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 “네티즌 1일 1개 선플, 한달이면 9억개”
최근 방송이나 연예인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악플’에 대한 것이다. 연예인들은 악플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거나 인터넷을 안보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악플에 의한 피해는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경쟁업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근거 없는 낭설을 인터넷 사이트 등에 퍼뜨리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한 입시학원에서는 경쟁을 하고 있는 입시학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여교사가 누드로 수업 한다’ ‘수강생이 모두 재수했다’는 등의 낭설을 ‘도배’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이처럼 악플로 이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자정운동을 하자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악플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어교육자 민병철 중앙대학교 교수가 펼치고 있는 ‘선플운동’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선플운동은 ‘악플’의 반대되는 개념인 선한 댓글을 게시해 인터넷 문화를 새롭게 바꿔보자는 뜻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영어선생’이 느닷없이(?) ‘선플운동’을 벌이게 됐을까?
“내가 맡고 있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실전영어와 국제 감각 터득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을 기르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덕목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을 헐뜯는 문화대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필수적이다.”
민병철 교수는 선플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세계적인 지도자의 인성을 갖추기 위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인터넷 문화부터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 교수가 구체적으로 선플운동을 시작한 것은 우연히 TV에서 보게 된 연예오락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였다. 강의의 특성상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루게 되는 민 교수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미녀들의 수다>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민 교수는 방송이 끝난 후 홈페이지 게시판을 찾아 보았더니 출연진을 비방하는 악플이 많았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출연자에게 선플을 달아주라는 과제를 냈다.
이렇게 시작한 선플운동은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 등의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악플로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댓글을 달아주는 것으로 발전했다.
민교수가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는 악플로 고통받는 10명의 연예인과 유명인의 개인홈페이지,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방문해 선플을 달아주는 것. 학생들은 과제를 수행한 후 민 교수의 인터넷 카페에 제출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는 “힘내세요” “사랑해요” “괜찮아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좋지 않은 주변의 소문과 말들로 상처를 많이 받으셨을 텐데 힘내세요” “열정적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마세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앨범 대박나세요” “영화 흥행하세요” 등의 내용이 있다.
민 교수는 “내 강의를 현재 570명이 듣고 있기 때문에, 5700개의 선플이 달리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인터넷 주류 세대인 대학생들이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선플운동을 시작한 것은 이번 학기 시작인 지난 3월 초 부터이다. 민 교수와 민 교수의 강의를 듣는 중앙대 학생 570명이 함께 시작했다.
이 운동이 입소문을 타서 현재 고승덕 변호사를 비롯해 양광우 신한은행 화정지점장, 양성전 목사, Carl Dusthimer 파주영어마을 교육본부장, 유대원 연세대 외래교수, 이윤영 성익엔지니어링 대표, 강창석 우성G&P대표 등 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2005년 발족한 <추임새운동본부> 회원이다. 추임새 운동본부의 주요 활동 역시 상대를 높여주고 배려해준다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다. 즉 선플운동은 추임새 운동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추임새’란 국악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창을 더 잘하라고, 고수가 ‘얼쑤’ ‘좋다’ 하고 격려해 주는 것을 말한다. 추임새 운동이란 이와 같이 남을 헐뜯는 대신, 상대를 높이고 배려해 주고, 성공하도록 돕자는 정신문화 시민운동이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한국인은 원래 힘을 합해서 모든 사람의 일을 잘 이루도록 하는 ‘품앗이’ 문화와 상대가 잘 되도록 응원해 주는 ‘추임새’가 있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설명이다.
민 교수는 이를 ‘추임새 DNA’라고 정의하며 “외환위기로 나라가 어려울 때 온 국민이 금모으기에 동참하고, 2002년 월드컵 때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했던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추임새 운동은 우리 몸속에 내재 되어있는 추임새의 DNA를 복원시키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선플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민 교수의 수업을 듣는 570명의 학생을 통해 전국의 초·중·고교와 대학교, 인터넷 동호회, 악플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과 건전하고 밝은 인터넷 문화 만들기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 이 운동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3000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하루 한 개씩 선플 달기 운동에 참여하면 한 달에 9억 개의 아름다운 말과 글로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시작한 선플운동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
민 교수는 “선플운동이 널리 확산돼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보안뉴스> 독자들도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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