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웃듯, 여전히 인터넷을 떠도는 개인정보
블로그에 버젓이 수천명 이름과 주민번호 공개
중국 크래커(해킹기술을 악용해 범죄에 사용하는 자)들이 각종 악성코드를 뿌려 보안이 취약한 국내 사이트들에서 긁어 들인 개인정보들은 어떻게 사용될까.
우리는 소한마리를 잡으면 버릴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한다. 모든 부위를 먹거리(고기) 혹은 생활용품(가죽)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탈취된 개인정보가 바로 그 꼴이다.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악용이 되고 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조합은 개인정보의 기본이면서도 핵심이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타인 명의로 웹사이트 가입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지금은 예방이 된 상태지만 예전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훔치거나 아이템거래를 위해 중국 크래커들이 한국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계정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중국 사이트에 한국인 수만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떠다니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휴대번호나 집전화번호의 유출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기도 한다. 중국 크래커들은 조직적으로 우리 개인정보를 빼내 스팸전화 업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메일주소의 유출은 또 스팸메일 업자들에게 판매된다. 또 피싱 사이트를 개설해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에게도 팔려나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중국 크래커들이 빼내간 개인정보들이 결국 국내 스패머들에게 판매된다는 점이다. 또한 아이디와 패스워드, 의료정보, 출신학교정보, 개인취향에 대한 정보 등등 다양한 개인정보들은 거기에 맞는 곳에 팔려나갈 수 있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부터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해외 사이트에 노출되거나 판매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신경을 써왔다. 중국 사이트에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검색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중국에 요청한 바 있으며 구글에도 이와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젓이 타인 명의로 사이트에 가입을 권유하면서 수백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올리는 성인사이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노력을 비웃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노력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 이미지는 실제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며 타인 명의로 성인화상사이트에 접속하라고 권유하는 블로그 내용을 캡쳐한 화면이다.
초·중·고교생들 그리고 대학생 회원이 많은 채팅사이트에는 성인 불법 화상채팅 사이트로 이용자들을 유혹하는 메시지들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 메시지들은 성인뿐만 아니라 사이트에 접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보내고 있어 청소년 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모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후 1시간 동안 수십통의 성인 화상채팅으로 들어오라는 메시지가 수십개가 전달됐다. 대부분이 성인화상채팅 혹은 060 성인음성통화 쪽지들이었다.
화상채팅사이트에 가입하라며 권유하는 쪽지들은 대부분 관련 URL을 링크하고 있었고 이를 클릭하면 블로그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인 이글루스(www.egloos.com)에서 만들어진 블로그 페이지로 연결된다.
대부분 화상채팅사이트 홍보 멘트와 함께 하단에는 수백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뜨는 경우도 많았다. 즉 이들의 명의를 도용해 자신들의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글루스는 당연히 이러한 불법 블로그는 폐쇄시켜야 한다. 정부당국에서도 이렇게 버젓이 개인정보를 노출시키고 있는 블로거에 대한 수사와 제제조치가 시급하다. 이렇게 유통되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길민권 기자(reporter2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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