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메타, ‘백도어’ 명령에 공동 법적 대응 예고
[보안뉴스 여이레 기자] 영국 정부가 애플에 클라우드 데이터 접근을 위한 ‘백도어’ 도입을 요구했다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마주하며 사실상 한발 물러섰다.

▲[자료: 연합뉴스]
영국 내무부는 올해 1월 영국 ‘조사권한법’(IPA, Investigatory Powers Act)에 따라 테러 및 아동 성범죄 수사를 명분으로 애플에 자사 클라우드의 암호화를 풀 수 있는 특수 ‘백도어’ 도입을 명령한 바 있다.
애플은 이에 반발해 2월 영국 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 암호화 고급 기능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기능은 선택적 서비스인 ‘고급 데이터 보호’(ADP)로, 문서나 사진 등 데이터를 저장해 계정 소유주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당시 애플은 성명에서 “영국 고객들이 더는 ADP로 제공하는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점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 빅테크에 대한 개입이라는 점에서 즉각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이 명령 철회를 요청했을 만큼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번졌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공식 경고했다.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은 “영국의 조치가 미국인의 프라이버시와 양국 간 데이터 협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애플은 4월 영국 ‘조사권한재판소’(IPT)에 정부 명령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메신저 ‘왓츠앱’을 운영하는 메타도 애플 소송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며 미 실리콘밸리 양대 빅테크가 연대에 나서는 이례적인 일도 발생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영국 정부는 “관련 권한은 중대한 범죄에만 예외적으로 행사된다”면서도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 내에서도 “처리 방식이 미숙했다”, “출구 전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의 기술 협정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라며 내무부 정책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이번 일로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무역을 우선 과제로 꼽아온 영국 정부는 미국의 반발 속에서 기술 주권과 외교, 산업적 이익 사이의 어려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여이레 기자(gor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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