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으로 데이터 유출 등 사이버안보 위협 경고
[보안뉴스 신동훈 기자] 지난 2019년 11월 미국 정치인이 올린 트위터 글로 인해 화제가 됐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중국 얼굴인식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미니카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한 보안장비를 설치하려는 계획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면서, 해당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이미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자치대학에서 얼굴인식 CCTV 성능을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dreamstime]
도미니카공화국 중국 사이버안보 위협 일축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외에도 크레이그 폴러(Craig Faller) 미국 해군 대장은 다닐로메디나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중국과 연관된 IT·사이버안보 위협을 경고한 바 있을 정도로, 미국은 중국 보안 장비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미니카공화국은 대학교는 물론 모든 공항에 중국의 얼굴인식 CCTV를 설치해 운영중이며 중국에 대한 사이버 안보위협을 일축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911 국가안전망관리국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트윗 글을 리트윗하며 얼굴인식 CCTV 설치는 미국, 대만 등 여러 국가 지원을 받아 2014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도심 안전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에서도 CCTV를 기증받은 것일 뿐, 911에서는 모든 행정처리가 투명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발표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덧붙여, 수집된 영상정보는 사이버보안 전문 인력을 통해 국가 데이터센터에서 100% 안전하게 처리되고 있다며, 중국으로의 데이터 유출 위험 역시 일축했다.
조세 라몬 파둘(Jose Ramon Fadul) 도미니카공화국 내무부 장관은 “다수의 IT인들이 지문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 관리를 위해 얼굴인식 기술이 필요하다”며 “각국은 외교관계에 있어 자주권을 갖고 있고, 도미니카공화국은 대미관계 및 대미교역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얼굴인식 CCTV 필요성에 대해 불법 이민자 관리 및 외교주권을 강조한 것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중국대사관 측에서는 미국 경고에 대한 강력한 어조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게 실망 표명과 함께 크레이그 폴러 대장의 중국 사이버안보 위협 언급에 대해서도 도미니카공화국-중국 양국의 호혜적 우호협력을 훼손하려는 음모라고 규정했다. 또한, 미국이 냉전시대 마인드에 사로잡혀 중국을 음해하고 중국과 중남미, 카리브 국가와 관계를 방해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성명서 마지막에는 “중국과 중남미, 카리브 국가 간 협력은 양자 간 자발적 행위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바 이 정도로 실망한다면 앞으로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 결국 절망하고 말 것”이라는 과격한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 트위터 폭로 내용[사진=해당 트위터 캡쳐]
도미니카공화국, 미국 관계 고려해 중국 편향 톤다운
2019년 11월 29일 브리우니 가라비토 세구나(Briunny Garabito Segura) 중국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대사는 중국 주재 도미니카공화국 특파원을 초청한 언론간담회에서 중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제협력 및 교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다.
세구나 대사는 CCTV 수입과 관련해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중국외 기업의 안면인식 기술 제품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수집된 데이터는 도미니카공화국 정부의 온전한 통제 하에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단, 주 중국 도미니카공화국 대사의 표현을 직역하면 ‘중국 외 기업’(other companies that are not of Chinese origin)은 중국 토종기업이 아닌 중국 진출 외국기업까지를 포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중국 이외의 제3국 기업을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도미니카공화국 북부의 만자닐로(Manzanillo) 항구, 대체에너지 등에 중국 기업의 관심을 나타내 달라고 하면서도 도미니카공화국 정부가 국제입찰을 실시할 경우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편향이 완화된 어조는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얼굴인식 CCTV 스캔들 이전부터 도미니카공화국의 친중 행보에 대해 여러차례 직·간접적 우려와 경계를 표명해왔다.
로빈 번스테인(Robin Bernstein) 도미니카공화국 미국 대사는 2019년 11월 27일 미국 상공회의소 월례 오찬 연사로 나선 자리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은 에너지, 인프라 분야 등에 있어 투명성과 국제 경쟁력이 결여돼 있으며 투자환경 예측이 어려운 국가라고 비판하고, 입찰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공입찰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16-2019 CCTV 주요 수입국 현황(단위: 천 달러)[자료=도미니카공화국 관세청(HS Code 8525.80.91 기준)]
美-中 사이에서 경제적 이득 취하는 도미니카공화국
2018년 5월 대중 수교 이후 도미니카공화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계속되고 있으며, 도미니카공화국은 양국 사이에서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주요 교역국인 양국이 현지에서 IT, 인프라 부문 등에 대한 무상 기증, 원조, 저리 융자 등을 포함한 견제적 경쟁을 추진하고 있어 해당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한편, 도미니카공화국은 범죄예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CCTV 설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주택, 리조트 등 건설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보안 카메라 수요가 꾸준하다. 현지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은 정부 등 주요 발주처 요구 스펙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는 수준의 얼굴인식 기술이 요구된다.
도미니카공화국 북부 지역에서 보안장비 유통·가설 업체를 운영 중인 한 바이어는 “911 국가안전망관리국이 2020년에도 중국에서 기증받은 얼굴인식 CCTV를 대량 설치할 예정이며,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CCTV 설치 프로젝트는 얼굴인식 기술이 일반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얼굴인식 CCTV를 도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 도미니카공화국은 중국 세이퍼(Safer), 인도 올고비전(Allgovision) 등 관련 제조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훈 기자(sw@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