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21] 악성 댓글과 인터넷 윤리

2020-11-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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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 인간과의 관계에도 영향 미쳐... 사이버범죄로 인식해야
인공지능은 악플에 어떻게 반응할까? 악플도 학습할 수 있어 주의 필요


[보안뉴스=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내가 게시한 글에 누군가가 욕설과 함께 내 개인 생활 관련 내용을 적어놓았다. 곧 그 내용이 사실인 양 사이버공간에 급속히 퍼지더니 각종 포털사이트와 그룹 채팅, 그리고 SNS 등에 무차별적으로 퍼졌다. 여기에 또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더니, 이를 소재로 또 다른 악성 게시글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미지=utoimage]

이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내가 직접 나서서 아무리 주장해도,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그럴듯한 사진과 함께 게시하면 자신이 똑똑하고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대다수 네티즌들은 고스란히 믿어버리는 습성이 있다. 설사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그런 악행에 열심히 참가했던 네티즌(악플러)들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하면서 무심히 넘긴다. 그 네티즌들은 자신의 ‘장난질’로 인해 피해자가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필자는 보안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분들과 상담한다. 얼마 전에는 한 여성이 찾아왔다. 며칠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그녀는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잠시 주저주저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까지 만나던 남자친구가 어느 날 그녀의 스마트폰을 몰래 들여다봤다. 그런데 그녀가 그때까지 SNS에 올린 그에 대한 험담을 본 것이다. 놀란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가 그녀를 모함하려고 그녀의 계정을 해킹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녀는 필자에게 찾아와서 결백을 증명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결백을 입증해주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컴퓨터 포렌식도 해야 하고, 해당 SNS 서비스 회사에 문의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SNS 서비스 회사가 외국계라면 문의 절차가 복잡해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결국 뾰족한 답을 줄 수 없었다.

사실 SNS 게시판에 악성 댓글을 즐겨 쓰는 악플러들은 자신의 계정으로 활동하지는 않는다. 가짜 계정을 만들거나 해킹한 계정을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계정을 도용당한 피해자들은 얼마 후 해당 SNS의 보안팀에서 다음과 같은 연락을 받는다. ‘고객님께서 발송하신 메시지가 신고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이 불법 도박과 음란 문자 등 본 회사의 운영정책을 위반하는 내용인 바, 이용 제한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 1년간 사용이 제한됩니다.’ 아니, 심지어 나는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앱이나 웹사이트인데 말이다. 누군가가 나로 둔갑해 사이버공간에서 분탕질하고 다닌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을 소홀이 넘기면 안 된다. 예를 들어, 2019년 6월 1일부터 미국 정부는 비자 신청자가 사용하는 모든 SNS 계정의 ID와 이메일 주소를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지난 5년간의 SNS 계정을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미국에 입국하는 테러분자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내 계정이었는데 해킹당했어요”라고 해도 미국 정부가 믿어줄 리 없다. 결국 미국에 입국하려면 내 SNS 내용에 의심스러운 게 없도록 해야 한다. 국내외 대기업도 이렇듯 빅데이터 분석과 온라인 검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재밌으니까 올려본’ 악성 댓글이 결국 내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를 새겨 넣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악성 댓글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가해자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오직 자신의 댓글에 많은 인간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이를 퍼 날라 자신의 글이 회자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성 댓글로 인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사이버 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그냥 재미 삼아 그랬어요. 악의는 없었어요”라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또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도 벌금이 아주 적은지라 손해를 적게 본다며 점차 자극적이고 대담하게 글을 쓴다.

더구나 요즘은 유튜브에서 일정 수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면 수익금을 제공한다. 그래서 다른 사이트보다 더 차별성을 부각하려고 더욱 자극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네티즌들이 많다. 사이버공간이 익명성과 언론․표현의 자유를 동시에 보장한다고 착각하고 있기에 이렇듯 몰지각한 행위마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계속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접촉·비대면 시대가 강제되면서 컴퓨터나 모바일기기를 통한 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만마저 악성 댓글로 해소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점차 사이버공간에서의 행위가 격해지고 과감해진다.

이러한 악성 댓글은 인간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밀한 방법으로 뒷담화를 하거나 동료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욕설을 하는 등 결국 사회적으로 소외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해자는 이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단으로 이루어진 거니까 자신은 단순 참가자라는 식으로 항변한다. 하지만 사이버범죄임을 인지하니까 자신의 행각이 사이버공간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악플러 활동을 할 때에는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대응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악성 댓글을 다는 악플러가 여러 해킹 기법을 사용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자랑해도 결국 꼬리가 잡혀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할 수 있다.

하나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서 ID만 바꾸어 사용했다면, 컴퓨터에 저장된 MAC 주소나 IP 주소, 디지털 기기의 시리얼 번호, 위치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지금도 그리 어렵지 않다. 여러 대의 디지털 기기를 돌려가면서 이용하거나 PC방의 공용 컴퓨터를 사용했더라도 이와 연결된 다른 정보, 예를 들어 과금 시스템이나 결재 정보, 달력, 알람, CCTV, 차량 조회 등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을 분석함으로써 범죄 사실을 유추해낼 수도 있다.

이런 데도 일부 악플러는 자신의 모든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보호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불법을 용인하지 않는다. 이를 용인하면 사회 체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는 반드시 대안을 마련하고 대책을 강구한다. 따라서 언제 노출될지 전전긍긍하면서 악플을 다느니 자신의 주장을 마음 편히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결국 오염되지 않은 사이버공간을 만들려는 인간들이 자정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징벌적 손해 배상 같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인터넷 윤리로 이런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실명제나 댓글창을 없애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차피 더욱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상대방을 교묘하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SNS에 직접 대놓고 욕설을 하거나 비방글을 게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윤리 교육을 통해 악플이 범죄와 동일하며 물리적 피해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또한, 사이버공간에 너무 심취해 인터넷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주변을 돌아보고 야외 활동을 권장했다. 사실 인터넷중독은 마약·알코올·도박 중독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은 예전부터 있었고, 그래서 네티즌들이 올바른 사상과 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은 늘 있었다.

그런데 예방도 중요하지만 악플로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들의 치유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악플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 중 대부분은 외형적으로 정상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불면·식욕부진·빈혈·우울증 등 각종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악플로 인한 피해는 약물·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극단적인 행동마저 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사이버중독 차원에서 심리 치료를 수행하기보다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심리 치료는 단순히 정신의학적으로만 이루어진들 효과가 없다. 도박·알코올·마약중독과 같은 물리적 중독은 신체적 금단 현상만 견뎌내고 나면 치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중독은 정신적이므로 치료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듯하지만, 재발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진단과 처방에 있어 다른 접근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근본 원인이 바로 사이버공간에 있으니 심리안정제나 향정신성 약물 투여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급적 댓글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잠시 스마트폰은 놓고 명상할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악플은 자신감을 결여시키고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그러니 피해자는 가급적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좋다. 심신이 안정되면 “악플은 단순히 악플러의 ‘장난질’ 또는 인기 몰이를 위한 관심 구하기 행위일 뿐”이라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 인식시켜야 한다.

몰디브의 어느 리조트에서는 입장하는 순간 모든 디지털 기기를 맡겨야 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답답하거나 어쩐지 허전하겠지만, 자연을 접하고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사색에 잠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게 되면서 어느 틈엔가 자신이 신기루를 좇아왔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자신의 SNS 계정을 모두 잠시 내려놓거나 아예 탈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정보가 아깝겠지만,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도 중요하다. 변화를 통해서 마음을 새롭게 다시 잡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세상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접할 것들도 많다. 지금 당장은 내가 사는 세상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나와는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사이버공간과는 별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러니 모든 이들이 나를 알아보리라 생각하고서 괜히 위축될 필요도 없다. 설사 그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더라도 나 또한 새로운 일에 취해서 생활하다 보면 어느덧 그런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

나를 옥죄는 강박관념을 완화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준다면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 사이버공간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그 변화 속에서 아등바등하지 않으면서 잠시 그 변화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그것은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다음 기회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악플에 어떻게 반응할까?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으므로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은 ‘유아’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악플도 학습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악플이 인간의 본성이자 실제 행동인 양 착각한다.

인간은 비속어나 특수기호를 보면 ‘비아냥’임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정제하지만, 인공지능은 문맥 그대로 인식하고 똑같이 흉내 낸다. 현 수준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속내까지 감각적으로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하려면 악플에 노출시키기보다는 정제되고 차분한 데이터를 계속 주입해야 한다. 아마도 인간이 자식을 키우는 것보다 이 과정이 더 어렵고 고달플 것 같다. 더불어 필자는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평생 뭔가를 돌보며 살아야 할 인생인가 보다.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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