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80만명 추정, 피해액 400억 원 육박
타인 명의의 불법 휴대폰, 이른바 ‘대포폰’이 각종 범죄에 활용되고 있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더구나 정부나 경찰 등 관리·사법기관 조차 그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다 이미 눈덩이처럼 커져버려 사실상 단속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대포폰’이라는 명칭은 없었지만 다수의 신용 불량자가 생성되고 스팸메일, 피싱 등 신종 범죄가 나타나면서 대포차, 대포통장과 함께 ‘3대 무적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정통부가 서상기 한나라당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 3대 이상 보유한 이용자는 80만 명으로 추정되며 보유대수도 최소 267만 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5대 이상 보유자는 4만4500명에 최소 25만2000대이며 19세 이하 미성년자의 경우도 3대 이상이 1만7270명, 5만5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도용 관련 대포폰 피해현황은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만7618건이 도용됐고 순수 피해액만 385억 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포폰이 전화스팸, 전자상거래 사기, 휴대폰 깡 등의 피해로 이어져 이런 것을 합하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포폰, 뿌리 뽑을 수 없는 이유 있나
대포폰의 피해가 위험 수위에 오르자 정부는 대포폰과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쉽게 대포폰 광고를 접할 수 있는데다 구입도 쉽다. 대부분 구입자들은 전화스팸이나 가짜법인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또 전자상거래 사기의 도구, 인터넷에서는 휴대폰 깡 등으로 악용되고 있어 사회적 무리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대포폰은 과연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문제의 해결에 있어 부정적인 견해가 높다. 대포폰은 자동차와 통장과 달리 한 사람의 명의로 다수의 휴대폰을 개설할 수 있다. 이는 곳 불법적인 사용이 아닌 선의의 다수개설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명의로 만든 가족휴대폰이나 수행비서관과 임원간 핫라인 등으로 이용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정적 견해는 대포폰의 경로가 추적은 가능하나 단속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포폰의 명의자들은 대부분 노숙자나 신용불량자로 대포폰 브로커가 일정 금액을 지불 후 휴대폰 개설을 유도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휴대폰 개설 규제 강화 등 근본적 대책 절실
대포폰의 주요 피해는 명의도용에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일 주민번호당 휴대폰 가입대수 파악만으로는 대포폰을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정통부의 입장이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달 휴대폰 가입 때 필요한 본인확인 신분증을 주민등록증과 (신)운전면허증, 여권, 장애인 복지카드로 제한하는 내용의 이용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특히 일정 금액을 미리 예치시켜 통화하는 선불폰의 경우 가입시 형식적인 신분확인 이외에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대포폰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실명확인 의무화, 여권 만료기간 지난 외국인 선불폰은 일시 통화정지, 외국인 가입 1회선으로 제한 등의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밖에 휴대폰 가입자 명의로 누군가 추가가입을 신청할 경우 기존 가입 핸드폰으로 SMS(문자메시지)를 보내 명의도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안심서비스’ 운영을 강화하고 인터넷 대포폰 판매정보를 삭제하고 해당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근절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상기 의원은 “대포폰은 전화스팸, 전자상거래 사기 등 사이버 범죄의 시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포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제 한 뒤 “그러나 정부의 근절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포폰은 버젓이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또 “현재 중고폰에 대해서만 가입제한이 돼있으나 신형폰도 가입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며 “본인 확인을 위한 신분증도 위·변조가 어렵고 법적인 처벌 규정이 명확한 신분증으로 한정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군득 기자(boan3@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