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일본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17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28%에 달하며 일본 내각부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6년 뒤인 204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약 37%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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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것은 지방이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45년 기준 지역별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아키타현은 65세 이상 비율이 50.1%로 인구의 절반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고령화율이 가장 낮은 도쿄도는 2045년 기준 30.7% 수준으로 도농의 고령화율 격차가 심해질수록 청년층이 더욱 도시로 몰려 지방은 쇠퇴할 수밖에 없으며, 고령자 인구가 사망하면 지방이 점점 소멸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청성회의의 발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정촌은 무려 896개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를 막고 더불어 지방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시티로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25년간 일본 65세 이상 인구 추계(2020년 값부터는 2017년 일본 내각부의 추계치임)[자료=일본 내각부]

▲일본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율[자료=일본 경시청 교통총무과 통계, 2019년 4월 발표]
자율주행 공공교통 확대
일본 정부는 2021년까지 일부 지방 도시에 자율주행 공공교통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바라키현의 히타치 시에서는 신교통 시스템 ‘히타치 BRT’을 도입하고 운영하지 않는 철길을 버스 전용 도로로 정비해 자율주행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히타치 BRT’의 일부 선로(약 3.2㎞)를 이용해 소프트뱅크와 SB 드라이브가 버스 자율주행 실험을 실시했으며, 2021년부터 실제 투입될 예정이다.
각 지방에서 테스트되고 있는 SB 드라이브의 소형 자율주행 버스는 도로 상에 매설된 자기 마커와 카메라를 통해 신호 정보와 연동해 주행한다. 원격 감시를 통해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차량 내외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며 위험 상황에는 버스가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고령자들이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아도 병원이나 상업시설 등에 방문할 수 있으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방 도시에 버스를 기존보다 더 투입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고령화된 교외주택단지(뉴타운) 역시 자율주행 버스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1960년대에 주로 만들어진 뉴타운은 시간이 흘러 거주자 또한 고령화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일부 뉴타운 단지 내에 자율주행 버스를 운영해 높은 경사로나 자가용 없이 가기 힘든 대형슈퍼 등으로의 이동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지자체의 공공교통 자율주행 프로젝트 실시 현황[자료=일본 수상관저 웹사이트]
도쿄도 다마시와 효고현 미키시 등의 뉴타운에서는 이미 SB 드라이브의 자율주행 실험이 실시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많은 지자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 공공교통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신토메이고속도로에서는 25톤 급 대형 트럭 3대가 약 10m 간격을 가진 상태에서 시속 70㎞로 자율주행 실험을 실시했다. 직접 운전한 것은 가장 앞의 트럭뿐으로 뒤 따라오는 트럭들은 자율주행 형태를 취했다. 이를 이용해 인력난이 심한 지방 지역에 투입 인력을 최소화해 곳곳에 물품 운송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산간벽지까지 빠른 운송이 가능해질 수 있다. 트럭 대열주행은 2022년까지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지자체 연계로 각종 서비스 원격화
일본 총무성이 2018년 11월 15일 발표한 ‘스타트업 XAct’ 프로젝트에 따르면 정부 지원으로 몇몇 지자체와 도쿄 소재 스타트업 회사들을 연계해 의료, 간호,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원격화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홋카이도의 데시오초, 교통부의 교탄고시, 카가와현의 다카마츠시, 구마모토현의 구마모토시가 올해 2월부터 스타트업사와 매칭해 해당 지역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연계한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서비스[자료=일본 수상 관저]
자립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구현
미츠이 부동산이 건설한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는 수도권 외곽의 작은 도시인 치바현 가시와 시에 위치한 대표적인 스마트시티로 꼽힌다. 이곳은 환경과 건강, 신산업 육성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단순히 첨단 기술을 이용한 마을을 넘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있다.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와 식재료 생산, 산업 육성, 주민 건강관리까지 지방 내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시와노하는 태양광발전 시설과 풍력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어 직접 생산한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 내 모든 곳의 에너지 이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공유 오피스 ‘KOIL’을 통해 다양한 인재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새로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가시와노하의 주민들은 통신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형 디지털 건강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으며, 관련 데이터는 스마트시티 내 건강센터로 전송돼 24시간 관리된다. 이 데이터는 지자체와 예방의학센터에도 제공돼 지방 내 보건행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필요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와 같이 지방 도시가 성공적으로 스마트시티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스마트시티 내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편한 삶이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를 생각하고, 새로운 산업의 개발과 주민들의 건강관리까지 도시 내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고령화가 진행되는 미래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일본은 인프라 구축이 잘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보편적인 스마트시티와 달리 고령화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를 스마트시티 구축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지금 당장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미래에 다가올 의료비 부담과 노인 간호 문제 등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본은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지방 도시 곳곳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DC 재팬 역시 일본 내 스마트시티 관련 2020년 IT 시장규모를 2018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9,964억엔으로 전망했다.
KOTRA 도쿄무역관은 “스마트시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자체와 제휴한 스타트업 회사들은 대부분 각 지자체가 아니라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며 “서비스 대부분을 거리 제약이 적은 원격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 기업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도 충분히 시장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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