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행된 한국CISO협의회 워크숍, ‘우주 사이버보안’ 화두 등장
[보안뉴스 권 준 기자] 2016년 3월 9일은 무슨 날일까? 그렇다면 2016년 3월 13일은?? 정답을 말하자면 3월 9일은 인공지능(AI)을 대표하는 알파고와 인간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이 바둑 대결을 펼친 날이다. 인간(이세돌)이 인공지능(알파고)에게 패배함으로써 인류에게 큰 좌절감을 준 날이기도 한다. 3월 13일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마지막으로 이긴 날로 후세에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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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서 사이버공격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효과적인 방어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자.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앞으로 도래할 우주시대를 맞아 우주 사이버 보안은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지난 24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행된 한국CISO협의회(회장 최동근) 워크숍 및 현장방문에서 우주 사이버보안과 관련된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워크숍에서 강연자로 나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오일석 부연구위원은 “우주 패권을 둘러싼 우주 경쟁이 우주관련 기술 탈취를 위한 해킹이나 통신 시스템 공격 등을 통한 사이버전쟁으로 이어졌다”며, “결국 우주 사이버보안은 우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지구상의 각종 정보 습득에 있어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헤게모니 싸움과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우주 경쟁과 관련해서 미국은 2017년 국가우주위원회를 24년 만에 재조직하고, 2018년에는 우주사령부를 창설했으며, 중국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위성을 착륙시키면서 우주굴기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러시아도 2030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달에 보낼 계획을 밝히는 등 우주 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우주 강대국은 상대국의 기술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기술개발을 늦추기 위해 해킹 등 사이버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례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경우 2001년 감사보고서에서 우주선을 제어하고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IT 자산과 관련된 컴퓨터 서버 6대에서 취약점을 발견함으로써 해커가 사이버공격을 통해 원격에서 우주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킹을 통해 우주에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실제로도 2007년과 2008년 지구관측위성과 2008년 Terra 인공위성의 명령·제어 시스템에 대한 해킹을 포함해 중국이 정기적으로 미국의 우주정보통신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게 보고됐다. 또한, 1998년 9월에는 NASA 컴퓨터에 대한 사이버공격으로 독일 ROSAT 인공위성이 해커들에게 노출됐고, 그 궤도가 태양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어 결국 사용할 수 없게 된 일도 발생했다. 이와 함께 인도 정보통신 위성을 상대로 한 사이버공격 사례도 발견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행된 한국CISO협의회 워크숍에서 우주 사이버보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보안뉴스]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시대에 대비한 사이버보안 전략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진흥법’ 제17조에 위성정보의 보안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시행령에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공개가 제한되는 위성정보나 위성정보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부당한 접근이나 이동 또는 정보의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업무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정도다.
오일석 부연구위원은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지켜보는 건 모두 합법이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주로 시야를 넓히면 사이버보안의 개념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우주 사이버보안도 지구를 향한 강대국들의 ‘빅브라더’ 전쟁의 일환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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