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전기자동차 충전기에 대한 규격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규격이 다르면 같은 차량이라도 판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충전기 규격 통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통일되지 않은 충전기는 각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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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충전 규격과 종류
전기자동차 충전기 국제규격은 크게 5가지 종류가 있으며 종류에 따라 자동차와 연결하는 커넥터와 통신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
일본의 급속충전 규격 ‘차데모’ 차데모(CHAdeMO : 충전을 표시하는 Charge와 이동을 뜻하는 Move를 합친 조어)는 2010년 봄 도쿄전력과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주요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처음 제정한 전기자동차 충전 규격이다. 차데모는 전 세계 7%를 점유하고 있으며 약 1만 8,000대가 이에 해당된다.
유럽의 충전규격 ‘콤보’ 콤보(COMBO)는 2011년 독일의 BMW와 미국의 포드 등 주요 자동차 브랜드 7개사가 일본의 ‘차데모’ 방식과는 다른 ‘콤보’ 방식 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 규격과는 다른 행보를 선언했다. 콤보의 전 세계 점유율은 3%이며 약 7,000대가 해당한다.
콤보 이후의 미국과 프랑스 미국은 별도 규격 ‘테슬라’를 제정한 바 있으며 프랑스의 르노 또한 별도의 ‘AC3상’ 방식을 내세웠다.
중국의 ‘GB/T’ 중국 국가표준을 뜻하는 GB/T(國標 Guobiao + 推荐 Tuijian) 중 전기자동차 충전기 표준은 2015년 제정한 GB/T 20234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22만대에 해당되며 이는 세계 점유율 87%를 기록한다.

▲전 세계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비 현황[자료=요미우리신문 / KOTRA 오사카무역관 편집]
공동개발 매개체는 기존 규격 친화성
일·중 양국은 일본의 ‘차데모’와 중국의 ‘GB/T’를 통일하기 위한 공동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2018년 8월 28일 기자회견을 진행한 요시다 마코토 차데모협의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 2월 경 중국 측으로부터 먼저 제안해 일본과 중국이 공동으로 신규격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본과 중국 간 기존 규격의 친화성이 높은 점이 공동개발 논의의 근본 원인이 됐다. 중국 측이 콤보가 아니라 차데모를 선택한 것은 자동차와 충전기 간 데이터 교환 통식방식이 CAN으로 동일했던 것이 이유였다.
규격 통일의 주도권은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국 측에 있지만 일본은 전기자동차 강국으로서 기술을 확대할 좋은 기회다. 일본과 중국의 규격이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세계 점유율은 90%를 넘게 될 것이며 점차 다른 규격과의 차이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차데모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 새로운 규격 제정 후 양국은 그에 맞는 충전기를 설치해 나갈 계획이며 유럽이나 인도 등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각국·지역의 충전기 규격[자료=니케이비즈니스]
KOTRA 오사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모 자동차 회사 설계 부문 Y씨는 “일본과 중국의 전기자동 차 충전 규격 공동개발은 우선 중국 진출 확대를 꾀하는 일본 기업에 희소식이다. 각 나라가 자국의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기술 규격을 개 발하는 과정에서 동반될 기술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신규격이 실용화되면 대용량 전지 충전이 수월 해지고 충전시간도 단축 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예상된다.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는 고출력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열케이블이나 커넥터 부분 등에 높은 안정성이 요구된다. 중국은 일본의 안전기 술 등 노하우를 통해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인 중국 인프라 정비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차세대 충전기의 일본 판매는 물론 중국산 전기자동차 커넥터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급속충전기 출력은 현재 150㎾ 안팎이고 중국은 50㎾ 전후이지만 양국은 500㎾ 이상으로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충전기 충전시간은 30분 정도이지만 이를 10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요시다 마코토 차데모협의회 사무국장은 “규격 통일은 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고 일본 충전기의 중국 수출시 비관세장벽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등에 합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응용기술 개발 등 전략 필요해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급속충전 방식은 콤보와 차데모, AC3상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2010년 일본의 충전 규격 제정 후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조금씩 다른 규격을 제정하면서 지속된 주도권 싸움이 머지 않아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규격표준화 시대를 맞아 한국의 전기자동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은 여러 방식으로 응용했던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 모색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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