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기계경비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기계경비 표준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최근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경비협회, 에스원, 캡스, KT링커스 등이 참여해 ‘표준화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에서는 2003년 11월부터 기계경비 분야의 표준화에 따른 경비업종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오동작의 방지 및 무감지 사고의 최소화를 위해 기계경비 시스템의 표준화를 사업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기계경비 시스템 용어의 표준화, 심벌의 표준화, 설치의 표준화를 구체적인 표준화 개발내용으로 설정해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기계경비 시스템의 표준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기계경비 시스템은 1981년에 일본으로부터 처음 도입돼 2004년 6월 현재 약 80만 건의 가입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년 20~30%의 고성장 산업으로서 약 1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기계경비 산업의 영역은 홈 네트워크 시스템, 출입통제 시스템, 근태 및 식수관리 시스템, 주차관리 시스템과 스마트카드와 연계된 응용 시스템, 생체인식 시스템 등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첨단 관리기술과 융합되는 추세다. 특히, IT산업과 영상보안 산업의 발전이 기계경비 분야와 접목되면서 기계경비 산업의 영역확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표준화 미비에 따른 국내 기계경비 산업의 혼란
그동안 관련업계에서나 학계에서는 민간경비산업 전체의 성장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중시해 외형적인 성장을 우선시했고, 상대적으로 내부 시스템의 체계화나 용어 및 설비상의 표준화, 그리고 서비스의 질 등에는 소홀해 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기계경비는 인력경비에 비해 그 발전의 역사가 일천해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대중화가 되지 못했고, 그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한정된 시장 환경은 각 기계경비업체들이 지나친 경쟁에 몰입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이에 우리나라 기계경비 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메이저 업체들은 각기 폐쇄적인 기술을 적용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해 기기나 매뉴얼 등이 전혀 호환성을 갖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계약기간이 만료돼 업체가 교체될 경우 장비와 매뉴얼 일체를 교환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자원 낭비와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결과로 나타났으며, 서비스 수요자인 고객과 감독기관인 경찰에서도 업체간에 서로 다른 용어와 기기설비 방식에 따라 혼란을 겪어왔다.
또한, 대학의 관련 학과와 경비원 및 경비지도사 교육현장에서도 비표준화에 따른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기계경비의 전문성으로 인해 강사의 대부분을 관련업체나 기관의 실무전문가로 위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경우 같은 분야의 교육훈련이라 할지라도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나 강사가 누구인가에 따라 용어선택, 매뉴얼, 장비형식, 설비방법 등 모든 부분에서 상이함을 나타내는 모순(矛盾)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대학 강단에서조차 교육 자료의 선택과 용어사용에 있어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젠 질적 성장에 나서야 할 때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제는 기계경비 분야 전체의 질적인 성장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기계경비 분야는 현재까지 KS C 6113(경보 시스템 일반 요구사항/환경), KS C 6571-1-1997(경보 시스템 일반 요구사항/일반사항) 등으로 일부 제정돼 있으나, 기계경비 분야의 전체 표준화로는 단편적이고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의 몇몇 대규모 경비업체가 자체 용어, 심벌, 시방 등으로 기계경비 시장의 표준을 대체하고 있으나, 금융기관과 관공서 등 중요 시설물조차도 기계경비 시스템의 명확한 표준 없이 설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기계경비를 처음 소개한 일본은 SES E(일본방범설비협회 표준)가 있고, 미국은 UL-365, UL-1023, UL-1037외 다수의 표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도 각종 기계경비의 심벌과 용어를 오래전부터 제정해 일반화되어 있다.
국내 기계경비 산업은 이제 국가 주요시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까지 대중화돼 있어 다양한 응용기술과 첨단화된 관련 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안전산업의 총아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산업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기계경비의 용어 및 심벌의 표준화는 시급한 실정이다. 더구나 기계경비 설치구역은 다양한 내·외부구조로 구성돼 있어 경비구역의 구조물과 기계경비 시스템의 정확한 표현을 나타내는 심벌의 제작과 용어 통일이 필요하다.
표준화(Standardization)란 일반적으로 ‘사물, 개념, 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Standard)을 설정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특정 활동을 순서 있게 접근할 목적으로 규칙을 세우고 이것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익추구, 경제성 촉진, 기능적인 조건과 안전성을 충족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협력 하에 이루어지는 조직적인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표준에는 규격이나 규정을 비롯해 공적으로 인정된 시방, 작업표준 등 공적표준(De Jure)과 최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의 수단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실상의 표준(De Jure)으로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생산활동, 특히 공업에서 표준화가 강조돼 공업의 표준화가 전체 표준화 활동의 주체가 되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민간경비 산업에서 국제표준규격인 ISO인증제도가 도입돼 이제는 보편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공업 분야에서는 표준의 설정과 이에 일치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과학적인 관리방법, 다시 말해 품질관리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으며 한국의 KS마크에서와 같이 사용자에 대한 품질보증도 표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공해·안전 등에 관한 측정방법·시험방법의 표준화도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에서 기계경비 시스템의 표준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표준화운영위원회’의 사업과 1차 표준화 사업 이후의 과제에 대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계경비 표준화 사업의 방향
첫째, 표준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먼저 알기 쉽게 단순화해야 한다. 용어에 있어서 가능한 한글표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어려운 한자를 사용해야만 그 분야의 사회적 권위가 서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법조계에서도 어려운 한자용어를 쉬운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낭비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경제성과 효율성을 감안해야 한다. 시공업체가 달라도 호환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나 실무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나 심벌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일된 국제적 표준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특정 국가에 치우친 심벌이나 용어를 과중하게 사용할 경우 그 국가의 기기와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아무리 훌륭한 표준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실무자들이 기존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표준화 사업이 완료되면 공통의 매뉴얼을 제작해 신임 및 직무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셋째, 기계경비 시스템 시공과 감리에 있어 전문자격을 갖춘 자가 반드시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무자격 하청업체의 변칙적인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소방설비의 경우 소방법시행령 제41조에 의거 소방설비기사 1,2급(전기) 자격증 소지자의 책임 하에 소방시설을 시공·감리토록 하고 있다. 기계경비분야에서도 기계경비지도사 제도를 보완해 활용하는 방안과 일본의 방범기기설비사 제도를 도입해 자격증화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일본의 방범기기설비사는 기계경비의 기획·설계·설치·보수·점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표준화 작업을 통해 시공후 검사요령과 검사항목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제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 기계경비 오경보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낭비는 업계의 오래된 과제다. 잦은 오경보는 고객과 감독관청으로부터 기계경비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고 업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출동으로 인해 비용낭비를 초래했다. 대부분의 오경보는 기기 자체의 결함이나 설계상의 문제 그리고 설치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 해서 발생하므로 차제에 오경보 감소를 위한 표준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표준화 이후에는 기기나 제품의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정하게 표준화된 기준에 적합한 기기나 제품으로 시공하는 업체의 경우 반드시 그에 상응한 계약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덤핑으로부터 건실한 업체를 보호할 수 있으며, 기계경비 시장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계경비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기계경비 시스템의 표준화는 관련 업계의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사업이다. 표준화를 통해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있으며, 동종업종 간에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생산성 향상으로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과 치안확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기계경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학계와 한국시큐리티지원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도 관련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이론적 뒷받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경비협회에서 업계와 학계 그리고 연구기관들을 통합·조정해 기계경비 시스템의 표준화 작업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통합조정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글_중부대학교 경찰경호학과 서진석 교수·행정학 박사]
시큐리티월드ⓒ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