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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헤미안’ 칭호를 얻다, 보안 담당자의 칭호는?

2017-05-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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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담당자, 앞으로는 더욱 ‘고민 담당자’의 포지셔닝 취해야
디지털 변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 보안은 필수 양념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아내의 기다림은 제법 오래였다. 그러나 나의 살은 근 10년이나 빠질 줄을 몰랐다. “강산은 변하는데 당신의 뚱뚱함은 그대로더라.” 차라리 깔끔한 돼지라도 되어달라는 부탁에 내일부터 살 뺀다는 공수표를 남발했던 난 장발을 고집할 수 없었다. 물론 무슨 생머리 나부끼던 장발족은 아니었다. 그저 ‘우수에 젖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눈에 닿을 듯 찰랑거리는 치명적인 길이를 유지한 것뿐인데 아내는 지저분하다고 했고, 난 어느새 미장원에 앉아 있었다.


▲ 기자가 상상하는 기자의 모습[이미지=iclickart]

헤어드레서 아저씨는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인 듯 했다.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 한다는 그분의 생각은 아내의 그것과 맞아떨어졌고, 둘은 내 뒤통수 가까이에서 내 머리길이에 대해 하하호호 규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어쨌거나 손님은 손님. 그분의 말은 마냥 자유분방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그분은 원색적이지 않은 다양한 표현을 동원해야 했다. 일일이 기억나진 않는데 한 가지 인상 깊었던 표현이 있었다. 바로 보헤미안.

“사실 그런 ‘보헤미안’스러운 스타일이 남자들의 로망이긴 해요.”
듣기에 따라 ‘긴 머리’, ‘테리우스’, ‘우수에 젖은 눈빛 연출’에 담긴 내 로망과 ‘지저분’, ‘더워 보인다’, ‘저리 가’에 담겨있던 아내의 불만을 모두 담아낸 표현이었다. 난 이 단어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문 기자, 더워 보여’라고 한다면 당당히 이게 바로 그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답해줄 것이다. 내가 그 동안 보헤미안이었다니... 내가 그 동안 보헤미안이었다니!

누구나 아는 거지만 제약 사항이 하나도 없는 자유란 건 오히려 맛대가리 없다. 내 머리에 가차 없는 바리캉을 사용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헤어드레서가 긴 머리에 대한 성토마저 가차 없이 했다면 어땠을까? 머리를 길러 보고픈 여느 남자의 로망에 대한 공감이나, 끌려오긴 했으나 나 역시 지갑 열어 돈 내는 손님이라는 자각이 그 분에게 약간의 족쇄가 되지 못했다면 그날 그 자리에서 난 보헤미안이라는 말을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분이 ‘이 자유 대한민국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쏟아내지도 못하네’라며 ‘더러워서 나도 손님하고 만다’라고 이 악물고 가위질을 했을까. 같이 간 아이들에게 과자랑 음료수까지 막 내어주시고, 정말 오랜만에 단발이 된 나에게 헤어스타일링 기법(+ 깨알같은 파마 홍보)까지 전수해준 분한테서 그런 기운을 느끼긴 힘들었다.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왔던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이 슬슬 형상화되기 시작한 듯 하다. 통신사들이나 금융사의 클라우드 도입 비율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특정 기업이나 환경 내에서만 유통되는 자체 앱 제작은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페리안(Apperian)과 같은 서드파티 앱스토어는 이미 공식 앱스토어로부터 인정을 받아 여러 개 언어로 번역돼 퍼지고 있다. ┖두 가지 공식 앱스토어만 안전하다┖는 족쇄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라는 개념이 각종 하드웨어를 대체하면서 데이터를 물리적 제약에서 자유롭게 해방시켜주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속도도 높은데 가격까지 저렴한 해결책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이크로서비스의 등장으로 자유로운 개발과 혁신까지 약속되었으니, 디지털 변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좋건 싫건 디지털 변혁으로의 흐름은 이미 결정된 미래나 다름없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영역임이 분명한데, 거기서부터 날아오는 소식이 지나치게 핑크빛 일색이라는 게 문제다. 이러면 누구나 자유롭고 제약 없이 이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고민 끝에 나온 스스로의 답 없이, ‘남들 다 하니까’, ‘사업하기 좋다니까’, ‘할 여력이 되니까’ 따라가 봤을 때 얻는 결과물은 핑크빛 단맛만 풍기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 고민 없는 진보의 굴레 속에서 우린 ‘대세’라는 거대한 족쇄에 묶여버린다.

문제는 아무도 고민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하는 사람 따로 있고, 앞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이런 구도는 집안 대소사에서도 그렇고 거대한 사업을 운영할 때도 적용된다. 디지털 변혁의 과도기에,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이루어진 미래의 시점에, 고민을 담당하는 건 대부분 ‘보안’의 역할일 것이다. 이미 보안 담당자의 다른 이름은 ‘고민 담당자’ 혹은 ‘딴지 담당자’다. 보안 업계의 관찰자로서, 난 더욱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고민(즉, 제약)이야 말로 자유의 맛을 더 높이는, 보이지 않는 양념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변혁으로 기업 운영과 발전이 더 자유로워진다면, 보안이 제약과 딴지로 더 좋은 맛을 내게 할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기술이 필요하다. 나에게 보헤미안이라는 꽤나 멋진 말을 선사해준 그 헤어드레서 아저씨처럼 스스로가 제약을 받는 줄 모르고 제약을 받아야 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보안을 귀찮게 여긴다면,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우리의 ‘딴지 기술’이 세련되지 못하거나, 일반인들에게 보안 실천 사항이 ‘기본 매너’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했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답이 무어든 해결책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보안을 담당해야 하는 우리가 ‘당신의 발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돕겠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보내야 한다.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보안 담당자들도 사업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보안 담당자들이 굉장한 실력을 갖춘 IT, 법, 인문, 국제정치 전문가이긴 해도 스스로 ‘양념’이 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드러나기 위한 사이버 보안은 오히려 IT의 특수 분야로만 머문다. 그러면 그들만의 리그, 찻잔 속 태풍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습을 감출 수 있을 때, 우린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고 또 인정받을 것이다.

공로를 세워놓고도 겸손하게 끝까지 숨으라는 것이 아니다. 세련되게 태클을 걸라는 것이다. 걸려 넘어진 상대가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부드럽고 매력적으로. 그 매력과 세련미는 ‘내가 드러나야 한다’는 방향의 애씀을 지워냄으로써 발산된다. 보안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귀와 마음이 그 어떤 성벽보다 단단해 뚫릴 줄을 모르는데, 어차피 그것만이 우리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진국인 사람, 이제 보(헤미)안이라면 그런 진짜배기가 되기로 결단해야 할 때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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