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동아리지만 무서운 성장세... 2018년 국가암호공모전서 우수상 타기도
[보안뉴스 양원모 기자] 한양대 암호동아리 ‘HUCC’는 수학과 소모임으로 활동하던 ‘한양 암호 동아리’가 전신이다. 현재 동아리 지도교수인 수학과 송정환 교수가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대학 암호동아리 지원사업 시작에 맞춰 동아리 설립을 제안하며 첫 발을 뗐다. HUCC는 ‘한양대 암호클럽(Hanyang University Crypto Club)’의 약자다.

▲30일 한양대 자연과학관 수학과 도서관에서 ‘HUCC’ 1·2대 회장 권다운(왼쪽) 씨와 김정민(오른쪽) 회장이 <보안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보안뉴스]
HUCC는 4년차 동아리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ISA 지원사업에 4년 연속 선정된 것은 물론, 국내 암호 공모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암호포럼의 ‘국가암호공모전’ 문제풀이 분야에서 2016년 특별상, 2017년 장려상, 2018년 우수상을 수상했다. 5월 30일 한양대 자연과학관 수학과 도서관에서 만난 김정민(25·수학 4) 회장은 “올해는 최우수상을 받을 차례”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 회장과 함께 1·2대 회장을 맡았던 수학과 대학원생 권다운(27) 씨도 참석했다. 아래는 김 회장, 권 씨와의 일문일답.
동아리 구성이 궁금하다 수학과 학부생 13명, 대학원생 4명까지 총 17명이다. 초창기 동아리에는 암호 공부 경험자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암호를 공부해서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주자’는 게 동아리 취지였다. (규모가 커진) 지금은 다르다. 전문성과 학술적 성격이 강해졌다.
연구 중인 암호 분야는 특정 암호 분야에 몰두하기보다 매년 여러 주제를 정해 연구한다. 암호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목표다. 올해에는 ‘머신러닝’을 주로 다룬다. 머신러닝하면 인공지능(AI)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암호학 관점에서 머신러닝은 하나의 새로운 통계분석 툴로 생각할 수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블록 암호를 공부했다. 블록 암호는 메시지를 블록 단위로 끊어서 암호화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키 암호와 함께 기초적인 암호 중 하나다.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하나 매주 한 번씩 암호 스터디를 진행한다. 스터디 목적은 동아리원들에게 암호를 알려주고, 홍보하는 것이다. 암호 동아리라고 모두 암호를 잘 아는 건 아니다. 충분한 지식 없이 스터디에 참석하는 부원도 있다. 발표는 보통 부원 3~4명이 한 팀이 돼서 진행한다.
암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김) 2014년 한국암호포럼이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경량암호 ‘LEA’를 구현하는 경진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지금 동아리 말고 다른 동아리 선배 소개로 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운 좋게 상을 탔다. 그 이후 조금씩 암호에 관심을 갖다가 제대 이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권) 원래 컴퓨터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컴퓨터 쪽으로 가면 수학을 전공했다는 메리트가 사라질 것 같았다. ‘컴퓨터와 수학을 함께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HUCC에 가입하면서 암호에 흥미가 생겼다. 아마 지금 신입 부원들도 나와 비슷할 것이다. 동아리에 들어와 암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HUCC’ 암호 스터디 모습[사진=김정민 회장]
HUCC가 암호 연구만큼 신경 쓰는 건 암호의 대중적인 관심 확산이다. HUCC를 이를 위해 교내 암호공모전, 오픈 세미나 등 여러 공개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솔직히 수학과 학생도 ‘암호 공부한다’고 하면 뭘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암호=패스워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수학과뿐만 아니라 한양대 전교생들이 암호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 암호를 띄엄띄엄 공부했다. 2014년 공모전 때 잠깐하고, 제대하고 잠깐하고 이런 식이었다. 올해는 대학원에서 암호 수업을 듣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암호의 매력은 수학과의 연계성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암호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몰랐다. 이런 수학 공식이 있구나, 정도만 알았다. 올해 대학원 수업에서 암호의 수학적 증명을 공부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암호는 컴퓨터로 구현, 분석하는 게 전부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권) 보안은 굉장히 크고, 넓은 분야다. 그리고 보안의 베이스는 암호다. 베이스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기반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암호를 공부하고 있다. 공부할 때마다 재미를 느낀다. 국가기관도 암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고 있다. 암호를 공부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낀다.
동아리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김) 지난해 국가암호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과정이 극적이었다. 6월 초부터 문제 풀이를 시작했는데, 제출 2주를 앞둔 시점까지 두 문제밖에 풀지 못 했다.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술술 풀리기 시작하더라. 2달 내내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 순간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목표는 오는 6월 열리는 국가암호공모전 문제풀이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타는 것이다. 또 국방암호기술특화연구센터가 주최하는 암호경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내부적으로는 우리 동아리가 중앙 동아리로 등록돼 한양대 전체 학생들을 위한 암호 동아리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 최근 동아리 설명회를 열었는데 ‘암호는 어렵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중간에 나가는 사람이 많더라. 상처가 됐다. 더 열심히 홍보해서 모든 학생이 암호의 재미를 알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다.
[양원모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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