대표] 예술의 힘은 이야기에 있다. 음악과 나, 미술과 나. 조각과 나. 예술에 열광하는 것은 바로 ‘과(and)’가 있기 때문이다. And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아무런 감흥이 없던 작품을 다르게 보는 마법의 도구 같은 것이다. 똑같은 노래도 내가 처한 상황을 노랫말이 대신 위로해 줄 때 노래의 감동이 더하다. 노래와 나 사이에 공통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의 장점은 보는 이마다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하기에 비록 난해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이야기의 해석이 다양해지는 장점이 있다.
▲궈오동 작가의 ‘혼돈의 지속’[사진=엔가젯]
위 작품은 2019년 5월 미국 뉴욕의 온라인 경매에서 135만 5,000달러(약15억 4,000만 원)에 낙찰된 작품으로, 중국의 인터넷 아티스트로 알려진 궈오동의 ‘혼돈의 지속’ 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추상적인 사이버 위협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마치 마르셸 뒤샹이 변기를 뜯어서 만든 ‘샘’이라는 작품이 뉴욕 경매에서 1,700만 달러에 낙찰이 되었다는 뉴스의 충격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샘’ 과 ‘혼돈의 지속’ 작품을 이해하는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혼돈의 지속’은 보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작가는 랩탑에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악성코드(malware) 6개를 담았다. 2000년 ‘아이 러브 유’(I love you), 2003년 ‘소빅’(Sobig), 2004년 ‘마이둠’(MyDoom), 2013년 ‘다크데킬라’(DarkTequlia), 2015년 ‘블랙 에너지’(Black Energy), 2017년 ‘워너크라이’(WannaCry)가 담겨 있다. 이들 악성코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무려 113조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가히 ’혼돈의 지속‘이라고 부를만한 악성코드들이다.
▲황민주 맥아피코리아 엔터프라이즈사업부문 대표[사진=맥아피코리아]
2000년대 대표적인 컴퓨터 바이러스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아이 러브 유’ 바이러스가 상위에 자리 잡지 않을까. 이름부터 ‘낚시질’에 걸려들게 할 만큼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악성코드에 감염이 되면 하드 디스크가 파괴되는 놀라운 전파력을 지녔던 바이러스로 기억한다. 또, 비교적 최근의 악성코드인 ‘워너크라이’는 랜섬웨어의 심각성을 알린 시발점이 된 공격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공격하려는 의도는 점점 진화되어 가고 있고, 랜섬웨어 공격 또한 정부, 기업, 개인을 구별하지 않고 더 많은 몸값을 요구하는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보안 기업 RiskIQ가 발표한 조사결과 따르면 사이버 범죄가 전 세계 경제에 끼치는 피해액이 분당 29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개인에게 영향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은 기억하려고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서 ‘혼돈의 지속’과 같은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심각성을 전달하는 매개체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예술 작품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회사에서도 보안 캠페인을 언어로써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터 제작과 같은 예술적(?) 접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_황민주 맥아피코리아 엔터프라이즈사업부문 대표]
[필자 소개]
황민주_ 20년 간 보안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보안이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시만텍,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맥아피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 대표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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