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공백 우려도 일리 있어...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년 전과 마찬가지로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을 핵심이슈로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은 ‘안보 공백’ 등을 이유로 군 복무 기간 단축에 반대했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개월 의무 복무 후 3년 반은 전문병사제 적용’이라는 차별화한 공약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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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재인 후보는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면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가 앞당겨져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의 규모를 50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장비 현대화로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부족한 병력은 부사관 충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정책학회 대선 정책공약 평가단은 당시 “복무 기간 단축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직업군인제, 과학기술군 확대는 단계별 목표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선 기간 동안 복무 단축 대안으로 내놓은 직업군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승리 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18개월 복무 단축을 공약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국에 지시했다. 앞서 국방부와 병무청은 지난달 11일부터 해당 공약 실현을 위해 현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군을 50만명으로 줄일 경우 인구 감소에 따라 향후 병력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현역병 소요보다 입영 대상자가 더 많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나 50만명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병력이 63만명인 군은 오는 2022년까지 52만명으로 병력을 줄일 예정이다. 하지만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2025년이면 확보 가능 병력이 47만5000명에 불과하다. 공약대로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면 44만명 수준으로 떨어져 병력자원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부대편제 개편과 부사관 인력 충원, 여군 보충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보화시대에 따른 부대 단순 업무를 통합해 적은 인력으로 군을 운영하며 군의 첨단 무기화에 따른 전문 전투병력을 부사관의 증원으로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현재 전군의 5.6% 수준인 여군 인원을 10~15%까지 늘리면 병력수급이 원활해져 18개월 복무기간 달성이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다.
경찰과 소방, 중소기업청 등의 대체 또는 전환 복무를 현역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군 복무기간 단축 추진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안보 포퓰리즘” “권력야욕 수단”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문 대통령의 군 복무 단축 공약을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당에서도 “신중하게 갔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는 것에는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이 병사의 전투력이다. ‘군대의 꽃인 병장이 없어진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복무기간(육군 기준)은 이등병이 3개월, 일등병과 상등병이 각 7개월, 병장이 4개월이다. 현행 계급 기준대로라면 병장을 1개월만 하고 제대를 하는 셈이다. 군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병장의 노하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수 있다.
육군의 경우 병사들이 신병훈련 기간 2개월을 제외하고 부대에서 전투 임무를 상급자의 조언 없이 수행할 정도로 숙달하려면 병과, 직책에 따라 11개월 내지 16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현재 병 복무기간 21개월 중에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3∼9개월 정도라는 의미이다. 부대의 입장에서 보면 연간 60% 이상의 병력이 교체되고 있어 1년 내내 병사들의 임무 숙달을 위한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전력손실’이 우려된다는 견해에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분단 현실을 무시한 포퓰리즘이라는 야당의 비판도 일견 들어볼 만한 쓴소리다.
여기에 또 큰 문제는 우수 군 간부 확충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병 의무복무기간이 단축되면서 상대적으로 복무연한이 긴 간부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병 복무기간이 36개월에서 21개월로 줄어들 때까지 학군장교의 복무기간은 28개월로 변화가 없다 보니, 명문대와 수도권의 우수한 학생들은 학군사관후보생 지원을 점점 더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기복무 하급직위 간부들이 주로 간부로 충원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 결과는 군의 ‘약병화’와 병영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인력 감소와 청년들의 취업준비 기간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군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간부 지원에 대한 장점이 없어지면서 그 대안 찾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만약 정책화해도 즉각적으로 복무기간 단축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3개월을 단계적으로 단출하려면 내년부터 시작하더라도 수년 뒤에나 완료될 전망이다. 복무기한 단축의 구체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18개월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군 복무 기한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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