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한 일반인들, 범죄 사실 모른 채 송금 업무 담당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유럽 전역에서 178명의 범죄 조직 일당들이 검거되었다. 이들은 자금 운반을 담당하는 자들인 것으로 유로폴은 밝혔다. 누군가 돈을 불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 성공하면 이들이 그 돈을 정해진 장소와 계좌로 운반 및 송금해왔다. 이번 작전은 유로폴과 유럽사법기구인 유로저스트(Eurojust)가 힘을 합해 16개국에서 수행했다. FBI와 미국 첩보기관도 가세했다.

이번 작전은 2016년 11월 14~18일까지 수행되었으며 580명의 범죄자금 운반담당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유럽 각국의 사법기관들은 이중 380명에게 접근, 심문 및 면담을 진행했다. 이렇게 유로폴이 주도해 자금 운반책들을 검거하는 대규모 작전을 EMMA(European Money Mule Action)라고 하며, EMPACT 사이버 범죄 지불 사기 작전 실행 계획(EMPACT Cybercrime Payment Fraud Operational Action Plan) 아래 2016년 3월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약 700명의 운반책들이 발견되었고, 그중 198명을 심문했으며, 81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거래한 금액은 약 2천 3백만 유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운반책들은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고, 실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다만 동유럽에 근거한 대규모 범죄 집단에 의해 조정되어, 스스로도 그 출처를 자세히 모르는 돈을 지시받은 곳으로 송금하는 것이 남다른 부분이다. 사실, 이들은 자기가 범죄 조직의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면죄 받는 건 아니라, 작게는 벌금형, 많게는 징역형을 받는다.
이들은 보통 생활비나 용돈벌이를 위해 부업을 찾다가 ‘송금만 하면 수수료를 준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일을 시작한다. 범죄조직도 애초에 합법적인 일인 것처럼 소개하고, 운반책들도 그렇게 믿는다. 일종의 회계 보조 정도. 그리고 자신들 계좌에 들어온 돈을 송금하는 ‘간편한’ 작업만으로 돈을 버는 데에 만족한다. 보통 이민자나 학생, 무직자들이 많다.
유로폴은 이 운반책이 담당하는 돈의 90%가 사이버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피싱, 멀웨어를 동반한 공격, 온라인 쇼핑 사기, 지불카드 사기, 사업 이메일 공격(BEC) 등 다양한 종류의 사이버 범죄들이 언급되었다.
물론 아무 것도 모른 채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운반책들을 검거해봐야 범죄 자체가 줄어들거나 범죄조직에 타격이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검거 활동을 통해 범죄조직이 어떤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노리고 접근하는지 알려질수록 운반책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범죄의 궁극적인 목적인 돈을 손에 넣기가 더 어려워지게 만들 수 있다.
유로저스트의 회장인 미셸 코닝스(Michele Coninsx)는 “각종 운반책을 동원한 자금세탁은 겉보기에 아주 작은 범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커다란 규모의 범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이를 일반인들에게 자꾸만 알리고 교육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앞으로도 EMMA 작전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며, 이를 통해 범죄의 중요한 고리들을 반복적으로 끊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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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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