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사슬에서 높은 쪽에 위치할 직무들 새롭게 생길 것으로 보여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이에 대한 의견, 생각, 감정이 어쩌면 이렇게 다른가 싶을 정도로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누군가에게 인공지능은 디스토피아의 시작이다. 이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극소수의 대기업이나 억만장자가 인류를 쥐고 흔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공지능 덕분에 지상낙원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사회는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거다.

[이미지 = iclickart]
하지만 인공지능이란 여러 가지 행동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의 모음일 뿐이다. 여러 가지 행동이란 ‘음성 인식’, ‘시지각’, ‘번역’, ‘의사 결정’이다. 또한 인공지능이란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임무란 훨씬 방대한 양의 빠른 데이터 처리 등인데,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들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유용한 임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어떤 직업들은 인공지능에게 빼앗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자 로라 타이슨(Laura Tyson),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코(McKinsey & Co.)가 함께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이미 현재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의 절반은 현존하는 기술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술의 전문성이 낮은 직업일수록 인공지능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일(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계적인’ 일들)이 제일 먼저 인공지능에 의해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입력이나 처리와 같은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일들은 비판적 사고나 분석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일들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 사람보다 더 비싼 상태이기 때문에 그 직군이 남아있는 것이다.
아마도 굉장히 단순한 업무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것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운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있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전 세계 수천만 명의 택시 및 화물 운전사들이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음성 인식과 번역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번역가들도 사라질 전망이다. 심지어 외국어를 배울 필요 자체가 부정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면에 가치 사슬에 있어서 좀 더 상위에 있는 직업들이 새롭게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인간의 지성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기입과 단순 처리를 AI가 해냈을 때, 그 결과물을 가지고 2차, 3차 가공을 인간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많은 업체에서 데이터 분석가들을 이런 식으로 단순 업무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동시에 보다 더 가치 높은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 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나타난다고 해서 우리가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고, 어떤 식으로 가치 평가를 주고받는지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떤 사회이든 대부분 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회사에서 단순하고 기초적인 임무만 수행한다. 그리고 그들이 상급자가 되어서도 아랫사람들에게 비슷한 일을 시킨다. 인공지능이 상용화된다면 이런 굴레가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사회 초년생이지만 처음부터 고급 분석 기술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우리의 ‘커리어’ 구조가 바뀐다고 했을 때의 최종 결과를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단순 업무 1~2년치가 사라진다고 크게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하긴 힘들다.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산업은 어떨까? 수백만~수천만의 사람들을 세계 곳곳으로 파견 보내는 일이다보니 인공지능의 개입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대신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일의 가치가 크게 올라가고 따라서 산업 자체의 성장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현재 BPO 산업군 종사자들 대부분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데이터 기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통화나 민원을 일정한 양식에 넣고, 알맞은 부서로 전화를 돌려주는 일을 하는 게 보통인데, 이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 BPO 직원들은 고객에게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여태까지 필자가 한 말은 사실 상상에 불과하다. 미래의 일이란 우리에게 아직 주어지지 않은 것이므로 그 누구도 다 알 수가 없다. 위에 장밋빛 미래를 썼지만 우린 단순 업무를 1~2년 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중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을 수도 있고, BPO 산업은 결국 전부 말하는 컴퓨터로 대체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단순하고 기계적인 일들을 하기에 인간이 적합하지 않은 도구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처음부터 그러한 일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고, 그렇게 되고 있다.
그러니 인간은 이제 정말로 인간다운 일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가치 창출, 데이터 분석, 비판적 사고, 리더십 발휘, 역사적 통찰, 맥락 파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에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이러한 준비를 마저 다 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좋든 싫든 인공지능은 사라지지 않을 기술이다.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글 : 수디르 아가르왈(Sudhir Agarwal), Everise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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